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파견제 선진화? 간접고용의 합법화!

by 철폐연대 posted Jan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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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파견제 선진화? 간접고용의 합법화!

 

 

1월 9일 고용노동부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동규범 현대화’의 세부과제로 파견제를 선진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개선 방향으로 파견과 도급 기준을 법제화하고 파견대상 확대를 제시했다. 이는 2022년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내놓은 권고안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서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제 도입과 더불어 기업이 계속 요구해왔던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이제는 거리낌 없이 하겠다는 의도이다. 

 

1998년 정부는 파견법을 제정했다. 그 때만 해도 이 법의 파괴적 효과에 대해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파견법으로, ‘노동자를 사용하여 이익을 얻는 기업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고용의 원칙이 깨졌다. 기업 마음대로 간접고용을 늘렸지만 파견법에서 허용업종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도급, 하청, 자회사, 용역, 파견 등 여러 이름으로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파견법에 직접 해당하는 노동자들은 소수이지만 파견법은 고용의 원칙을 깨뜨림으로써 수많은 간접고용을 양산하는데 일조했다.

 

기업들은 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어도 되고, 언제라도 도급 혹은 용역계약을 해지하여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거나 노조활동을 방해할 수 있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간접고용을 선호했다.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하여 불법파견 소송을 하고 그에 따라 일부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파견허용업종을 늘리고, ‘도급과 파견’의 구분기준을 완화해서 언제라도 불법파견 소송을 피해가기 위해 정부에 ‘파견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윤석열정부는 기업의 이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것이다. 

 

파견과 도급 구분 기준을 법제화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불법파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업이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해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구분 기준을 세분화함으로써 기업들이 그 기준만 충족하면 설령 간접고용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마치 적법한 도급인 것처럼 위장될 수 있다. 파견과 도급의 구분 기준이 모호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현재 32개인 파견허용업종을 늘리라는 것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기업의 편법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지만 기업들은 ‘도급’의 형태로 위장하여 파견을 할 뿐만 아니라, 일시 간헐적 업무라는 이유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도 파견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은 파견 가능한 업종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파견을 허용하되, 파견을 하면 안되는 업종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모든 업종에서 파견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간접고용을 합법화하겠다는 셈이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임금 중간착취, 고용불안 등 근로조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서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공하고 고용안정과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파견제도 자체가 임금의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제도이므로 공정한 보상체계는 가능할 수 없고, 파견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 특정 업종의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파견이 되어 차별을 비교할 대상도 없어진다. 또한 고용불안을 없애겠다는 것은 2년 이상 정규직 전환 원칙을 없애서 평생 파견으로 일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부는 말장난을 그만하라. ‘파견근로자 보호’를 외치더라도 파견 자체가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와 차별을 전제하는 제도이며, 노동자들을 언제라도 쓰고 버리는 제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에 대한 파견을 사례로 들지만, 그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파견확대는 지금 만연한 간접고용 합법화 시도일 뿐이다. 1998년 파견법 제정 이후 간접고용 확산의 파괴적 효과를 기억한다면 파견법 개악은 용납될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직접고용을 고용의 원칙으로 다시 세워나가며, 그 원칙의 파괴를 용인한 파견법을 없애기 위한 긴 노력이다. 

 

2023년 1월 18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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