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열사의 죽음, 어떻게 되갚을 것인가?

by 철폐연대 posted Nov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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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전태일 열사의 길을 따라 죽음을 택한 최종범열사.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죽은 이들은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큰 과제를 던진다. 우리가 기꺼이 그 과제를 짊어지려면, 우리가 바꿔야 할 문제                              최종범 열사의 죽음, 어떻게 되갚을 것인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013년 전태일 열사의 길을 따라 죽음을 택한 최종범열사.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죽은 이들은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큰 과제를 던진다. 우리가 기꺼이 그 과제를 짊어지려면, 우리가 바꿔야 할 문제를 명확하게 봐야 하고 우리 스스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없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일해도 가난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최종범열사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다. 이건희는 자산이 12조원으로 세계 100대 부자 안에 들었다고 한다. 주식배당액은 이건희 700억, 아들 이재용이 120억원으로 삼성전자 예상순이익의 3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휴일도 주말도 없이 일을 하고도 월수입 15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로 생활해야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가난한 것은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만드는 왜곡된 구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건당 임금제도라는 악독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없는 건당 임금제도는 노동자들이 수리를 할 때마다 그 건수를 계산해서 임금을 주는 제도이다. 이러한 건당 임금제도는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많이 나는 업종에서 발달해왔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주로 외근을 하기 때문에 관리통제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기업들은 이러한 임금체계를 선호했다. 예를 들어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질주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배달을 할수록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당 임금제도가 발달한 업종은 이후 특수고용으로 전환되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건당 임금제도는 수요 변동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모두 떠넘긴다는 점에서 악독한 임금체계이다. 노동자들은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고 삶을 계획할 수 잇어야 한다. 기업은 이런 변화를 예측하여 대응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건당 임금제도,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의 건당 임금제도는 수요 변동을 모두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니 기업들은 언제나 이윤을 낼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항상 삶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건당 임금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해마다 물가도 오르는데 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제자리이니 노동자들은 알아서 경쟁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회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아서 알아서 회사를 떠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삼성전자서비스는 A/S에 필요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켰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특성상 차량유지비가 많이 드는데 회사는 이것을 일부만 부담했다. 공구도 노동자들이 돈을 들여서 샀다. 노동자들이 회사에 고용되어서 일을 하는데도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는 그것도 모자라 고객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노동자들에게 대납시켰다.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는 그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왜곡된 건당 임금체계와 대납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경쟁시키며,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서 결국 엄청난 이익을 올리면서도 노동자들은 가난하게 만들었다. 이런 왜곡된 임금체계는 사라져야 한다.


진짜 사장인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책임 회피

전자회사에서 A/S는 필수적인 업무이기에 회사는 A/S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와 부품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업무를 외주화하여 삼성전자서비스를 만들었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지분의 97%를 갖고 있는 회사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서비스 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이윤 창출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독자적인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한 회사를 설립해서도 안 된다.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 14조원은 그것을 산 구매자들이 A/S를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여 구매한 금액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서비스라는 회사를 만든 순간 삼성전자서비스는 독자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게 되고, 그것은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의 부담으로 가거나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서비스로 인한 이득은 모두 누리면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니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서비스 업무를 외주화하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또다시 용역업체들에게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모든 책임을 아래로 전가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용역업체 사장들은 대부분이 삼성전자 혹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낙하산 인사로 내려와있는 것이다. 직접고용의 형식을 파괴하고 복잡한 하도급 구조를 만들게 되면 당연히 중간착취가 많아지고 최말단의 노동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도 A/S는 필수업무일 수밖에 없다. A/S가 잘 되는가에 따라서 기업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계속 구매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에서 외주화된 삼성전자서비스는 외양으로는 독자적인 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대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겉으로는 용역업체들을 활용하여 외주화를 했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모든 업무를 지시해왔던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노동자들을 채용하고 교육·훈련을 시키고,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평가도 한다. 수리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제공하고 관리한다. 협력업체의 사장들은 말이 사장일 뿐, 사장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를 대행하여 협력업체를 관리·운영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는 아무런 실체가 없는 위장도급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삼성전자서비스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는 자신들이 사용자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면서 면죄부를 주었다. 불법파견이라고 볼 만한 여지는 상당히 있으나 서비스산업의 특성상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S업무의 특성상 원청이 직접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도급의 외양을 띠고도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적으로 관리업무를 해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A/S라는 업무의 특성상 이 업무는 절대로 도급을 주어서는 안되는 업무라고 이야기해야 정확하다. 그런데도 삼성의 장학생인 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업종의 특성을 들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사용자가 사용자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들의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노동자들이 나서서 권리를 주장하려고 할 때에는 자신들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 이런 간접고용 시스템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또 다른 원인이다.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 이를 비호하는 정부

