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고용서비스 고도화’라는 이름의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책임 지우기

by 철폐연대 posted Feb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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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서비스 고도화’라는 이름의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책임 지우기

 

 

1월 27일 고용정책심의회는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통과시켰다. 고용노동부는 직업안정법을 전부 개정해서 ‘고용서비스기본법’으로서 위상을 정립할 것이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민의힘 임이자의원의 개정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노무중개·제공 플랫폼에 대한 특례 규정을 두고 있는데, 노무중개·제공 플랫폼을 ‘노무제공계약 체결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계약체결을 중개하는 전자적 장치 또는 체계’로 정의하고, 이 플랫폼의 신고의무와 준수사항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업체를 직업중개업체로 간주하여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말에 발표한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안)’에 의하면,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한다는 이유로 자영업자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 이 입법지침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의 보수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노동자에게 업무수행 규칙을 만들고, 업무수행을 감독하거나 평가하며, 일의 선택에 관한 권한을 제한하거나, 노동자가 플랫폼이 아닌 독자적으로 고객을 만나 일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경우 노동자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EU만이 아니라 ILO, OECD 등에서도 이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노동관계법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고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플랫폼기업들은 자신이 설계한 알고리즘으로 노동자를 선택하고 일감을 할당한다. 노동자들의 보수 상한을 정하고, 할당된 일감을 노동자들이 거부하지 못하게 하며, 다양한 규율과 감시체계를 작동하고 노동자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등의 징계로 노동자들을 통제한다. 그런데 어떻게 플랫폼 기업을 직업중개업체로 간주하겠다는 것인가. 플랫폼기업을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당연히 노동자들에게 교섭권도 사라진다. 고용환경의 변화에 따라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하는데, 한국정부는 국제적인 추세와 다르게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고용서비스’ 즉 기업과 노동자를 연결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어야 하며, 고용과정에 개입하여 돈벌이를 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고용서비스’ 자체를 산업화하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수탈을 당하게 만들고, 파견법 등 중간착취도 합법화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랐던 모양이다.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일을 시켜 이윤을 얻지만 단지 그 기업이 플랫폼이라는 전자적 장치나 체계를 활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무중개인’으로 간주하여 사용자책임을 면해주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서비스 고도화’라는 이름의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책임 지우기를 당장 멈추라.

 

2023년 2월 2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고용서비스고도화.jpg

* 사진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실린 '고용서비스 고도화방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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