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동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by 철폐연대 posted Sep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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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를 했다. 그 합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기업편향적인 정책으로 일관해왔던 정부, 그리고 기업, 언제라도 정부에 굴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한국노총이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해왔던 이들은,                                 노동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9월 1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를 했다. 그 합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기업편향적인 정책으로 일관해왔던 정부, 그리고 기업, 언제라도 정부에 굴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한국노총이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해왔던 이들은, 청년일자리를 앞세우지만 결국 청년의 미래와 현재 일자리를 빼앗고, 해고를 자유롭게 만드는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반대한다.  


임금을 개별화하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노사정합의문에서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고용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겠다고 말한다. 이 때의 임금체계 개편이 고용친화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임금깎기’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에 불과하다. 임금체계 개편이 ‘임금깎기’인 이유는 직무성과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함으로써 기업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무와 성과는 기업이 결정하며 개별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그 경우 노동자들은 개별로 기업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임금총액은 줄어든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하고, 노사정위원회는 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일상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일반해고 도입
이번 노사정 합의에서는 ‘일반해고와 관련된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저성과자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절차를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하고 판례를 축적하여 이후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의 귀책사유가 없다 하더라도 대규모 해고를 가능하게 만든 법이다.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손쉬운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그것도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개인들을 해고할 수 있는 제도를 원했고 그것이 바로 ‘일반해고’이다. 그런데 이번 노사정합의는 ‘일반해고’를 넘어서 ‘근로계약의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일반해고를 허용할 뿐 아니라 기업들이 채용과 인사평가, 임금과 승진, 배치전환, 해고 등 전반적인 근로계약에 대하여 법을 개악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 개악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기간제와 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합리화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 말은 이미 정부가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에서 밝힌 바, 기간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자에 한해서 업종제한 없이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용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반영토록 한다’고 해놓아서 이후 법을 개악할 때 야당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대로 입법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기간제 사용사유제한이나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 등은 ‘합의’로 하여 정부나 기업이 반대하면 의제로도 올리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내하청을 합법화하는 상생협력 방안
이번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서는 ‘원하청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때의 ‘원하청 상생협력’은 중소부품업체와 대기업과의 관계가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이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의하면 이 때의 원하청은 대기업의 사내하청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보듯이 대기업 사내하청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구조이다. 그런데도 ‘원하청 상생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하고, 공동훈련지원이나 산업안전 공동대응체계 구축, 성과공유제 등을 통해서 원청이 사내하청에 개입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사내하청은 없어져야 할 고용구조이며, 원하청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중소부품업체와의 관계에서 강제력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노동시간 연장
이번 노사정합의에 보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에서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최장시간을 일한다. 청년일자리를 늘리려면 당연히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 보면 주 40시간 기본노동시간에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여기에 더해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함으로써 “52시간+α”라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면 단위시간당 노동비용을 줄어든다. 그래서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체제를 선호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리는 특별연장근로는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라도 이번 노사정합의처럼 통상임금의 범위를 좁혀서 연장근로수당을 줄이기보다는 더 많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청년고용을 빙자한 대기업 지원 대책
정부는 이번 노사정합의가 청년일자리를 위한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다보니 청년고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청년일자리’는 모두 추상적인 이야기로 뭉뚱그려져 있다. 정부는 청년고용을 위한 어떤 강제적 조치도 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들이 청년채용을 하면 세제혜택을 주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고용에 활용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는 대책이 없다. 대부분의 청년정책은 ‘노력’에 불과하다. ‘청년일자리’가 명분에 불과하며 결국은 대기업에 각종 지원 혜택을 주는 것일 뿐이다. 정말로 청년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인턴이나 직업훈련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속되고 있는 각종 불안정한 일자리를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하고, 기업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며, 대기업 중심의 노동정책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할 뿐이다. 이 정책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며, 경제도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쉽게 해고당하고 임금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비정규직 채용으로 고용불안을 감내하는 것, 이것이 기업에게는 노동시장의 효율성일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권리가 없는 숨막히는 노동체제일 뿐이다. 이런 상태로는 어떤 노동자도 행복할 수 없고, 미래를 꿈꿀 수도 없다. 노동자이 권리의 주체가 될 때에야 제대로 된 노동이 가능하다. 모든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가 있고 생활할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 아래 노동의 현실을 다시 바꾸어나가야 한다.  

                                    2015년 9월 14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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