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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법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더 많이 일하고도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들만을 무수히 만들어낼 뿐이며, 노동자의 권리는 점점 더 하락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의지가 있다면, 시간제 근로를 확산시켜 저임금의 불안정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법률안에 대한 입장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시간제법안은 시간제 노동의 제도화와 확대를 통한 정부의 비정규직 확산전략이다.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법률안(이하 “시간제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그러나 시간제법안은 단시간 노동을 ‘시간제’로 명명하며, 비정규직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법안이다.

정부는 그간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자리 확대를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며, 상시노동으로서 단시간 노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0년에는 공공기관에서 유연근무제를 시범 실시했고, 이를 2011년부터는 전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확대 시행하는 한편, 민간의 확대를 위해 단시간 노동으로 고용하는 경우 중소기업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세상의 특례를 주는 제도 개편까지 시행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실질을 보면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가 있는 단시간 노동이라는 것이 완전한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정규직 단시간 노동이라고 포장하며 만들어낸 일자리는 대다수가 기간제 계약이었다. 4월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새로 도입된 단시간 노동자들 1천14명 가운데 71.4%에 이르는 724명은 6~11개월의 계약기간을 가진 기간제 고용이었다. 이것이 정규직의 상시적 단시간 일자리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현재 공기업 등에서 도입되고 있는 단시간 노동 제도는 정부가 주장해 온 취지와는 전혀 다른, 직무 자체를 단시간의 비정규직화 하는 방식이다. 단시간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정규직 노동자에게 단시간 전환 신청을 하도록 하고, 신규채용의 10%를 단시간 노동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단시간 적합 직무 발굴 과정에서 사용자에 의해 부수적이고 단순한 업무로 분류된 업무는 ‘단시간 적합 직무’라는 미명하에 저임금 시간제 노동자들로 채워지게 된다.
즉, 정부의 단시간 노동 도입 및 확산 정책은 이미 비정규직 확산 정책으로서의 성격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시간제법 제정을 통해 단시간 노동을 완전하게 비정규직의 한 유형으로 제도화하고자 하는 것이 이 법 제정의 의도이다.

애초 단시간 노동은 비정규직 유형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동종의 통상 근로자보다 노동시간이 짧은 경우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단시간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최저선을 정하는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있었을 뿐, 단시간 노동 자체로서 비정규직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정과 함께 단시간 노동은 비정규직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법예고 된 내용에 따르면 기간제법에서 단시간 노동 관련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고 ‘시간제법’으로 규율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큰 틀에서 파견법을 통한 간접고용의 제도화, 기간제법을 통한 기간제 노동의 사용 확대와 더불어 단시간 노동을 비정규직 유형으로 제도화함으로써 기업의 노동유연화의 완성을 기하기 위한 제도적 보장이다.


‘시간제 노동’으로의 명문화는 노동의 시간단위 분절과 차등화를 의도한다.

시간제법안은 단시간 노동이 아닌 ‘시간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관련 노동관계법 전반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용어를 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시간 노동의 시간급제화이며, 더 나아가 임금의 시간급화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조건이 시간단위로 분절될 수 있다. 또한 시간제 노동에서부터 노동조건을 근로시간에 대비하여 산정함으로써 거꾸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을 유도한다. 그리고 노동에 연동되지 않는 급여를 분명히 구분하여 과감히 삭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시간제법안의 몇 가지 조항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시간제 개념의 도입과 함께 ‘동종 업무’의 기준을 삭제하고(시간제법안 부칙 제5조 제1항), 통상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주40시간)보다 짧은 경우를 시간제와 전일제 사이에 별도로 규정(시간제법안 제3조 제3항)하여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따른 계층화를 낳고 있다.

시간제법안 부칙 제5조(다른 법률의 개정) ① 근로기준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 제1항 제8호를 다음과 같이 한다.
“‘시간제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단시간 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시간제법안 제3조 ③ 어느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에 따른 1주 동안의 근로시간보다 짧은 경우 그 통상근로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8시간 전일제 노동자, 7시간 기간제 노동자에 더해 4시간짜리 단시간 노동이 도입된다면, 7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비례하여 보호받아야 된다는 원칙을 벗어나 4시간짜리 단시간 노동과 같은 틀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법안은 시행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간제법안의 일부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시간제법안 제3조)고 하지만, 이 법안 전문을 보건데,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보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고, 사용자가 시간제 노동을 많이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더 주안점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벌칙규정을 포함하여 총 21개 조문으로 이루어진 이 법안의 대다수 규정은 시간제로의 전환과 시간제 도입시 사업주 지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건 보호에 관한 규정은 무의미하거나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것이고, 차별 처우 금지에 관한 규정은 단시간 직무의 분리를 통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즉, 이 법안이 의도하는 것은 ‘시간제’ 근로자라는 용어를 통해 노동조건을 시간단위로 산정, 분할하고 이에 따라 시간의 길이로 노동자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시간제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의 확대일 뿐

그리고 어디에도 단시간 노동자의 고용 보장에 대한 조항은 없다. 현재 도입되는 시간제 근로의 양상을 보면 거의 대다수가 기간제 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바, 결국 이 법안은 기간제 계약의 형태를 띤 시간제 노동의 만연을 부추길 것이다.

