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 생명ㆍ안전 경시하는 현대제철 경영책임자를 엄단하라!

by 철폐연대 posted Mar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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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도급 금지 규정 꼼수 회피! 중대재해 책임 전가!

노동자 생명ㆍ안전 경시하는 현대제철 경영책임자를 엄단하라!

 

 

 

3월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1냉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대형 도금 용기에 빠져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숨진 A씨는 섭씨 485도의 용해로에서 고체 상태의 아연을 녹여 액체로 만드는 공정에서 일했다. 일명 ‘도금 포트’ 작업이 A씨의 주 업무였다. 이번 재해는 도금 포트에 있던 슬러지(침전물)를 제거하는 작업을 A씨가 홀로 수행하던 중 실족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노동자의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방호막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재해 현장 주변에는 작업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난간이나 방호울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유해ㆍ위험 업무에 해당하는 도금 공정에 감시인을 배치하지 않고 단독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 측은 사고 발생 당시 인명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도금 용기에서 연기가 치솟자 화재가 난 것으로 오인해 119에 화재 발생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제철은 중대재해가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재 다발 기업이다. 지난 15년 새 현대제철 당진, 순천, 인천, 포항 공장에서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무려 30여 명에 달한다. 이번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당진제철소의 경우 최근 5년간 6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2018년 4월에는 당진제철소 도금 공정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도금 용기에 발목 부위까지 빠져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숨진 A씨가 일했던 도금 포트와 동일한 공정에서 일어난 동일한 유형의 재해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고온 설비 작업에 대한 추락 방지 조치 등 적절한 안전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현대제철에서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하기까지 했다. 이 때에도 도금 공정의 유해ㆍ위험 요인에 대한 지도ㆍ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올 들어 노동조합이 2인1조 작업 수행을 위한 인력충원을 회사에 요구했고 지방노동청에는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청했음에도 현실은 요지부동이었다.

매번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현대제철 측은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함께 사업장 안전점검 실시를 공언했고 이번 사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까지 상황을 돌이켜 보건대, 과연 현대제철이 이윤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일터 환경을 수립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중대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 2019년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도금작업, 수은ㆍ납ㆍ카드뮴의 제련ㆍ주입ㆍ가공ㆍ가열하는 작업, 허가대상 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금지했다. 개정산안법이 국회를 통과했던 때에도 숱한 비판이 있었듯이 이러한 조치는 미약하고 허술했다. 위험업무에 대한 도급 금지 범위가 워낙 협소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급 금지 업무에 포함된 도금 공정조차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생겼다. 현대제철은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개정산안법 시행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를 도금 공정에 더 이상 투입할 수 없게 되자, 이른바 ‘별정직’(별도 직군)을 만들어 무기계약직으로 하여금 이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A씨는 별정직이지만 결국 정규직으로 직영 근로자”라고 일축했다.

실상은 어떠한가. 현대제철은 개정산안법에 대응하기 위해 55세 이상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별정직을 채용했다.

법 개정 취지대로라면 기존에 아연 도금 공정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상식적인 해결책이다.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이 유해ㆍ위험 업무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안전보건 의무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사고 위험이 크고 다량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도금 공정에 고령자(만 55세 이상)를 별정직으로 채용해 오히려 사고 위험을 증폭시켰다.

 

만약 현대제철이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별정직이라는 ‘꼼수 채용’ 역시 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기에 이번 중대재해는 허술한 법망을 틈타 위험의 외주화를 지속한 자본의 책임이다. 동시에 노동조합의 거듭된 문제제기와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일터를 방치한 정부 책임이기도 하다.

철저한 사고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어제 새벽에는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할 소식이 들려 왔다. 3월 3일 오전 6시30분경 경찰이 숨진 A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대전지검 서산지청으로부터 발부받아 유족 동의 없이 강제부검을 시도한 것이다. 명백한 산재사망을 두고 고인의 시신을 부검하겠다며 시신 탈취까지 감행했던 이날 검경의 행태는 고인에게 중대재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책임에서 벗어날 방법만 찾고 있는 기업의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기업 편에 서서 중대재해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검경의 행태 역시 결코 좌시할 수 없다.

현대제철에서 반복되는 죽음의 행렬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인력충원을 통해 2인1조 근무체계를 의무화하라는 요구, 유해ㆍ위험 업무를 거부 또는 중지할 수 있는 권리의 요구, 나아가 원하청 고용구조가 낳은 책임 공백과 소통 부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라는 요구는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한’ 당연한 권리이다.

 

이번 중대재해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왜곡된 고용구조, 열악한 노동조건, 기업을 비호하는 국가기관의 행태가 결합돼 빚은 참사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명ㆍ안전을 지키는 데 번번이 실패한 기업이 또 다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중대재해 책임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 처벌하라!

노동자들의 생명ㆍ안전을 위해 현대제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라!

 

 

2022년 3월 4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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