‘삼성’하면 노조파괴가 생각날 정도로 삼성은 혹독한 무조노정책을 이어왔다. 2013년 10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을 통해서 삼성그룹 전체의 노조파괴 전략이 폭로된 바 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불만이 있고 노조 설립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들을 ‘문제인력’이라고 부르며 평소에 감시와 근태체크 등을 하되,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한다. 어용노조 설립도 지시하되, 가능하면 어용노조 설립보다는 노사협의회 강화로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노총과 검·경, 노동부의 협조를 얻어 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하거나 노조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에 대해서 채증하여 징계하거나 사법처리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또한 고액의 손해배상과 가처분으로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언론을 동원한 이데올로기 유포도 주문한다.
이쯤 되면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원천 부정하는 조폭집단이다. 이것은 단지 문건이 아니라 실제 에버랜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과정에 대한 대응평가에 근거한 실행지침이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이러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압력이 이루어졌다. 노조탈퇴 협박이 가해졌고 조합원들에 대한 표적감사를 통해서 징계사유를 찾아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음으로써 생계가 어려워지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도 삼성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  
이런 탄압은 삼성전자서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가 사회적인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노조파괴라는 헌법파괴 행위가 정당하게 인정되었고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전문업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유성기업, 한국3M,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이대병원공과 영남대병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창조컨설팅의 노조탄압행위가 판을 쳤다. 게다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적인 노조탄압에도 사회적인 비난 여론이 크지 않자, 기업들은 대범하게 물리력까지 동원한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불법’의 낙인을 찍고 기업들의 파업파괴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과 제도와 언론과 사법당국과 경찰과 노동부의 합작품이다. 삼성의 영향력이 판치는 언론계와 경찰·검찰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온하게 여긴다. 그래서 언론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만을 보도하고,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투쟁하는 이들을 폭도로 몰기도 한다. 노동부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눈감고, 경찰과 검찰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측을 처벌하는 대신 노동자들의 작은 행위에 꼬투리를 잡아 사법처리한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에 나오듯이 검경, 노동부과 언론과 사측의 협조체계 구축은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런 총체적인 탄압 속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법과 제도로 보장받지 못할 때 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 뿐이다. 노동자들은 단결하고 조직함으로써 권리를 찾고자 애를 쓴다. 그러나 그 단결의 권리, 투쟁의 권리마저 봉쇄되면 노동자들은 자기 목숨을 내버리거나 고공농성을 하거나 단식을 하는 등 극단적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리고 불만은 쌓여간다. 노동자들 속에 쌓인 울분을 우리가 투쟁으로 만들어야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생기고 죽음이 아닌 삶을 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투쟁이 필요하다.


반재벌 투쟁을 시작하자

최종범열사는 유서를 통해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자기 힘으로 문제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는 민주노조운동을 보면서 자기 한 목숨 희생해서라도 노동자들이 떨치고 일어서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것은 최종범 열사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메시지이다. 우리가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종범 열사는 스스로 투쟁의 불씨가 되고자 한 것이다. 최종범 열사의 뜻을 제대로 잇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싸움을 만들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를 위하여 거대악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재벌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사회 노동자들의 83.7%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100인 미만 사업장의 많은 부분이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거나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설령 직접적인 하청관계가 아니더라도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대다수 기업들이 하청계열화 했고 대기업들은 하청업체들에게 단가인하 압력을 행사하거나 영세사업장이 있는 업종을 잠식해가거나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수탈하면서 더욱 덩치를 불려왔다. 그리고 그 힘과 그 자본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등 사회적 힘을 더 키워왔다.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유성기업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제대로 하려고 해도 현대자동차가 가로막고 노조를 탄압하도록 유도하는 등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도 직접 개입했다.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게 되고, 그러다보니 대다수 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고착되고, 일감을 갖고 하청업체들을 통제하는 재벌의 수법 때문에 노동자들은 일감을 따라 이 회사 저 회사 옮겨다녀야 했다.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삼성과 현대 등 거대재벌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노동자들은 단지 그곳에 직접 고용되어 있거나 그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삶이 왜곡되고, 그들의 노조탄압 수법과 노동권에 대한 박탈이 전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를 넘어 재벌에 대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은 단위사업장 문제를 넘어서는 투쟁과제로서 ‘제도적’인 문제에 집중해왔다. 그러다보니 투쟁의 대상은 주로 정부였다. 물론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각종 법률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간접고용의 문제, 즉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제도적으로 물어야 하며, 간접고용을 정당화하는 사내하도급법도 상정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제도 투쟁은 그것이 ‘제도’ 혹은 ‘법’이라는 이유로 ‘야당’에 기대는 방식으로 왜곡되어왔다. 정부를 상대로 야당에 기대어 투쟁하는 동안 재벌들은 힘을 키워 공권력과 법과 제도와 언론을 사유화했다. 이제는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거대악, 재벌이 저지르고 있는 사회적 해악을 폭로하고 그에 맞선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도 지지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청 사용자책임 인정과 간접고용 금지 전선을 만들자

