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을 기억하자.

by 최은실 posted Apr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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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로써, 일하다 죽어간 많은 생명들을 기리는 날이다. 1993년 태국의 한 장난감 업체에서 화재로 사망한 188명의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국제자유노련(ICFTU)이 1996년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을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는 2001년 제1회 4. 28.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을 기억하자.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로써, 일하다 죽어간 많은 생명들을 기리는 날이다. 1993년 태국의 한 장난감 업체에서 화재로 사망한 188명의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국제자유노련(ICFTU)이 1996년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을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는 2001년 제1회 추모 행사를 시작한 뒤 2014년 14회를 맞이했다.
이번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은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전 국민이 애도하는 세월호 사건 역시 기업이윤에 눈이 멀어 낡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안전설비를 갖추고, 평형수를 빼버려 승객의 목숨을 나몰라라 했던 기업주, 이에 편승해 이익을 얻었을 관련 업체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단기 계약직으로 채워진 승무원들, 그리고 이에 결탁한 관료, 무능한 당국에 의해 수많은 생명이 힘없이 꺼져버린 것이다. 깊은 원망과 슬픔은 기업의 탐욕이 비단 노동자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얼마나 쉽게 빼앗기는지 알게 하였다.
비단 세월호 사건 뿐 아니라, 올해만 들어서도 큰 기업사고가 계속적으로 발생했다. 1. 31. GS칼텍스 여수 기름 유출사고, 4. 4. 에쓰오일 울산 기름유출사고, 4. 20. 삼성 SDS 화재사고, 4. 22. 현대중공업 화재사고, 4. 28. 아모래퍼시픽 화재사고 등 언제든지 대형사고가 발생할 전조는 충분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3. 6.부터 4. 21. 사이에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에서 총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총 6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죽었으나, 언론에 제대로 조명되지도 못하고 묻혀버렸다.
세월호, 현대중공업 사건 등을 비롯해 각종 사고는 어쩌다가 발생하거나 운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설비도 갖추지 않고, 무리한 일정으로 과도하게 일을 시키면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사업주의 직접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다치고 죽으면 이를 숨기고 은폐하기에 바쁠 뿐, 구조가 바뀌거나 상황이 변화되지 않는다. 때문에  사고가 다시 발생하는 필연이고, 사고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OECD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실질소득 인상률 최하위, 최저임금 수준 최하위, 소득불평등 수준 최상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로 발표되고 있는 반면 노동성장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즉, 노동자는 만성과로와 저임금 상태에서 일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은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만성과로로 인한 피로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고는 필연이다.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과실을 요하지 않는다. 과도한 노동강도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속에서의 산재사고는 노동자의 과실이 아니라 필연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왜 생기는지, 왜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지, 왜 병에 걸리는지를 몰라서 산재사고가 많은 것이 아니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더라도, 당장의 기업이윤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이다. 돈보다 사람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당연한 명제를 잊지 말자. 최소한, 달력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을 더 많이 기억하고 함께 할 때, 단 한명의 노동자가 더 다치고 죽기 전에 노동자를 보호하고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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