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간접고용에 대해 규제하는 이유는 그것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침해하고 고용을 불안정하게 함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사용자가 분산되어 누가 사용자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게 해로운 고용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를 유념하지 않고 경비업법상의 규정인천공항공사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 서비스업의 특수성이 아니라 노동관계의 특수성을 보아야 한다.


인천공항 경비 노동자들이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되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실질적인 사용자이므로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용역업체는 인천공항공사의 노무관리 대행기관에 불과하여 공사가 실질적인 사용자이고, 이러한 묵시적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법파견이므로 구 파견법에 의해 직접고용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2년 1월 선고된 1심에서 노동자들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고, 최근 대법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간 인천공항공사는 세부업무 분장, 업무 수행 방법 및 절차 등이 상세히 기재된 용역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업무시간, 장소, 방법,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 야간, 연장, 휴일근로 시간도 직접 지정하였다. 또 공사가 업체를 통해서 혹은 감독지시서, 외곽경비보안절차서 등 문서를 통해 직접 지시, 시정명령, 경위서를 징구하기도 하였으며, 공사에서 인원의 변경 또는 축소를 요구하거나, 특정 경비원의 교체를 요구할 경우 업체는 그에 따라야 했다. 인건비 및 용역업체의 이윤율까지도 공사에서 구체적으로 결정하였고, 직접 상벌, 포상을 하기도 하였다. SLA(서비스수준)협약상 정기 수시 평가를 통해 근무실태를 감독, 용역대금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도 공사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해당 용역업체가 독자적인 실체가 있고, 경비업법에 따른 허가를 받은 업체인 점 등을 들어 노동자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리고 공사가 업무 관련 지시 및 시정 지시 등을 행한 사항은 시설주로서의 적법한 지휘감독이었으며, 그 외 사용자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용역계약에 따른 정당한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주되게는 공항 특수경비라는 업종의 특성, 그리고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원청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게 위해 직접적·지속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인천공항공사와 용역업체의 계약은 도급계약이고, 사용자로서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라 도급계약에 따른 일의 완성에 대한 감독이었으며, 경비업법 또는 용역계약상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공사측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각종 언론에서는 서비스업에서는 제조업과 도급과 파견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판단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면 서비스산업에 적절한 기준을 달리 제시했어야 할 것이나 본 판결은 그렇지 않았다.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규정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공사의 업무 지휘나 감독이 당연한 것이고,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원청이 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공사측 주장을 그대로 용인했을 뿐이다. 원청의 지휘 감독이 불가피한 직무라면 도급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불가능하다는 판단은 이 판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원청의 직접 지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분에 한해 원청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도 찾아볼 수 없다.

이 판결을 서비스 직종의 특수성에 대한 인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노동관계에 대한 판결들이 노동관계의 본질을 보지 않고 형식적인 요소에 기대어 판결을 내릴 때 흔히 ‘인간’으로서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놓치곤 한다. 간접고용에 대해 규제하는 이유는 그것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침해하고 고용을 불안정하게 함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사용자가 분산되어 누가 사용자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게 해로운 고용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를 유념하지 않고 경비업법상의 규정이나 도급계약상의 내용들만으로 판단한다면 이 사안처럼 업종이나 직무의 특수성이라는 형태로 명백한 사실관계를 부정하게 된다.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원청이 반드시 직접고용해야 할 노동자들이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한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사용자책임의 중첩적 인정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을 오히려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판결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2000년대 중반의 판결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레미콘 노동자들에 대해 법원은 모든 종속성을 인정하면서도 산업의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정했었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름 지금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실질적인 사용자가 고용과 노동조건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속되어 왔지만, 원청을 상대로 한 위장도급, 불법파견 소송의 수는 많지 않다. 현장에서의 투쟁에 더 힘을 붙이고 법제도적으로도 권리를 확장할 수 있도록 더 힘을 내야 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