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자격없는 삼성장학생 박종길 후보,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다

by 철폐연대 posted Apr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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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없는 삼성장학생 박종길 후보,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다

 

새로운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박종길 후보(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현 삼성전자 안전보건 상임고문)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직 이사장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그간 산재은폐를 일삼고 산재인정을 방해하여 온 삼성 출신 인사가 차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전자 반도체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언론과 청부과학까지 동원해서 은폐했던 기업이 아닌가?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산재신청을 막기 위해 돈으로 회유했던 기업이 아닌가? 신속한 구조보다 사고 은폐를 명령하는 재난대응매뉴얼로 화학물질 사고를 은폐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기업이 아닌가? 산재 신청자와 관리자에게 고과 불이익을 주어 산재를 은폐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져온 기업이 아닌가? 공장을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면서 안전보건관리는 고사하고, 독성물질을 불법배출하는 환경범죄까지 저질러 온 기업이 아닌가? 안전보건정보를 감추기 위한 소송에서 패배하자, 자신들이 주장해 온 바를 기어코 법조항으로 만들어 안전보건정보를 은폐하는 기업이 아닌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후보 박종길은 2020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삼성의 안전보건 상임고문이라는 직책에 있다. 안전보건에서 드러난 삼성의 문제들에서 그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나 위에 열거한 문제들 중 일부는 그가 삼성에서 안전보건 상임고문으로 있었던 기간에 벌어졌다. 이런 사람이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된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삼성은 말과 실천이 다른 기업이다. 수많은 문제가 거듭해서 드러나도 삼성은 늘 스스로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거짓선전을 해왔다. 지난 해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공급망에 대해 철저하게 환경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이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한 달 전 베트남의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집단 중독사건에서 드러났다. 37명의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판정을 받았고, 세 명 이상의 노동자가 시력을 잃었으며,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삼성은 베트남 현지 업체의 사기행각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발뺌하지만, 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그간 삼성의 안전관리가 호언장담과는 달리 허술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삼성의 안전보건관리자로 근무했던 노동자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은 베트남에서 협력사 뿐 아니라 삼성전자 자신의 안전보건 관리도 엉망으로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박종길 후보는 안전보건 상임이사로 이러한 삼성의 문제를 직시하고 직언을 했어야 한다. 박종길 후보 본인이 고용노동부에 있을 당시 위험과 책임의 외주화를 지적한 것처럼, 삼성이 메탄올 중독사고의 원인을 베트남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협력사 안전보건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는 등 삼성의 말뿐인 안전관리에 자화자찬만 하는 것을 보면, 박종길 후보 또한 그간 삼성이 보여준 태도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기관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이사장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행정으로 비판받아온 근로복지공단의 변화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높은 산재인정의 벽을 낮추고, 산재를 몇 년씩 질질 끄는 무책임한 행정을 개혁하고, 불친절한 산재보험제도를 개선하는 막중한 과제를 이끌어야 하는 자리이다. 박종길 후보와 같은 사람이 감히 나설 수 없는 자리이다. 공정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자격도 없는 박종길 후보는 스스로 물러서는 게 도리이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중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런 사람을 이사장으로 임명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한 분노가 가볍지 않을 것이다. 노동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은 자격없는 박종길 후보를 공단 이사장에 앉히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2023. 4. 18.

건강한 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사)김용균재단,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반올림지원 노무사모임, 생명안전 시민넷,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사진은 법률신문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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