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중앙노동위원회의 탈헌법적 노동3권 제한 시도를 규탄한다.

by 철폐연대 posted Dec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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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중앙노동위원회의 탈헌법적 노동3권 제한 시도를 규탄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2월 30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단체교섭 거부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건에 대해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해당 판정의 의미를 축소 해석하는 취지의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12월 30일, <중앙2022부노139 대우조선해양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판정 관련>)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의무가 있다고 판정을 하면서도, 근로계약관계가 없음을 이유로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단체협약 체결에까지 이르는 것, 그리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내용은 권리의 부정인데, 껍데기는 부당노동행위 인정이라는 탈을 쓰고 있으니 이상할 따름이다.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고,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한다. 원청은 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대화만 하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단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합의에 이른 사항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하는 것은 단체교섭권의 실현에 포함되는 것으로, 구분되는 별도의 권리 항목이 아니다. 단체협약 체결을 부정하는 것은 곧 단체교섭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다. 바로 그런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부른다. 즉, 교섭의무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성실교섭의무를 해태할 수 있다는 해석을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려주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과 지위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고, 그 단결된 힘으로 사용자에 맞서 싸우고, 더 나은 노동조건 등의 쟁취로 나아간다. 그 투쟁의 과정이 또한 노동자의 권리가 구현되는 과정이다. 하기에 노동3권, 즉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자신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권리, 그 교섭의 결과로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파업 등의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일체로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기능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원청이 지배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하청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는 이 일체의 노동3권이 원청을 상대로 행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에게 교섭의무는 있지만, 그것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협약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며,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말로 노동3권을 형해화하는 해석을 법적 근거도 없이 마음대로 내놓았다.

 

그 이유를 근로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법 취지가 다르고, 그에 따라 각 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 사용자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금 근로계약의 형성 여부를 끌어와 협약체결과 단체행동은 안 된다는 식으로 그간 노동3권을 확장시켜 온 법 해석과 판정, 판결의 의미를 모두 뒤집어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마음대로 축소 해석하고, 제한하고, 금지하는 해석을 내리면서, 이에 대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으로 사실상 노동관계상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면제해 주고 성실한 대화의 자세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대화는 하지만 협약체결도, 그를 위한 파업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판정문도 나오기 전에 원청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된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희롱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우리는 오늘 중앙노동위원회의 태도에서 노동관계의 틀을 벗어나 외쳐지는 원청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았다. 노조법 2, 3조 개정을 통해서만이 노동권에서 배제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장,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얻는 자들에 대한 노동관계상 사용자로서의 책임 부여. 그것만이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법 해석과 사용자 편향의 법 해석기관에 의한 노동3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길임을 확인하며, 노조법 2, 3조 개정에 더욱 힘을 더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침해하는 법 해석을 즉각 취소하고,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라.

 

2022년 12월 30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리스트 사진 출처 :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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