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서] 한국GM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by 철폐연대 posted Mar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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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0일, GM대우 사측과 군산공장 노동조합은 새로운 운영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정규직 여유인력은 주로 비정규직이 일하는 KD와 PDI 공정에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은 순환휴직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입장서>
                          한국GM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 GM대우 군산공장 구조조정 합의에 대한 입장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GM 군산공장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

  한국GM 군산공장은 최근 유럽시장 위기로 인해 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행 2교대제를 1교대로 전환하며, 여유인력 1,100명을 감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던 것이다. 정규직 1,700명을 비롯해서 사내하청 1,100명, 사무직 300명 등 약 3,100명이 일하고 있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려해왔다.
  2014년 2월 20일, GM대우 사측과 군산공장 노동조합은 새로운 운영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시간당 생산대수를 줄임으로써 생산물량을 줄이는 대신 현재의 2교대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정규직 여유인력은 주로 비정규직이 일하는 KD와 PDI 공정에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은 순환휴직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순환휴직에 대해서 3개월간은 유급휴직을 하되, 6개월은 무급이라는 안을 내놓았다. 그렇게 휴직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노동부가 평균임금의 50%를 지원하는 휴직자 지원제도를 활용하고, 퇴직자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며 범시민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이후 취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 합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번 합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공정 전환배치’를 통해 정규직 우선 고용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정규직 고용의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전례를 또다시 남겼다. 정규직 여유인원을 비정규직 공정인 KD와 PDI 공정으로 전환배치하면 당연히 비정규직이 쫓겨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삼는 순간, 노동자들은 왜곡된 구조조정에 저항하기보다는 자신보다 약자를 쫓아냄으로써 살아남고자 한다. 그러면서 노동자 단결의 가능성은 훼손되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돌입함으로써 노동조합은 무력화된다. 지금은 KT인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2000년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방치하고, 그 이후에는 여성노동자들의 분사화를 방조하고 침묵하며, 강제 희망퇴직자들이 발생했을 때에도 침묵했다. 그 결과가 지금처럼 경쟁과 죽음이 난무하는 회사와 침묵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번 합의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해 3개월 유급 순환휴직, 6개월 무급 순환휴직이기 때문에 총고용을 보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급휴직이 얼마나 끔찍한 구조조정인지 2009년 GM대우 부평공장의 사례가 보여준다. 그 때에도 동일하게 정규직을 비정규직 공정에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들에 대한 무급순환휴직을 실시했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가 폐업을 하고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게다가 무급휴직이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생계가 극도로 어려워진 노동자들은 결국 퇴직을 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했다. 노동부가 생계의 50%를 보장한다고 해도 이 돈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총고용 보장이라는 명분을 만들고 비정규직들이 스스로 그만둔 것처럼 위장하여 쫓아내는 무급순환휴직이야말로 참으로 악질적인 정리해고 방안이다.
  범시민대책위원회 차원에서 퇴직한 노동자들에 대한 취업대책을 마련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묻고 싶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정말로 안정적인 일자리인가?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2009년 GM에서, 2012년 통영에서 우선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취업대책을 이야기했고 돈도 많이 지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비정규직들이 그 혜택을 받았는가? 그렇게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여 가족들이 떨어져 살아야 했고, 간신히 일자리를 구해도 불안정한 임시직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누구나 함부로 내쫓겨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살기’보다 ‘나만 살아남기’를 택한 노동자들은 기업의 구조조정에 순응하기 때문에 자기 일자리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당장은 정규직 고용이 보장된 것처럼 보여도, 이 합의로는 글로벌 경영위기라며 세계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GM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없다. 과연 GM군산공장의 노동자들은 ‘함께사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극 조직하고,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를 대표하여 발언하게 하고, 비록 모두가 조금씩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함께사는 방법을 찾는다면 노동자들은 더 단결할 수 있을 것이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너무나 쉽게 무력화되는 시대, ‘함께 사는 길’을 택함으로써 그 권리를 찾기 위한 연대를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힘과 명분이 생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호소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권리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동안은 혹시라도 고용안정이 될까 기대하며 버티기도 했을 것이고, 때로는 포기했기 때문에 나서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무급휴직으로 밀려나면 생계가 유지될 수 없고, 업체도 폐업해서 쉽게 돌아올 수 없으리라는 것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대표해야 하고,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이야기해야 한다. GM 부평공장의 노동자들과 창원공장의 노동자들이 매우 어렵고 힘든 싸움을 해야 했지만,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에 현장으로 돌아갔다.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가 함께할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쫓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뭉치고 이야기하자. 더 이상 잃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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