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권성동의원, 근로기준법 개정안 대표 발의에 대하여

by 철폐연대 posted Oct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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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권리와 관련된 중요한 의제 하나가 노동부의 잘못된 법해석으로 왜곡되어 있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법 개정이라는 맞지 않는 카드를 들이밀고, 여야가 합의를 해오다가 자본의 눈치를 보느라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전 과정을 무시하고 자본의 입장깃털보다 가볍게 취급되는 노동자의 권리
: 새누리당 권성동의원, 근로기준법 개정안 대표 발의에 대하여

지난 10월 2일 새누리당 권성동의원 등 15인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제약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노동계로부터 장시간 근로와 실질임금 하락을 유도하는 법안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시간과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은 세 가지이다. 첫째, 주당 총 노동시간에 대한 부분이다. 개정안은 먼저 근로기준법 정의 규정에서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로 규정하였다. 이것의 의미는 기존 고용노동부가 주간 법정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한도, 이에 휴일근로를 별도로 바라보아 추가 연장근로가 발생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야기되는 것에 대해 노동계에서도 1주간을 휴일을 포함한 7일로 규정하여 고용노동부의 왜곡된 해석을 제어하고자 했던 바 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1주간에 법정노동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에 더하여 노사간 서면합의에 따라 1주간 20시간까지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간 총 노동시간은 60시간까지 늘어나게 될 여지가 생겼다.

둘째, 1주간을 7일로 규정하여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게 하자는 기존 논의와 다르게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삭제’해서 오히려 연장근로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약화시켰다. 근로기준법 제56조 가산인금에 대한 부분인데, 기존에는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에서 ‘휴일근로’를 삭제한 것이다. ‘휴일’은 노동자의 근로의무가 면제되는 날로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휴일을 늘리는 것이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이고 또 필요한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서는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휴일’에 일을 시켜도 사용자에게 추가적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여 사용자의 비용 부담 완화, 노동의 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휴일의 의미까지 약화시키고 있다. 가산수당의 부과는 사용자에게 초과 노동에 대해 비용적 부담을 부과하여 장시간 노동을 제어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 이를 감하여 주는 것은 장시간 노동을 제어하는 힘을 그만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개정안 발의 취지와 정면으로 반하는 부분이다.

셋째,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비롯한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여러 제도적 조치들이 포함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기존 2주에서 1월,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새누리당이 예전부터 추진하고자 했던 개악안이 포함되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경우 노동시간의 불안정성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도 포함되었다. 이는 초과근로에 대해 이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적립하여 휴가로 사용하게 하거나 휴가를 미리 사용하고 이를 이후 초과노동으로 보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노동자의 수당청구권을 약화시키고 휴일이 제대로 된 휴일로서 기능하기도 어렵게 된다. 사용자는 노동자가청구한 휴일에 대해 필요시 시기변경권을 사용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도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휴일을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노동자의 휴일은 사용자가 일이 없을 때 강제로 소진하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대신 수당은 사라지게 된다.

개정안을 발의한 권성동 의원은 현행 최장 68시간 노동이 가능했으나 이를 60시간까지 단축하는 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최장 노동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최장한도 12시간, 즉 52시간이다. 이를 기존에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를 별도로 간주하여 52시간 + 16시간인 총 68시간까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 왔던 것이다. 그러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잘못되었고, 그에 대해 법원에서도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산입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지자 해당 내용의 법적 정비가 논의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해석만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수차 확인하였으나, 정부나 새누리당은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몰아, 지금처럼 전반적으로 노동시간 관련 법제를 후퇴시키는 안을 제출한 것이다.

그간 관련 쟁점에 대해 국회에서도 여야간 논의들이 진행되어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논의조차 무시하고 새누리당이 독단적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고, 내용 또한 논의되어 오던 수준보다 훨씬 후퇴시켜 제출한 것에는 재계의 상당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법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한때 공동발의에 참가한 의원 3인이 철회를 위한 서명부에 서명을 하는 등 법안의 철회가 시도되기도 했다. 결국 철회는 취소되었지만, 이 법안을 둘러싼 헤프닝은 노동자의 권리가 얼마나 가볍게 취급될 수 있는가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 권리와 관련된 중요한 의제 하나가 노동부의 잘못된 법해석으로 왜곡되어 있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법 개정이라는 맞지 않는 카드를 들이밀고, 여야가 합의를 시도해오다가 자본의 눈치를 보느라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전 과정을 무시하고 자본의 입장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개악안을, 그간 정부에서 꾸준히 추진하고자 했던 노동시간 관련 개악안을 통째로 세팅해서 제출했다. 결국 노동자 권리가 아니라 자본의 요구를 성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의 표명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노동자들은 대응해 줄 것이다. 깃털보다 가볍게 취급되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얼마나 강하게 싸울수 있는지, 그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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