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차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입장

by 철폐연대 posted Dec 14,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금 서울시의 비정규대책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거꾸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이용당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면서 온전하게 비정규직 없는 서울시, 비정규직 없는 공공부문을 만드는 것은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치고                                   서울시 ‘2차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입장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서울시에서 12월 5일 [2차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직접고용 비정규직 234명을 다시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내용이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서울시가 간접고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규직화로 방향을 정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간접고용 중에서도 가장 어렵게 일하면서 가장 나쁜 조건으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서울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도록 만들고 있는 총액인건비제도에 대해서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단지 서울시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갖고 있는 곳이 힘을 합쳐 총액인건비제도, 그리고 간접고용을 확대하면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는 경영평가제도 등을 폐지하거나 개선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시의 이런 획기적인 방안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 문제가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은 매우 아쉽다. 그동안 공공부문의 각종 법령과 대책을 통해서 민간위탁이 확대되어왔고, 그 결과 공무원 수보다 많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공공의 업무를 민간에 떠넘겨서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조건과 노동권을 악화시키는 민간위탁에 대해서 심각하고도 비상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민간위탁이 제외됨으로써 서울시의 간접고용 대책은 반쪽짜리가 되어버렸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민 모두가 서울시의 대표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다산콜센터의 경우 민간위탁된 업무라는 이유로 이번 대책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서울시에서 2013년에 실태조사를 통하여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으므로 민간위탁을 직접고용으로 다시 전환하는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전에라도 다산콜센터 등 민간위탁된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등을 위한 교섭 요구를 할 때, 서울시가 진짜 사용자로서 책임있게 교섭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서울시의 비정규대책은 좋은 의미도 있지만 큰 문제점도 있다. 지난 1차 대책은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시키는 대책이었다. 그에 대해서 철폐연대에서는 직군분리형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여전히 차별과 고용불안이 남게 되므로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각 대선후보들도 ‘무기계약 전환’이 결국 편법 대책이며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온전한 대응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간접고용 대책의 문제는 무기계약 전환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정규직화를 이야기하면서 자회사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은 자회사를 설립하여 2013년 6월 1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확산되어온 자회사는 사실상 용역제도의 변형태였다. 공공부문에서는 자회사 방식으로 이용하여 직접고용 노동자들을 간접고용으로 전환시켜왔다. 용역제도와 다른 점은 자회사는 공공부문에 직접 출자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더 커지고 매번 용역재계약을 통해 고용불안에 떨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원청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하면 언제라도 임금이 삭감되고 인원이 조정되는 매우 불안정한 간접고용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KBS계약직 노동자들도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구조조정에 맞서서 1년 넘게 투쟁을 해서 안정적인 직접고용을 쟁취했던 것이다.
  민간위탁에 대해서는 이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용역의 변형태인 자회사 방식을 택한 것은 서울시가 고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면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하지만, 서울시에게 책임이 더 부여되는 용역회사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고, 이후 조사연구를 통해 민간위탁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자회사 방식을 택한 것은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

  두 번째 심각한 문제점은 직무급제 도입이다. 가장 나쁜 조건의 청소노동자들부터 처우개선이 시도되었고 임금이 16%나 오른 것은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무 가치에 맞게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직무급제’를 시도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전경련 등 기업단체들과 정부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직무를 마음대로 세분화해서 위계를 만들어놓고, 직무에 따라 임금체계와 고용형태를 달리하는 구조조정을 하려고 애를 써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직무분석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하여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다른노동 다른임금’으로 바꿔버리는 왜곡된 형태의 직무급제에 반대해왔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직무를 ‘중요한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로 분할하여 특정 직무를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만드는 것에 저항해왔다. 모든 일은 ‘중요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필요한가 아닌가’로 평가되어야 하며, 필요한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해왔던 것이다. 청소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다른 노동에 비해 함부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서울시가 직무분석을 통해서, “청소는 사회적으로 낮은 직무이므로 비록 처우개선은 해야 하지만 다른 직무에 비해 낮은 임금을 주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은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차별을 용인하는 것이고 사회적인 저평가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이런 직무급제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이후 차별과 위계를 정당화할 기틀을 만들어놓았다. 처음에는 청소 직무로부터 시작하지만 서울시의 각종 직무가 다르다는 이유로 위계화하고, 각 직무에 따라 차별을 해도, 다른 직무라는 이유로 그 차별이 정당화될 것이다. 직무급제를 선언함으로써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약간 개선될지 모르지만 이후 청소노동만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각 영역에서 직무분리가 용인되고, 직무와 직무 사이를 차별하는 구조조정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노동 다른임금’ 정책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의 이번 비정규대책은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마음을 먹으면 매우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결과는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싸우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서울시의 비정규대책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거꾸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이용당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면서 온전하게 비정규직 없는 서울시, 비정규직 없는 공공부문을 만드는 것은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치고 자기 목소리를 낼 때에만 가능하다.



                                                           2012년 12월 14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Articles

7 8 9 10 11 12 13 14 1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