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투쟁하자.

by 철폐연대 posted Dec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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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다시 시작되는 청소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이 반갑다. 그러면서도 한편 몹시 아프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자랑스럽다. 그러면서 또 한편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 당했던 권리 침해 실태는 몹시도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노동자들이 존중청소노동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투쟁하자.

연말이 다가오면 해고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물론 연말만이 아니라 계약기간이 6개월, 3개월 등으로 점점 단기화 되면서 수시로 비정규직은 해고되고 있고, 매일 매일 누군가는 ‘계약기간 만료’라는 한 마디로 일자리를 떠나가고 있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해고이지만 따뜻하게 보내야할 연말, 해고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더 추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해 청소노동자들은 “해고 걱정 없는 연말”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었다. 건물이 없어지는 것도, 청소나 시설관리 업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내년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실을 규탄하며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고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해결할 것을 요구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매년 고용불안에 떨고 노동조건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인권 침해조차 잦은 것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간접고용 문제 때문이다.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굳어진 청소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마저 빼앗는다. 그래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아무렇게나 잡일을 시켜도 되는 이들로 간주되어 관리자의 횡포에 시달린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을 하면 용역업체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허깨비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은 업체와 교섭하라며 발을 뺀다. 그리고는 뒤에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시설보호 명목으로 내쫓는 등 갖은 수를 쓴다.

지금도 서울 지역 대학 곳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교섭과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은 12월 16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해 본관을 점거하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만연한 무료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고, 인권이 보장되는 노동현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원청인 대학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서울여대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이 용역업체의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러나 한 달도 되지 않아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노조 탈퇴 압박을 행사하고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경비직에 대해 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노조활동을 방해했다. 노동자들의 조직률이 올라가고 업체와 교섭을 진행하자 학교측에서는 문제 업체와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며 업체와 계약을 해지 하고 직접 노조 탄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식당 및 시설관리 노동자들도 11일부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3명을 해고하였으며, 노동자들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학교측은 늘어난 부수업무를 없애고,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한편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금과 정년보장 문제 등에 대해 교섭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또 투쟁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노동조합을 결성한 광운대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총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학교 이사장이 자신의 자녀의 집 청소나 업무 외의 잔업을 시키는 등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측은 공개 사과 및 노조 활동 보장을 합의했다.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관리자 및 직원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후 집단교섭에 용역업체들이 성실히 참여하도록 원청에서 관리 ․ 감독하는 것도 약속했다.

성과도 있고, 아직 더 투쟁해서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투쟁도 있다. 집단교섭을 통해 여러 하청업체로 갈라진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함께 쟁취하고 고용승계를 보장받고 있기도 하며, 원청을 상대로 직접교섭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청소나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늘 새롭게 조직될 때마다 똑같은 문제들을 본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이 아무렇게나 취급되고 있고, 원하청 관리자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 더 많이 조직하고 투쟁해야 겠지만 청소노동자들이나 청소, 시설관리 노동 자체에 대해 쉬운 노동, 하찮은 업무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이 청소노동자들까지도 하찮은 존재로 치부하는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겠다면서 자회사로 몰아넣고, 노동조건 개선도 크지 않다. 여전히 저임금에 노동자들을 머무르게 하면서 약간의 개선을 자랑하는 현실, 그러면서 오히려 정년을 통상정년보다 단축하여 일찍 퇴사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그 예이다.

이 겨울 다시 시작되는 청소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이 반갑다. 그러면서도 한편 몹시 아프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자랑스럽다. 그러면서 또 한편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 당했던 권리 침해 실태는 몹시도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노동자들이 존중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힘껏 싸워 만들어 내자.


2013년 12월 19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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