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소득과 고용 걱정 없이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 도입 촉구 기자회견

by 철폐연대 posted Jul 12,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병수당이 1차 시범사업을 마치고 2차시범사업에 돌입하였습니다. 그러나 2차시범사업은 선별복지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밝히고, 제대로 된 상병수당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자 7월 11일,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건강세상네트워크,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사)시민건강연구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문>

윤석열정부 잔여복지 상병수당정책 철회하고

보편복지 상병수당 도입으로 진정한 아프면 쉴 권리 보장하라!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시민들은 아프면 쉴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꼈을 뿐만 아니라, 아파도 쉬지 못해 일하는 행위로 인해 본인 건강은 물론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보편적 건강보장 실현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아플 때 발생하는 의료비 중심의 보장을 넘어, 질병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공적으로 보전함으로써 건강충격으로 인한 계층하락 및 빈곤화 예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단계 시범사업은 과연 상병수당 본사업이 시민들의 건강과 아프면 쉴 권리를 보편적이고 평등하게 보장할 수 있을 지 심각한 의문이 들게 한다.

 

먼저, 정부는 2단계 시범사업 대상자를 소득하위 50% 취업자로 축소했다. 1단계 시범사업보다 대상자 범위를 대폭 축소한 2단계 시범사업은 상병수당 본사업의 방향이 차별복지로 결과할 수 있음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한국형 상병수당이 ‘보편적 건강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일하는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제도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유급병가, 해고 금지 조항 등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아픈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면 쉴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상병수당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실직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으로 유급병가 및 고용유지를 보장해야 하고, 자영업이나 고용주가 특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유급병가를 지원하여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하여 그 어떠한 제도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세 번째로 시급한 문제는 현재 시범사업을 통한 상병수당 보장액과 보장기간의 보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월급이 이백만원이나, 삼백만원이나, 사백만원이나 관계없이 모두에게 최저임금 60%인 110만원을 보장한다. 아픈 첫날부터가 아니라 못해도 3일은 돈 없이 버텨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2주는 무급으로 버텨야 한다. 4개월 이상 일을 쉬어야 할 큰 병이면 이마저도 지급이 중단된다. 소득이 낮거나 부양가족이 많은 소득자의 상병과, 4개월 이상의 충분한 치료 기간이 필요한 중대상병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중인 유급병가지원제도의 하루 보장액이 생활임금 수준인 8만6천원인 것과 비교해봐도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 보장액은 지나치게 작다. 이미 유사한 제도를 시행중인 외국과 비교하거나 국제노동기구의 권고기준과 비교해봐도 인색하다.

 

네 번째로 65세 이상 노동자이거나 단시간 노동 등 불안정노동 및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병수당 제도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한국사회는 노동연계복지 패러다임에 따라 고령 노동을 일반화하고 있지만, 현재 사회보장 제도는 이들을 대상자로 포괄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하는 노인들의 취약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더욱이 고용이 더욱 분절화되고 파편화되는 오늘날, 불안정노동 및 가사노동을 포함하는 다양한 제도 개선이 시범사업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1단계 시범사업에서 이미 지적한 바,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15세 이상 65세 미만 대한민국 국적자로 그 대상자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특히 이주노동자를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민’을 포괄한다는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이주민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적시에 치료를 받고, 생계 걱정 없이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국적에 따라 다르게 보장되는 것은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형평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상병수당 제도의 목표 실현을 불가능하게 한다. 상병수당은 국적에 무관하게 제도가 필요한 모든 이들을 껴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민주적 상병수당 제도 도입 과정은 그 자체로 문제다. 현재 상병수당 제도의 주체인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도 설계와 시범사업 운영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소득 하위 50%만 2단계 시범사업의 대상자가된다는 것이 도대체 언제, 누구에 의해 결정되었는지 알 수 없다. 다양한 필요 서비스 요구가 있음에도 제도적 개선 목소리가 반영되는 통로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예컨대 서류작업 등 노동자,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상병수당 신청 및 인증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절차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련한 현실화 대책은 2단계 시범사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아프면 쉬는 것, 소득 걱정 없이 충분하게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 가운데 하나이다. 국민들이 아플 때 필요한만큼 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 설계를 통한 상병수당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국민의 요구 및 필요와 거리가 있는 정부 편의적인 제도 운영은 심각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잔여복지 상병수당 철회하고 보편복지 상병수당 도입하라.

하나, 아프더라도 실직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유급병가, 해고금지 등 안전망 마련하라.

하나, 아프면 생계 걱정 없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보장성 강화하라.

하나, 일하는 모든 이들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전국민 상병수당 도입하라.

하나, 이주민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형평한 제도 마련하라.

하나, 제도 설계와 평가에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라.

 

2023년 7월 11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사진은 <참세상>에서 가져왔습니다.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