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4일 구미4공단 내 외국인기업 전용단지에 입주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LCD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이날 화재로 새카맣게 타버린 공장을 재건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화재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이윽고 회사는 청산 절차에 착수했고,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회사는 불타버린 공장은 물론, 그곳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꿈을 키워 온 노동자들도 모질게 내동댕이쳤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계 외국인투자기업인 닛토덴코의 자회사로 지난 2003년 설립되었는데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비롯한 외투자본을 구미공단에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선 곳은 다름 아닌 구미시입니다. 외투자본을 국내에 끌어들이려 50년간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 취득세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고, 그에 힘입어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18년 동안 국내에서 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오로지 지역 고용지표 개선에만 혈안이 돼 구미공단을 외투자본의 놀이터로 만든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18년과 2019년에도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해 한때 700명이 넘게 일했던 일터엔 화재 직전 60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처럼 지역 일자리 창출은커녕 지자체의 퍼주기 지원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일본 닛토덴코는 작년 공장동 화재를 핑계 삼아 구미공단을 떠나려고 합니다. 전형적인 먹튀자본의 행태가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일과 삶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는 먹튀자본을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투쟁을 결심한 동지들이 있습니다. 작년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에서 금속노조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13명의 조합원들은 먹튀자본에 책임을 묻고 노동권을 지키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동지들의 투쟁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KEC지회 등 구미지역을 넘어 니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한국니토옵티칼)가 있는 경기도 평택에서, LCD편광필름을 납품받아 디스플레이 제품을 만드는 재벌대기업 LG그룹이 있는 서울 여의도에서, 그리고 니토덴코 본사가 있는 일본 오사카 현지까지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철폐연대 10월 투쟁사업장 방문모임’은 어제(10월 19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동지들과 함께했습니다. 옵티칼 동지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노동3권과 노동조합’을 주제로 한 현장교육을 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소장 장귀연 동지의 강연으로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이 많이 지체돼 준비한 강연을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퀴즈도 함께 풀어보았습니다. 정답자들께는 독서의 계절에 어울리는 선물을 드렸는데요. 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쓴 단행본, 그리고 특별히 <작은책>에서 1년 구독권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작은책에서 연대해 주신 구독권은 옵티칼 사무장 동지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자리에는 옵티칼 동지들뿐만 아니라 경북지역 철폐연대 회원 동지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KEC지회,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동지들도 함께했습니다.
이날 낮부터 철거반을 대동한 사측의 진입시도가 있었는데요. 앞서 급박한 투쟁이 진행되었음에도 늦은 시각까지 함께 이야기 나눠 주신 지역 동지들께 특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10월 투쟁사업장 방문모임 진행 소식은 아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오늘 못다 한 이야기는 철폐연대 기관지 <질라라비> 243호(2023-11월)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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