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의 문제점

by 철폐연대 posted Dec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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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고, 이것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 전체를 사회적으로 여론화하며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도로 촉구해야 한다. 시간제 노동은 결코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없는 인력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의 문제점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은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대명제로 내세우고 이의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공무원 교사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민간에는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면 임금 및 사회보험에 대한 지원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지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양만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결국 또 비정규직 일자리만을 대거 만들어내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는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있어 왔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여성의 고용을 창출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한편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유연근무제 도입과 단시간 노동 확대를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전일제를 시간제로 전환하는 등의 유연근무제는 고용불안을 우려한 노동자들의 회피로 거의 활용되지 않았으며, 정부의 10% 강제할당 지침에 따라 신규채용이 시간제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11개월 이하의 계약기간을 가진 비정규직이었다. 그럴싸한 이유를 가진 정책이었지만, 결국 여성 노동자들을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몰아넣고, 청년들이 진출할 일자리를 단시간의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시간제법을 통해 시간제 노동을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유형으로 제도화하고자 했고, 그 흐름이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확대 정책은 노동자들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것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공공기관을 강제하고 경영평가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겠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을 바꾸어 시간제 공무원 및 교사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고 있어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정규직 채용분의 일부를 시간제로 돌려 그나마 안정된 일자리를 갉아 먹고, 공무원 ․ 교사 내에 노동시간으로 차등되는 노동자들을 만들어내는 정책이기 때문이며, 게다가 전일제로의 전환은 완전히 막혀 영원히 시간제로 살아야 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원하고, 차별이 없고, 기본적이 노동조건이 보장되며,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양질의 시간제 노동이라고 말하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말뿐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시간제 비정규직을 ‘다양한 정규직’이라 포장하며 만들어 내고 있고, 민간부문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앞다투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11월 26일 정부 부처 주최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드러난 바, 대다수가 2년 이하의 단기 계약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1년 이상 고용하면 ‘상용형’ 일자리라며 기간제로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사회보험 지원을 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면서 고용률 70%라는 대명제를 내걸고, 그의 달성을 위해서는 경력 단절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이 일 ․ 가정 양립을 할 수 있기 위해서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이 만들어지는 시간제 일자리들은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의 불안정한 노동일뿐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시간제 노동은 전일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전에도 비정규직을 활용하던 주변업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정규직 신규채용 일자리를 줄여 청년실업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이렇게 시간제 노동을 만들어 내려는 것일까.

시간제 노동은 노동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의 문제는 다만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문제만이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그 일자리 자체의 비정규직화와 권리 박탈 만이 아니라 노동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노동시간으로 노동자를 분절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따라 나뉘어져 관리되고, 노동자간 이질성이 높아지게 된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따라 전일제 - (풀타임 근무보다 짧은 시간 노동하는 정규직 노동자) - 시간제 노동 -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으로 차등화 된다. 이는 개별 노동자의 노동시간 길이를 유연하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노동시간 관리 전반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은 높아지고 노동자의 통제력은 상실된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에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권과 개입의 권한은 더욱 축소되고 박탈되는 것이다.

또 공무원, 교사 시간제 일자리 확충 정책을 보면 입직 경로 자체를 기존 정규직과 완전히 구분하여,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시간제 노동의 전일제로의 전환 가능성은 시간제 일자리의 질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한편,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 선택권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질 시간제 공무원 및 교사 일자리는 전일제로의 전환이 완전히 차단된다. 전일제로 들어가려면 새로 시험을 쳐야 한다. 연금 적용도 확정되지 않고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시간제 노동자의 생계 보장 문제는 겸직 허용이라는 방식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간제 일자리가 열악한 일자리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이다. 민간에 대해서는 전일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어야 질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용형’의 개념을 1년 이상이면 된다고 하면서 다시 비정규직으로의 활용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직무도 분리된다. 시간제 적합 직무의 발굴이라는 방식으로 기존에 비정규직이 사용되던 업무들이 다시 주변 업무, 단순업무, 교체가 용이한 업무라는 이유 등으로 시간제 직무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면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유로 다시 저임금의 낮은 노동조건이 합리화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간제 적합 직무 발굴 과정은 직무 전체의 재편을 불러오고, 그 과정에서 직무의 가치가 다시 재조정된다. 그런 가운데 노동시간 및 고용의 안정성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시간제 적합 직무는 초기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시도되었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확대되어 많은 기업들이 시간제를 채용하는 업무들을 보면 대다수 주요 업무에 까지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유통산업의 경우에는 불법파견으로 적발되어 무기계약화 했던 업무들에 다시 시간제 노동이 도입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무기계약 전환 대책이나, 불법파견 시정조치에 따라 무기계약화 하는 미약한 고용안정의 조치들까지도 다시 시간제 노동 확대 정책에 의해 비정규직화 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임금 및 보상에서도 문제는 크게 발생한다. 시간제 노동은 기본적으로 시간급제이다. 이는 기본임금에 대한 시간급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조건 전체의 시간에 따른 파편화를 야기한다. 시간으로 분할 할 수 없는 노동조건은 동등하게 적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노동시간에 대응하지 않는 각종 보상들을 축소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승진기준을 시간제의 경우에는 절반만 인정하는 문제는 ‘시간에 비례한 노동조건 보장’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승진에 따르는 근무 연한이 분리할 수 있는 노동조건인가도 의문이며, 승진 기준을 노동시간에 따라 비례하여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임에도 시간제라는 이유로 합리적이고 동등한 조건의 보장인 것처럼 표현되는 것이다. 아무리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하더라도 차별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입직경로의 구분이나 직무의 분리로 인해 차별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시간급제는 노동 자체를 호출노동화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때 그때 필요할 때 시간제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자본은 노동자를 정년을 보장하여 고용한다 하더라도 자본에게 필요한 시간만 일하게 하는 방식으로 호출노동화하게 된다. 이는 결국 노동시간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생활의 불안정까지 야기한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안정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간제 노동은 그 자체 내에 불안정적 요소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 제대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시간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법정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고 차별없는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고용률도 높아질 수 있고, 청년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몰아넣는 일도 없고, 여성 노동자의 경력 단절 문제 해소에도 보탬이 되며,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시간제 노동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수에 집착하는 문제를 넘어 전체적으로 노동의 유연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 지금은 시간제만이 아니라 통상임금 범위 확대 및 정년 연장 등에 따른 임금체계 재편이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려고 하는 시점이다. 또한 교대제 개편과 휴일 근로의 연장근로 산입 등의 문제도 쟁점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시간제 문제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전체적인 노동시간 및 임금의 변화 과정에 함께 놓여 있다. 시간제 도입과 성과주의형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기본임금의 저임금화와 성과급의 변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시간제 노동자에게는 배제되는 차별로 귀결될 수 있다. 또 노동시간 재편은 시간제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전담화, 피크 타임 투입을 통한 노동강도의 강화 등을 야기할 수 있고, 정년 연장과 함께 고령층의 단시간화와 저임금화도 함께 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간제 노동의 문제는 다른 노동조건의 재편과 함께 더 심각한 문제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제 일자리는 무엇보다 자본의 유연한 인력 활용을 시간단위로까지 가능하게 하고 확대하는 주요한 기제가 된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따라 분절되고, 자본은 필요한 만큼 노동자들을 시간 단위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력의 수급은 지금은 직접 고용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곧 중개업체를 통한 시간단위 인력 수급 전략으로 이전, 확대되어 갈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노동과 삶의 극단적인 불안정을 야기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고, 이것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 전체를 사회적으로 여론화하며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도로 촉구해야 한다. 시간제 노동은 결코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없는 인력 유연화의 방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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