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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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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에 따라 그만큼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을 하향 조정하거나 삭감해 가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수 있고, 이는 정년을 연장하는 노동자들의 직무를 기존에 수행하던 직무와 다른 후선 업무나, 부수적 업무 등으로 이동 배치하는 것에 연동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연장법의 문제
- 정년연장법은 더 많은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


지난 달 말 국회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현재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 그 정년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의무화하여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60세 미만의 정년을 정한 경우에는 이를 무효로 하고, 60세까지의 정년을 정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경영계에서는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축소할 것이며, 임금 조정이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조기퇴직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고, 임금조정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으나, 사업주와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은 사업장 여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이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지원금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컨설팅 등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며, 상시 300명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 및 일부 공공기관 및 지방공사, 공단 등에 대해서는 2016년 1월 1일, 상시 300인 미만의 사업 또는 사업장, 기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정년연장은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우리보다 훨씬 앞서 정년 60시대를 열었고, 최근에는 65세, 67세까지 연장하는 국가들이 있는가하면 정년 자체를 폐지해 평생근로를 실현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에 비해 현재와 같이 50대 초반 내지 55세 정도로 대부분 정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년 연령은 한참 일할 시기에, 그리고 가계 지출 규모가 줄어들지 않은 시점에 노동자들을 직장에서 떠나게 하기 때문에 연장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오히려 고령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을 확산시킬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바로 법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가 끈질기게 주장했던 ‘임금체계 개편’ 내용을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에다. 자본은 지속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생산성과 연동하려 했고, 직무급, 성과급 시스템으로 전환해가고자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년연장을 기화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직무급 및 성과급 확대로 이어져 임금체계의 전반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금 조정이냐, 임금체계 개편이냐의 표현의 문제 이전에 정년 연장의 대가로 보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를 부정하지 못했던 것이 이제 각 노동조합들이 수습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 것이다.
임금체계의 급격한 변화가 어려운 상태에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체계 개편의 방식은 바로 임금피크제이다. 정년연장에 따라 그만큼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을 하향 조정하거나 삭감해 가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수 있고, 이는 정년을 연장하는 노동자들의 직무를 기존에 수행하던 직무와 다른 후선 업무나, 부수적 업무 등으로 이동 배치하는 것에 연동하여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의 변경은 오히려 퇴직의 압박으로 작용될 수 있고, 직무의 변경과 연동해 이루어지는 임금의 조정은 특정 직무의 저임금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될 자본의 임금체계 개편으로 인해 다른 노동 다른 임금이 노동자 간 차별을 심화시키면서도 합리적인 임금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외피를 쓸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개정법은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주체로 사업주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함께 두고 있다. 그러면서 임금체계 개편시 컨설팅에 대한 지원 고용지원금의 혜택 등을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하고 있어,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저항 또한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는 다만 기업 내 정년의 문제만이 아니라 연금 등의 퇴직 후 복지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법이 처리된 직후인 5월 12일 보험연구원은 정년 60세 시대에 맞는 국민연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년이 연장된 만큼 추가 납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재정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재정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곧 정년 연장 이후 연금 등의 개악이 뒤따를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영계는 정년연장을 거세게 반대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고령 노동자의 생산성 저하에 따른 저임금화의 필요성이라는 자본의 주된 주장이 이번 정년연장과 함께 은근슬쩍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직무 및 성과 중심형 임금체계로의 개편의 첫 시작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정년연장은 그 내용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많은 경계를 필요로 한다. 정년 연장 이후 우리가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과제는 그만큼 늘어났다. 그에 대해 면밀한 준비를 하고, 정년연장이 되려 권리를 축소하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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