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동지들의 투쟁

by 철폐연대 posted Sep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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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비정규직화하는 정부 정책, 약속을 무책임하게 내쳐버리는 관료들에 맞서 힘겹게 긴 싸움 이어온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투쟁의 거리가 아닌 오페라 무대에서 멋진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날까지 연대의 힘으로 함께 싸우자!노래의 꿈과 노동자의 권리가 만나는 무대를 향한
‘국립오페라합창단’ 동지들의 투쟁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동지들의 투쟁이 어느덧 4년 8개월에 접어들었다.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에서 연기와 합창을 전문적으로 소화할 단원의 필요성으로 2002년 창단됐지만, 1년 계약의 고용불안과 박봉을 견디며 7년 간 노래해 온 단원들은 모집 당시 약속이었던 ‘이후 상임화’는커녕 2009년 일방적인 해체 소식을 접해야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전 정권 관료들에 대한 정치적 인사 개편을 강행했고, 국립오페라합창단 역시 낙하산 인사로 신임 단장이 부임하면서 문화예술계 전반의 강력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체를 밀어붙였다.

노동조합으로 뭉친 32명의 단원들은 다시 무대에 서는 꿈을 거리에서 펼치며, 국립오페라합창단 재창단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국내외 음악계에서 큰 이슈가 된 투쟁의 힘에 한 발 물러선 문화체육관광부는 ‘3년 이내 상임화’를 약속하며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창출사업인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의 우선 복귀를 제안했다.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마음껏 노래하는 무대가 그리웠고 좀은 세상 물정 모르는 예술가들이었던, 정부의 약속을 믿고 싶었던 조합원들은 일단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복귀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고용노동부 예산 지원을 받는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창단한 ‘나라오페라합창단’은, 단원들에게 기본적인 연습실 제공도 하지 않았고 국립오페라합창단 출신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공연 기회조차 보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3년이 지나면 상임으로 공연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1년짜리 계약과 열악한 노동조건 그리고 상시적인 차별을 견디며 2년을 버텨왔다. 그러나 2년 후 더 큰 상처를 안고 거리로 내몰렸다. ‘나라오페라합창단’을 통해 사태를 우선 일단락 짓고 장기적으로는 상임화하겠다 했던 부처 담당자들이 바뀌자, 정부는 기존의 약속은 물론이요 최소한의 책임조차 내팽개쳐버린 것이다.

2011년 4월, 재계약 시점이 되자 고용노동부는 조합원들에게 ‘1년 뒤 계약 종료에 따른 이의 제기와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에 싸인할 것을 종용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담당자들은 나몰라라 했다. 결국 12명의 조합원들이 다시 투쟁을 시작했다.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만큼 음악계에서 이슈가 되거나 세간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정부의 약속을 순진하게 믿었던 조합원들은 이제 조금은 단단한 노동자가 되어 투쟁의 거리에서 노래한다. 1년 반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시간마다 혜화동 문화체육관광부 앞 목요집회를 이어오며 지난 3월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문제 해결에 대해 노력하겠다 했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도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여러 투쟁사업장 문화제에서 멋진 노래를 선보이며 긴 투쟁에 지친 동지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연대투쟁에도 열심이다.

'국립'이라는 이름을 앞에 붙여놓고 예술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비정규직화하는 정부 정책, 자기가 한 약속을 무책임하게 내쳐버리는 관료들에 맞서 힘겹게 투쟁해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4년 8개월의 긴 투쟁을 이어오는 동안 조합원은 단 4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늘 품고 살아가는 노래의 꿈과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가 만나는 온전한 무대로 돌아가기 위해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동지들은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다. 투쟁의 거리가 아닌 오페라 무대에서 동지들의 멋진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날까지, 연대의 힘으로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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