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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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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3년 12월 13일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파견허용 업종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파견허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집요한 시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고령자 파견허용업종 확대는 파견 전면화의 신호탄!


정부는 2013년 12월 13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고용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하였다. 그 안에는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파견허용 업종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파견허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집요한 시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파견확대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시도

국제노동기구는 자신의 목적을 기술한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노동력은 상품이 아니’라고 천명한다. 노동력을 사고파는 행위는 노예노동을 만들고 노동권을 박탈하기 때문에 파견을 엄격하게 금지했던 것이다. 한국의 노동법은 1953년 근로기준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중간착취 금지를 원칙으로 해왔고, 1961년 만들어진 직업안정법에서도 고용관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공급사업’을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그러나 기업들은 ‘도급’의 외양을 띠고 간접고용이자 중간착취인 불법적 고용을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1996년 기업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파견법이 날치기 통과된다. 노동계는 이에 맞서 전면적인 총파업을 벌였지만 결국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래도 노동계의 저항으로 파견기간은 2년으로 제한되었고, 2년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으며, 파견허용업종도 26개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일단 파견을 합법화하는데 성공한 재계는 이후 집요하게 파견 제한을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6년 정부는 파견 대상으로 ‘업무의 성질’을 추가하여 32개 업무로 확대하였고, 2년 이상 고용시 직접고용 ‘간주’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고령자인 파견노동자에 대해서는 2년 이상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간접고용을 합법화한 이후 불법파견도 많이 늘어났는데,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의 결과로 2012년 8월 2일자로 시행된 법령에서는 파견허용업무가 아닌 업무에 파견을 사용하거나 무허가 파견업체를 통해 불법파견을 한 경우 즉시 직접 고용하도록 변화되었다. 정부는 합법파견을 확대하고자 계속 시도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어려워지자 ‘사내하도급법 제정’을 시도한다. 그런데 이 법은 불법파견인 사내하청을 합법화하는 법안으로서 파견에 대한 전면 허용과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의 반발로 지금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현정부가 선결과제로 제출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법제화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2014년 고령자에 대한 파견허용 확대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파견이라고 하는 간접고용 형태를 확대하고 합법화하기 위해서 기업과 정부가 얼마나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파견법의 효과

전체 노동자 중에서 파견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간접고용 금지라는 원칙의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간접고용을 용인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파견 외에 용역, 외주, 하청, 도급, 아웃소싱 등 다양한 간접고용을 활용한다. 하지만 ‘도급’의 외양만 가지고 있을 뿐, 원청업체의 지시에 따라 인력만 공급하는 것이므로 모두 불법적인 간접고용이다. 그런데 파견이 허용되면서 불법 간접고용은 ‘파견이냐 도급이냐’를 검증하게 되고,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이 나면, 합법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 불법적인 간접고용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사례처럼 합법파견에 준해 ‘2년 이상 정규직화’를 적용한다. 이처럼 파견법은 불법적인 간접고용에 면죄부를 주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2012년에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는 즉시 직접고용’으로 법이 개정되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나 인천공항, 최근 GM대우 창원공장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파견과 도급의 구분기준’만 피해가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인정된다. 오히려 지표화된 기준이 불법적인 간접고용을 용인하는 것이다. 설령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더라도 기업들은 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보다 간접고용을 사용해서 얻는 이득이 훨씬 많다. 원청업체들은 도급금액을 낮추고, 하청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남긴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도, 권한이 없는 허수아비 하청업체는 모르쇠하고, 원청은 법적 사용자가 아니므로 계약해지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도 모든 책임에서 면제된다. 그러니 노조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합법파견이 원청 책임을 일부 인정하지만 기업들은 파견에 대한 규제를 없애서 혹시 모를 위법의 여지를 없애고 완전하게 노동자를 간접고용화하려고 한다.
간접고용이 확대되면 노동자들을 사고팔아서 이윤을 얻는 기업이 늘어난다. 반월ㆍ시화공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더 이상 직접고용하지 않는다. 제조업에는 파견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직업소개소가 파견업에 뛰어들고, 반월ㆍ시화공단 노동자들은 파견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노동력 중개업체들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이동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벌기 때문에 불안정한 노동자를 양산하는데 기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용서비스 선진화법’을 만들고자 하는데, 파견업체들을 대형화해서 더 많은 돈을 벌게 하겠다는 것이고, 공공고용서비스의 기능은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력을 사고파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려고 한다.


고령자 파견허용 대상 확대의 문제점

고령자에 대한 파견허용 대상 확대는 파견법의 허용대상을 확대하고, 간접고용을 무제한적으로 늘리고자 하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12월 13일의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단계적으로 의무화되기 때문에 55세 이상의 재취업 확대를 위해 고령근로자의 파견허용 업종을 확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년이 60세가 되면 당연히 재취업 운운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이미 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등으로 정년 연장에 대비한 고령노동자들의 불안정화를 급격히 확대해놓은 상황이므로, 여기에 파견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고령 노동자들을 불안정노동시장으로 밀어넣으면서 실질적으로는 파견허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골적으로 파견 허용대상 확대 취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4단계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고용분야 기업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를 막는 정부정책으로 노동규제를 꼽고 있다”면서 “근로자보호 등을 위해 고용규제는 필요하지만 복잡한 행정절차와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노동이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파견허용 확대가 ‘고령자 대책’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수용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미 고령노동자는 파견법상 “2년 이상 정규직화”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이미 기간제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예외조항은 계속 확대된다. 그렇게 되면 파견과 기간제를 규제 없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고령자 파견허용 업종이 확대되면 현장에서는 파견노동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더 이상 정규직 채용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사업장 안에서 파견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을 빌미삼아 파견을 전체 노동자들에게로 확대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파견법 폐지, 간접고용 철폐로 나아가야 할 때

노동자들의 권리를 축소하고 기업의 권한을 확대하는 ‘비정규법’은 멈춰있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그 범위를 규제하더라도 오히려 비정규직은 확대되고, 범위는 넓어져갔다. 파견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직접고용의 예외조항이 한번 만들어진 이상 아무리 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그 규제는 계속 축소되고, 파견법의 허용대상은 계속 확대되어가고, 결국 그 법을 빌미삼아 현장에서는 다양한 간접고용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고용 금지’의 원칙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타인의 고용관계에 끼러들어 중간착취를 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력도급의 성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직접고용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간접고용 금지’의 예외로 존재하는 ‘파견법’을 폐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파견법을 확대하는 정부와 기업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고령자 파견허용 확대를 위한 법개정을 하겠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노동계가 힘을 합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에 의해 입법발의된 ‘사내하도급법’은 파견법의 완전 허용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다. 이 법안도 결코 처리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파견업체들을 양성화하고 대형화하는 정부 정책을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강한 반발로 파견 확대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서 파견확대의 본질을 알리고 더 개악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파견법을 폐지하려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진짜 사장은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뒤에 숨어 계약해지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다. 이런 현실을 깨지 않으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파견법 폐지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싸움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원청이 법적인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조법 2조의 사용자 항목’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서울지역 대학청소노동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이 책임지고 직접 고용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 싸움이 개별 사업장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파견법 폐지와 간접고용 철폐로 이어지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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