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서> 최저임금 제도개선도 대중투쟁으로만 가능하다!

by 철폐연대 posted Jul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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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이 반영되고, 생계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화며, 그 제도개선 과정조차도 지금의 최저임금 문제를 알리면서 더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입장서>
                                      최저임금 제도개선도 대중투쟁으로만 가능하다!



파행으로 끝난 최저임금위원회

  내년도 최저임금이 4,860원으로 결정되었다. 올해보다 6.1% 인상된 금액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600원을 요구해왔으나 요구안과 무관하게 최저임금위원회에 집단 불참했다. 그 이유는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서 친자본적 성향의 공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선임되고 노동자위원회에 국민노총을 배정함으로써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최저임금 인상안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측위원들도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폭이 너무 높다며 집단적으로 퇴장하는 등 적극적인 불참 공세를 통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지난 시기 최저임금은 ‘국민임투’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노동운동진영의 중요한 과제였고, 그래서 6월 말 최저임금 결정시기에는 대대적인 선전전이나 조직동원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를 압박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렇지만 번번히 공익위원들에 의해 최저임금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노동운동진영에서는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은 최저임금위원회 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고 제도개선의 필요를 널리 선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이라는 중요한 선택을 하고도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너무나 조용하게 이번 최저임금 결정시기를 지나버렸다. 그리고는 법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법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느라 그런지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위한 대중투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로 쉽게 넘겨진 제도개선은 노동자의 권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저임금회의에 불참했지만 법제도개선을 위한 대중적인 선전과 투쟁을 배치하지 않고, 대응투쟁을 조직하지 않은 데에는 아마도 최저임금제도가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이미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고,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사 단체 및 정부가 각각 3인씩 추천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한다. 또한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에 물가상승률을 추가하고 최소한 전체노동자 평균 정액급여의 50% 이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안을 내놓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공익위원 노동관련 전문가 투표로 선출하고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을 지급하는 것을 안으로 내놓았다. 그 외에 최저임금 예외조항 축소나 최저임금의 국가보전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제도가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최저임금제도가 개선되면 정말로 저임금 노동자들은 살만하게 될까? ‘국민임투’라고까지 이름을 붙이면서 더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직하고자 했던 그 문제의식이 살아나는 것일까? 그동안의 최저임금제도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문제가 단지 공익위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공익위원이 조금 더 중립적인 인사가 되면 최저임금이 오를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공익위원들이 중재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최저임금 구조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과 권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최저임금제도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과 생계비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제도개선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저임금의 결정과정에서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한다. 그동안 많은 지역이 최저임금 문제로 선전전도 하고 천막농성도 하면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조직하고자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더라도 결정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에 부딪쳐왔다. 최저임금제도는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대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투쟁하면서 그 힘이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이것이 더 많은 이들을 조직하는 ‘국민임투’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해체하고 노-정교섭의 형태로 전환하든, 아니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생계비나 물가인상률에 근거하여 하한선을 정하고 그 이상을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높이는 방식이 되든, 결정방식에 대해서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서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하려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이 반영되어야 한다. 아무리 공익위원을 중립적인 인사로 선임한다 해도 결국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면 생계비가 반영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산정하기 위해서 물가인상률을 포함시키고 생계비 조사를 해도, 결국에는 노사 양쪽을 조율하는 입장에서 공익위원안이 제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임금의 최저선’을 정하는 최저임금은 이렇게 조율되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은 8시간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생계가 보장되는 기준선이어야 하며 이것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생계비가 반영되어야 한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600원으로는 밥 한끼 사먹으면 끝이고, 그것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 그리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평균임금도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생계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투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임금의 최저선’이 ‘먹고 살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에 기초해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왜 최저선에 머물러야 하는가.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선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생활할만한 정도여야 한다. 이것은 최저임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쟁취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고착시키는 비정규직 제도, 중간착취, 포괄임금제 등 각종의 임금제도들과 맞서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되어 자신의 임금에 대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투쟁의 공간은 아직 조직되지 않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낮은 임금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인상된 최저임금에 머물지 않고 생활할 임금을 찾기 위해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조직하고 공부하고 훈련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이 반영되고, 생계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화며, 그 제도개선 과정조차도 지금의 최저임금 문제를 알리면서 더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야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게을리 하거나 더 많은 이들이 이 제도개선 투쟁에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을 열지 않는다면 여전히 민주노조운동도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상화하거나 대리하게 된다. 더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서 ‘먹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한 힘있게 투쟁에 함께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제도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대중적으로 다시 조직하자.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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