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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를 훼손하고 무력화하는 시도를 중단하라!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3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충분한 검토 및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치적 상황만을 고려하여 제정됨에 따라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복되는 산재를 막기 위해 2007년부터 논의되어왔으며,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모두 포괄하는 내용으로 법학자, 피해자, 활동가들이 모여서 논의해왔던 법이다. 재계와 국회만이 이 법을 애써 무시하다가, 본격적인 입법활동이 시작되자 그제야 나서서 법안을 훼손하고 후퇴시켰다. 그리고 경제단체들이 또다시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보완입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단체들의 소위 보완입법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를 크게 후퇴시킨다. 
우선, 중대재해의 범위를 좁히려고 한다. 지금의 법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 제외되고, 부상과 질병의 범위가 좁혀진 것이 문제인데, 이에 더해서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를 ‘사망자 1명 이상 발생’에서 ‘동시에 사망자 2명 이상 또는 1년 이내에 2명 이상 발생’으로 수정하고,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급성중독 질병자가 1년 이내 5명 이상 발생’으로 수정하자고 주장한다.

 

둘째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인 ‘경영책임자의 책임 조항’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경영책임자 정의에 ‘사업대표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신설하고 경영책임자를 1명으로 정해서, 경영책임자가 아닌 관리책임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ㆍ보건의무를 좁게 규정하고 그마저도 시행령에 위임규정을 마련하자고 한다. 말로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주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셋째, ‘원청의 의무와 책임’을 축소하려고 한다. 그들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는 하청이 해야 할 일이며, 원청은 이 의무를 하청이 준수하는지 확인하면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예산과 인력과 시설에 대한 권한은 원청이 모두 갖고 있으며, 따라서 안전은 원청이 책임질 때 보장될 수 있다. ‘보완입법’은 자신들이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넷째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 조항이 ‘과잉형벌’이라고 주장하며, 하한형인 징역형을 상한설정으로 변경하고, 양벌규정의 벌금액도 하향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5배에서 3배로 하향하자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고의 중과실이 없거나, 정부가 인증한 안전관리 전문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위탁한 경우는 면책규정을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동일한 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처벌을 낮추고, 심지어 안전을 위탁하면 면책하자는 주장까지 하는 것은 지금의 상태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종사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및 처벌규정’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가 기업의 안전규정 미준수 외에도 근로자 개인의 부주의 행동이 중첩되어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종사자의 벌칙규정을 두자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권한은 있으나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던 책임자를 제대로 찾아 처벌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취지인데, 재계는 ‘작업자 과실’ 논리를 또다시 반복하면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법 시행을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2년간 유예하고, 유예기간 중 발생한 50명 미만 하청 사고에 대해서는 원청 처벌 면제 특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데에 이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계기로 경제계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법을 구체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보완입법 제안이 아니라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기 위한 훼손입법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경제계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도 법안을 후퇴시키는 시행령을 고집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오히려 우리는 경총 등 재계에 묻고 싶다. 도대체 당신들은 한 해에 2000명이 넘게 산재로 죽어가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나 라돈 침대, 불화수소 누출 등에서 드러났듯이 기업에 의한 수많은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겠다는 것인가. 가중처벌도 싫고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는 것도 싫다면 당신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당신들은 사람의 생명을 무엇으로 생각하는가. 생명에 대한 당신들의 무례를 노동자와 시민들은 얼마나 더 참고 보아야 하는가. 경제계는 보완입법 제안을 당장 철회하라. 그렇지 않으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정에서 함께해왔던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의 분노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위해 시행령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유예기간 중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을 감시하고 공동 대응할 것이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2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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