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어떻게 보아야 하나.

by 철폐연대 posted May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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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 그리고 올해 1월 16일 추진 지침을 발표, 이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에 따른 정규직화는 이른바 ‘무기계약직화’ 하는 것으로 정규직화와는 다르다. 이미 무기계약직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어떻게 보아야 하나

정규직화? 무기계약화!
지난 해 11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 그리고 올해 1월 16일 추진 지침을 발표, 이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에 따른 정규직화는 이른바 ‘무기계약직화’ 하는 것으로 정규직화와는 다르다. 이미 무기계약직이 여전히 차별적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새로운 유형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공부문에서의 정규직화는 모두 무기계약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명 공무원 정원을 늘려 공무원화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 부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놓여있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이다.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의 정원과 연동되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이 수행할 업무를 사실상 무기계약직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공무원이 배치되면 무기계약직이라 하더라도 해고된다. 또 업무가 없어지거나, 업무량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이러한 사유는 분명,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에 해당한다. 최소한 근로기준법상에서는 정리해고를 위한 절차 규정을 두고 있는데, 공공부문에서는 규정상의 문구 하나로 노동자들이 쉽게 해고되고 만다.
특히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취업규칙상 여전히 존재하는 독소조항, 시도교육청의 사용자 책임 회피 등으로 고용불안정은 여전하며, 심지어 특정 업종은 상시업무임에도 무기계약 전환에서 배제하기도 하였다.

상시업무에 대한 완전한 정규직화를 해 내지도 못했다.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의 대표적인 문제는 상시업무에 대한 평가 기준이 일반적인 기간제 사용에 대한 판단보다 확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간제법은 기간제로 사용한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의제한다. 그러나 공공부문 대책에서는 2년 이상 계속 사용되었고, 해당 업무가 앞으로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인정되어야 무기계약화의 대상이 된다. 그 가운데서도 외주화가 예정되어 있는 업무 등은 또 배제된다. 그러면서 상시업무에도 2년 미만자와 혹은 외주화 등으로 배제된 2년 이상자가 공존하면서, 고용관계가 복잡해지고 노동자들이 다층적으로 존재하며 위계화 되는 구조를 낳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대책이 2년 이상 근무할 것이라는 요건을 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향후 2년간 존재하는 업무인지 만을 상시업무의 판단 요건으로 보았다는 점은 개별 노동자에 따른 전환이 아니라, 업무를 기준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서울시 역시 완전히 업무를 기준으로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지는 않았다. 일부 서울시 산하 기관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오랜 기간 근무한 노동자들이 해고되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 외에 비정규직과 관련하여 대책을 잘 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성남시나 부천시 등 거의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모두 노동자에 대한 개별적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 인원을 선발했다. 공공부문 업무는 업무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은 사무처리나, 시설관리, 녹지관리, 환경미화 등의 업무이다. 이들의 업무는 성과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껏해야 민원 발생 여부 등으로 평가될 수 있을 뿐이다. 즉,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라 결국 상급자의 관찰을 통해 평가되는 것으로 얼마나 순종적인가에 대한 자의적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른 무기계약 전환은 예산상의 제약 속에서 업무를 갈라 치고, 노동자를 평가하면서 일부에 대한 무기계약화로 진행되고 있다.

또 정규직 공무원과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통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 지자체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간제일 때의 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약간의 개선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임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무기계약화하면서 호봉제로 전환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호봉제 전환과 함께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 및 일시적 임금 상승 효과 등이 노동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만, 이 역시 정규직과의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차별을 감추는 것이 바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업무에 대한 차등화이다. 무기계약직의 업무를 공무원과 다른 것으로 규정상 세분화하고 있지만, 실상 공공기관의 업무로서 수행되어야 할 공적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를 효율성이나 공무원 배치 기준에 미달한다는 등의 이유로 무기계약직으로 사용하고, 또 공무원 배치에 따라 언제든 고용이 조정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이다.

예산에 따라 천차만별인 무기계약화의 근본적 원인은 예산의 문제이다. 현재 무기계약직, 기간제는 공무원과 함께 총액인건비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총액인건비의 제약으로 무기계약 전환에서 조차 인원을 골라낼 수밖에 없게 되니 개별 평가라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골라내거나, 외주화를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시킨다. 또 기간제 노동자는 인건비로 책정도 되지 않고 사업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도 쉽지 않다. 즉,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상의 문제, 즉 총액인건비제의 폐지가 필요하다. 공공 서비스의 충분한 제공을 위한 공무원수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몹시 부족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예산의 제약을 두고 중앙으로부터 통제를 강화해 지속적인 비정규직의 사용을 부추기고 있고, 무기계약이라는 왜곡된 고용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지침으로 시행되는 각종 규모 및 인원, 예산 축소 방침들을 폐기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속적으로 예산과 규모의 축소를 압박하면,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수를 줄이고, 저임금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의 지침이란 겨우 시간제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을 늘리라는 것뿐이니, 제대로 된 해결이 될 리 없다.

게다가 이대로 간다면 장기적으로 공공부문에서는 지속적인 공무원 수의 축소와 함께 무기계약이 마치 정상적인 정규직 고용인 것처럼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공무원의 업무를 저임금으로 대체하기 위해 사용하던 기간제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정규직공무원보다 낮은 임금에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무기계약이다. 이름만 ‘무기’계약이지 사실상 또 다른 인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 진 왜곡된 고용형태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제기하고 장기적으로 무기계약직이 아닌 공무원화를 위한 싸움을 만들지 않으면 공공부문의 고용구조는 정규직 공무원- 무기계약직- 기간제, 일용직 등으로 위계화 된 채 저비용 구조를 고착시키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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