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0대 국회의 책임 방기, 특수고용 고용보험 적용 배제 결정을 규탄한다.

by 철폐연대 posted May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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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20대 국회의 책임 방기,

특수고용 고용보험 적용 배제 결정을 규탄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직과 해고로 많은 노동자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무급휴직과 해고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저 일감을 잃고 소득을 잃고 생계의 위협을 겪고 있는 이들이 바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4월에서야 뒤늦게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등 특별지원’에 특수고용 등을 포함하여 월 50만원씩 두달간 지원한다는 단기처방을 냈을 뿐이다. 이 마저도 지자체에 맡겨져 지역별로 ‘특수고용’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이 작은 지원에서조차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5월 초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으로 그 지원을 보완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임시 처방일 뿐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달라질 것이라고 연일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임시 처방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며, 정작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도를 갖추는 일은 외면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생계 위협에 대응해 정부와 국회가 바로 착수해야 할 것은 바로 고용보험 적용을 통한 안정적 생계보장의 제도화였다. 그러나 고용보험 적용 논의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는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을 전후해 급히 추진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또다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권리에서 배제했다.

 

지난 5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특수고용과 예술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 심사하였다. 그 결과 예술인에 대해서는 특례 방식으로 고용보험법 일부를 적용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음 국회로 넘겨버렸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겪으면서 어느 때보다 고용과 생활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이 때에,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해 누구보다 고용안전망이 필요한 노동자들에 대해 고용보험의 적용을 배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논의의 시작부터 애초 특수고용은 제쳐두고 예술인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자고 의견을 피력했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경계에 있다고 주장하며, 사용자로서 보험료를 부담할 자가 누구인지, 자영업자로서 임의가입이 가능한데 왜 논의의 대상이 되는지 등 법안의 처리에 이견을 보였다. 또한 고용보험 적용에서 사용자의 지위를 인정하게 되면 근로기준법 등 여타 노동법에서의 지위와 연관될 수 있다고 하면서 노사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아야 하고, 예술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를 해 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은 하루 이틀 사이에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종속적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제대로 인정되고 있지 않아 노동조합 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용관계에서의 보호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하기에 노동자성 인정과 사회보장의 적용은 특수고용 노동형태가 사회에 등장할 때부터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또한 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의무적용을 공약으로서 약속해 왔었다. 그리고 심지어 2018년 7월 고용보험위원회에서는 고용보험 가입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특수고용 노동자와 예술인 등 모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당연 적용할 수 있는 법개정안을 이미 의결한 바 있다. 그 내용이 2018년 11월 한정애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법안 처리를 앞두고는 또 다시 논의의 부족을 이유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권리 보장을 무책임하게 21대 국회로 미루었다. 21대 국회에서의 처리를 약속하며 국회의원들끼리 다시 환경노동위원회 성원으로 와서 특수고용 고용보험 처리를 하자고 약속하는 모양새에서 성실함보다는 노동자의 절실한 생계를 다음으로 미루어 놓고도 최선을 다했다고 포장하는 가장된 선의를 읽을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은 세비를 받아 활동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매우 불성실했으며,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무시한 채 막바지 성과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놀음을 했을 뿐이다.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 또한 마찬가지다. 정작 법안을 제출한 한정애 의원까지도 특수고용에 대한 고용보험 법안이 먼저 제출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특수고용 적용까지 논의하면 예술인에 대한 법안 조차도 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우선 예술인에 대한 내용을 처리하자는 것에 동조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합의한 사안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이 스펙트럼이 크고 예술인 정도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보이며, 특수고용을 배제하고 논의할 것이 소위에서 결정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예술인에 대한 부분을 특례형태로 떼어 사전 협의한 조문을 회의에 제시했다.

 

이 과정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애초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참석한 정부,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법안을 처리할 의지가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소위의 논의를 보면서 우리는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절망에 답할 이가 도대체 누구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수단을 잃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활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사회적 공감도 높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만이 아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 이번에 특례 방식으로 적용이 결정된 예술인 노동자들 모두 이미 이전부터 우리의 생활은 무너지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무엇 때문인가? 이들의 노동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자는 있으나, 그에 대해 제대로 책임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노동으로 함께 굴러가고 있으나, 그 권리의 보장에 대해서는 조금도 안중에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런 시국에조차 법안을 만드는 자들은 비용의 부담을 핑계로 든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지불하고, 그에 대한 보장을 받는 것인데 비용의 부담이 왜 핑계가 되는가. 심지어 고용노동소위에서는 사용자들이 그 비용 부담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위원장이 묻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도 벌어졌다. 고용보험의 적용이 필요한 범위를 넓혀 보장할 때 그에 따라 해당 고용관계 혹은 노무제공관계에 있는 이는 당연히 해당 법에 따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왜 사용자측의 동의 여부가 사전 확인이 되어야 하는가. 또한 이 확인은 노동계, 경영계, 공익위원, 정부위원이 모두 참여한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다시 개별 자본의 동의 여부를 우리가 모두 확인해야만 하는가.

 

최소한의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상태와 권리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논의의 과정을 가져왔는지 한 치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렇게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개정안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이런 무책임한 논의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에, 이 논의를 전개한 국회의원들의 21대 국회 처리 약속은 무망할 뿐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제외하더라도 너무도 많다.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 등 권리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이 상당 수다. 고용보험이 최소한의 고용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기 위한 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럴 때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언명으로 선전하고 있는 내용에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오랜시간 고용보험 적용을 요구해 온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요구조차 이렇게 가볍게 외면하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의 내용을 채울 것인가.

 

이제라도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고용안전망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특례로 돌리고, 직종을 나누어 일부를 포괄하고, 자본이 영세하다고 봐주는 등 배제를 우선한 방식으로는 결코 제대로 된 고용안전망을 갖출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의지가 있다면,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에서부터 그 의지를 보여라. 또 다시 배제하고, 권리를 누락시키고, 지금의 산재보험처럼 ‘노동자는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부 직종에 특례로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라.

 

 

2020년 5월 18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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