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동법률단체 공동 성명서]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규탄한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에 운송 지원 서비스를 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로 기내 청소와 쓰레기 처리, 수하물 분류·운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이다.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그러니까 재하청업체이지만 이 회사의 지분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00%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이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장이었던 박삼구 본인이다.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비행편수가 줄어들자 회사는 돌아가며 연차를 사용하도록 했고, 노동자들도 일주일 동안의 무급휴직에 동의했다. 그리고 3월 16일, 회사는 6개월 동안 유급휴직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만에 희망퇴직 공고문이 붙더니, 3월 24일에는 무기한 무급휴직을 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고 했다. 직원 470여명 중 100여명이 희망퇴직했고, 360여명이 무기한 무급휴직을 받아들였다. 무기한 무급휴직을 택한 직원 중 170여명은 회사에 ‘선발’되어 지금도 일하고 있다. 희망퇴직도, 무기한 무급휴직도 선택하지 않은 8명은 5월 11일에 정리해고되었다. 8명 중 2명은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남은 6명은 일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회사의 제안 내용은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은 회사가 알아서 정할테니 일단 무급휴직에 동의해라. 무급휴직의 기간은 무기한이다. 추후 경영사정이 좋아지면 복귀시키겠지만, 누구를 복귀시킬지는 회사가 알아서 결정하겠다. 복귀대상자에는 무급휴직자 뿐만 아니라 희망퇴직자도 포함되니 희망퇴직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시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일방적인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시아나케이오의 여섯 노동자는 끝내 정리해고를 당하고 길 위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의문은 간단하다. “적법한 정리해고가 되려면 해고를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러한 의문은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법률은 명백하게 해고 이외의 다른 경영상 조치를 강구하였으나, 부득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해고 당사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라는 정리해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엄격히 적용되어야 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정리해고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 , 회사는 지금도 1/3정도의 직원을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전일 근무는 물론 연장근무까지 시행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처럼 순환근무를 실시하여 고용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무기한이 아닌 2개월의 무급휴직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무급휴직 기간 이후에도 경영상 필요가 있다면 순환근무를 시행하고, 근무일 이외에는 무급처리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결국 코로나19를 빌미로 회사가 무제한의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이고,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거부한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2005. 9. 29. 선고 2005두4403 판결에서 “다른 고용 유지 노력없이 단지 희망퇴직만을 실시한 경우에는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는데,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본 사안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 , 회사는 특별고용유지지원대상으로 지정되었음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일부 직원들의 임금체불소송 때문”이라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말하는 임금체불 소송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요건과도 무관하다. 실제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요건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사전에 고용유지계획서를 제출하여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충분하고, 임금체불 소송이 진행 중인지 여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내용은 관할 고용노동청, 고용노동부 고용유지 총괄과, 고용유지지원금 TF팀 등이 수차례 확인해준 것임에도, 회사는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할 뿐이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금액을 상향하고, 신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였지만, 회사는 끝내 지원제도를 외면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로 내몰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음’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노동자들의 의문은 이어진다. “정부가 기금을 조성하여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하고, 그 첫 지원 대상이 항공산업이라는데, 이 돈은 어디로 갔는가?” 그렇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한다며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만들었다. 총 40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기업을 지원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총 차입금이 5천억원 이상, 근로자 수는 300인 이상인 기업이다. 간단히 말해 ‘빚많은 대기업’만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항공운송 관련 기업 중 위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아시아나케이오와 같은 하청업체에게는 언감생심의 이야기이다.

 

본 사례에서 보듯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위기는 다단계 하청구조의 아래쪽에서 훨씬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고용안정을 위해 마련된 천문학적인 기금이 일자리 위기의 진앙에서 가장 먼 곳에만 지원된다는 현실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재하청업체이지만, 금호아시아나재단이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과 사실상 계열사 관계에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속절없이 정리해고로 내몰린 현실은 그래서 모순적이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이외에도 항공산업에 약 6,600억원의 금융지원, 약 2,185억원의 사용료 감면, 약 5,492억원의 납부유예와 같은 다양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안정을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핵심 과제로 꼽고 있으나, 위와 같은 정부 지원이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일자리 지키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는 코로나19 시대에 취약층 정리해고의 상징적인 사례이다.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규탄한다. 아울러 정부에게는 취약계층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 7. 6.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photo_2020-06-02_13-06-46.jp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