민주노조운동은 그동안 고용형태의 왜곡된 변화, 그리고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다양한 양상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제기된다. 먼저 노동자들을 일 시켜서 이윤을 얻는 자들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부당노동행위도 마음대로 저지르고, 법적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오지 않는 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청소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집단교섭 등으로 원청을 교섭 장소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 투쟁해왔고, 건설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고 원청과 직접교섭을 하기 위해서 투쟁을 해왔다. 이런 투쟁의 결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 원청이 형식적인 수준에서라도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었다.
이와는 다르게 금속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을 중심으로 투쟁을 해왔다. 원래 제조업에서는 파견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므로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파견법에 의거하여 2년 이상자는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초기의 성과에서 후퇴한 것이다. 2003년 인사이트코리아는 파견법에 의한 정규직화가 아니라 하청업체 자체가 실체가 없으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런데 ‘불법파견’이 중요한 기준이 되자, 노동부는 불법파견의 판정기준도 엄격하게 만들고, 기업들은 불법파견이라고 지목될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형식만 바꿔서 마치 진성도급인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파견으로 인정되기도 어렵고, 똑같은 불법파견의 희생자인데도 2년 이상 일했는가 아닌가에 따라 처지가 달라진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에 합법파견법 조항을 적용하는 바람에 2년 미만으로는 마음대로 파견을 사용하도록 면죄부를 주기도 하고, 대기업들은 불법파견 판정이 나도 마치 선심쓰는 것처럼 신규채용 형식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한다. 이제 ‘불법파견’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유력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불법파견이 아닌 간접고용을 문제삼아야 한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집단 조직화와 집단 투쟁을 통해서 직접고용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도 직접고용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투쟁하고 있다.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직접고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고용 자체가 용인되어서는 안되는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간접고용 금지’를 이야기할 때이다. 그래야 지금 새누리당에서 계속 추진하고 있는 사내하도급법 따위로 사내하청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파고 들어올 틈이 없어진다.
또한 간접고용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수익을 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당연히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고용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만이 사용자로 인정되었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이들이 사용자로 간주되어야 하고, 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섭과 투쟁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청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서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다. 이제는 간접고용 금지와 원청 사용자책임 인정 투쟁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전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역과 중앙 모두에서 투쟁의 연대망을 구축하자.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노동조합은 ‘소송’을 중요한 전술로 생각했다. 체불임금과 불법파견에 대한 집단소송을 통해서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조직을 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체불임금이나 불법파견이 아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위장도급은 너무나도 명백해보이지만 법적인 권력과 자원을 갖고 있는 삼성과의 싸움에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도 그것을 이행하지 않고 그 사이에 노동자들을 협박하여 조합을 탈퇴시키고, 꼬투리를 잡아 핵심적인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시간을 끌면 노동자들이 버티기는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소송’이 아니다. 현장에서의 투쟁이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 현장대응 투쟁은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 문건은 핵심들에 대한 표적해고, 그리고 나머지 조합원들에 대한 탈퇴 압박과 회유로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종범열사도 그런 현실에 울분을 느끼며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부터 힘을 다시 구축하면서 기세를 만들고 삼성의 노무관리전략을 파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흩어져있는 현장 조합원들의 힘만으로는 이 탄압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대위를 전국화하고 지역별로 투쟁의 연대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최종범열사 분향소 설치를 시작으로 하여 지역별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 현장에서 그동안 함께해왔던 금속노조 동지들과 더불어 지역의 단체,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연대망을 구축하고 현장투쟁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전국적인 투쟁 지원 경험은 노동운동에 많은 경험을 축적해준다. 무력감을 떨치고 전국적인 연대망을 만들어나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삼성이라는 재벌에 대한 투쟁은 현장에서의 투쟁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전선을 형성할 때 가능하다. 사회여론을 확산하면서 투쟁을 지원하고 동시에 삼성이 그동안 해왔던 해악을 폭로하고 이에 맞선 공동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삼성은 사회적으로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운동에서만이 아니라 철거민들, 중소영세상인 등 삼성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과 함께 연대전선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 동지들만의 투쟁으로 내버려두지 말고, 전체 민주노조운동과 재벌에 맞서는 연대투쟁으로 발전시키자. 그를 위해서 지금의 대책모임을 더 확대하여 지역별로 함께할 단위를 모으고 현장에서부터 공동대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자. 전선은 서울에서 만들어가야 하지만 각 현장에서부터 현장탄압을 방어해야 큰 힘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재벌에 맞서는 투쟁으로, 그리고 간접고용의 문제를 드러내는 투쟁으로 확대해가자. 최종범열사의 투쟁이 헛되지 않게 우리가 최선을 다해 싸울 때 우리는 비로소 열사를 마음 속에 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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