특히 시간제법안 제3장 근로형태의 전환에서는 시간제근로자의 통상근로자 전환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데(시간제법안 제13조), 이는 시간제 노동자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기업으로 하여금 노동자를 통제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즉, 기간제법상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는 2년의 기간이 마치 정규직 전환의 전단계로 활용되는 것처럼, 시간제법에 따른 시간제 노동 역시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시간제로 채용하여,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바늘구멍을 열어두고 통상근로자로의 전환 규정을 두었다고 생색내기 하면 그만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정규직 채용 계획이 없거나, 몹시 부족한 상황에서 일단 시간제로 들어가서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자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동안 노동자들은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제법안 제13조(통상근로자로의 전환) ① 사업주는 통상근로자를 채용하고자할 경우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통상근로자 채용을 위한 공고 등을 할 경우 업무의 내용과 자격 등을 이미 고용하고 있는 시간제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공지하고 시간제근로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
2. 시간제근로자가 통상근로자로의 전환을 요청하는 경우 그 근로자를 통상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한 근속연수, 자격요건 등 전환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할 것


왜냐하면 애초에 시간제법안은 정부가 선전한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자의 일 가정 양립 등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기업의 시간제 노동의 자유로운 활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1년 이상 근무한 통상근로자가 임신이나 육아(입양 포함), 가족 간병, 고령자의 점진적 퇴직, 직무훈련, 질병 등의 사유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하는 경우 사용자가 허용하도록 하고 있으나(시간제법안 제14조),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며, 오히려 기업이 필요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시간제법안이 만들어지고 시간제가 비정규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 기업은 본격적으로 시간제 유형을 활용하려 할 테고, 그 방안은 주로 인력 조정이 필요할 때 시간제로 일단 전환하고 추후 구조조정하거나, 신규채용시 정규직 채용을 피하고 시간제로 채용하여 인력활용의 유연성을 기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하기에 이 법안은 어디에도 시간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즉, 시간제 활용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에 의해 활용되는 시간제 노동은 노동자에게는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이고, 구조조정의 방편일 뿐이다.


시간제법안은 오히려 구조조정 수단으로 시간제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시간제법안 제16조는 사업주가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요건을 두고 있는데, 이 요건들은 사업주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거나 인사노무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제법안 제16조(시간제근로 지원)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주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1. 근무체계 개편 또는 새로운 시간제직무 개발 등을 통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시간제근로자를 새로이 고용하는 경우
2. 시간제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ㆍ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는 경우
3. 시간제근로자의 임금․승진․성과평가제도 마련 등 인사관리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4. 임금․복지 증진 등 시간제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5. 그 밖에 시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 등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특히 시간제법안 제16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근무체계 개편 또는 새로운 시간제 직무 개발 등을 통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시간제 근로자를 새로이 고용하는 경우”에 사업주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애초에 단시간 노동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근거로 들었던,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가정 양립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근거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노동자 개인이 필요에 따라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단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자체의 단시간화를 꾀하는 것이며, 이를 정부 지원의 사유로 명시하면서 직무체계의 개편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 장치로 인해 사용자는 단시간 노동 도입을 위해 직제를 개편하고 특정 직무에 단시간 노동 형태를 도입하게 된다. ‘단시간 적합 직무’라는 이름으로 개편되는 직무들의 성격에 대해서 지난 2009년 제출된 ‘퍼플잡 창출 ․ 확산 기본계획 수립 및 세부정책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대체 근로 용이, 정형화된 업무, 특정시기와 시간대 집중 직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소위 ‘단순 ․ 부수적 업무’라는 과업을 분리한 직무와 직렬을 개발하면, 그 직무는 숙련도가 낮고 간단한 일이라는 이유로 이후 인력감축이나 외주화의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특정 직무를 시간제 직무로 개편하여 다른 노동자들과 구분하여 두면 구조조정에서 전체적인 저항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은 특정 직무 분리하여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일 뿐인 것이다.
또한 시간제법안 제10조에서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처럼 직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시간제 노동을 도입하는 경우 차별 처우 금지 조항은 아무 효력이 없게 된다. 직제나 직무를 분리하면 차별인지 아닌지를 비교할 대상 자체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노동시간 선택, 일자리 창출이라는 허구로 포장하지 말라.
시간제법안은 시간제 노동의 제도화를 통한 노동유연화의 완성일 뿐이다.


정부는 단시간 노동 확대의 하나의 근거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장시간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단시간 노동의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시간제 노동이 많아지면 한 사업장에서의 노동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는 최저시급으로 두 개, 혹은 세 개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에 노동시간은 짧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길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단시간 노동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시간제 직무를 분리하는 방식 하에서는 정규직 일자리가 축소되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결과가 될 뿐이다. 설사 직무를 분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 시간제 노동자를 투입하면, 전체 정규직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증가하고 안정된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정부가 단시간 노동을 도입해야 한다고 한 모든 근거들은 허구임이 드러났고, 시간제법안을 통해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산 전략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파견법 도입이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라. 파견근로의 제도화는 사용자에게 특정한 신호로 작용하여 파견이 허용된 업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간접고용의 증가를 낳았다. 이후 기간제법의 제정을 통해 사용자의 파견과 기간제를 넘나드는 인력 활용의 유연성은 훨씬 제고되었다. 이에 연장하여 도입되는 시간제법안이 사용자에게 주는 신호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간제 노동을 비정규직 유형으로 제도화함으로써 노동의 시간단위 분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 즉, 단편적인 시간제 노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제에 기반하여 시간제 파견, 시간제 계약직 등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중첩시킴으로써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보다 높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시간제법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더 많이 일하고도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들만을 무수히 만들어낼 뿐이며, 노동자의 권리는 점점 더 하락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의지가 있다면, 시간제 근로를 확산시켜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을 이루어야 할 것이며, 시간제 노동을 활용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상시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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