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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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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오히려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로 피해가도록 하면서도 오히려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했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비정규직 대책이라는 것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비정규직의 확산과 일상적 사용을 용인하는 전제 위에서 출발하는 이상[정부의 차별개선가이드라인 관련 입장서]


모든 노동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사용자의 시혜에 맡기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차별개선가이드라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위법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사용자의 개선노력이나 노사협력과 양보, 사용자의 배려의 대상으로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리·배제·구분하는 고질적인 차별을 법이 금지한 차별로 규제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착한 사용자 되기 캠페인’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합리적 차별’과 ‘비합리적 차별’을 구분함으로써 마치 합리적 차별이 있는 것처럼 만들고 그것을 제도화함으로써 비정규직의 활용과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1. ‘차별개선을 위한 노력사항’은 법적 차별금지조항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차별개선가이드라인은 ‘법적 차별 금지 사항’과 분리하여 ‘차별 개선을 위한 노력사항’이라는 항목을 마련하고, 복리후생적 급부 및 상여금, 휴가 등 근로계약에 근거한 상당수의 급부를 모두 차별 개선을 위한 노력사항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근무복, 식대, 피복비, 경조사비, 건강검진비 등과 같은 기본적인 복리후생적 급부 및 구내식당, 통근버스, 보육시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의 이용권은 당연히 근로계약상의 지위에 근거하여 발생되는 급부이자 다른 무엇보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시적으로 구분·배제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이등계급화하는 악질적인 차별관행이다.
차별금지원칙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맺고 사용자의 사업 목적에 따른 동등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원칙이다. 따라서 해외의 차별입법 및 판례들은 외관상 근로관계에 직간접적으로 기인하여 기대되는 급부라면 식대, 해고위로금, 편의시설 이용권 등의 명칭을 불문하고 차별시정의 대상인 임금(PAY)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명백히 근로관계에 기인한 급부들은 차별시정의 대상에서 배제시킬 명시적인 근거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공하여 차별규제의 범위를 협소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에 대해 ‘노력한다’로 명시하여 사실상 이러한 차별에 대한 규제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있다.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차별 개선을 위한 노력사항’은 반드시 당연히 법적 차별금지사항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2. 법적 차별 금지조항에서도 차별을 합리화하고 있다.

법적 차별금지사항에 관한 사항에서는 ‘업무의 범위와 권한, 업무의 곤란도와 책임도, 직무능력 및 실적, 근속년수에 의한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무의 범위와 권한, 혹은 업무의 곤란도와 책임도라는 것은 대단히 추상적인 이유이다. 따라서 언제라도 이 조항에 의해서 불합리한 차별관행이 합리적인 차별로 둔갑할 수 있다. 즉 정규직에게 몇 가지 관리업무를 부가할 경우 비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책임도와 권한이 더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경우 차별 자체가 합리화되어버릴 수 있다. 즉 사측이 업무의 범위와 권한에 몇가지 변동을 줌으로써 언제라도 ‘합리적 차별’로 둔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동종 유사업무에서의 차별 금지가 때로는 다른 업무에서의 차별 인정이 되기도 한다. 사용자들은 직군과 직무를 분리함으로써 차별시정조치들을 무력화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용주들은 직무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쏟아내지만 어떤 직무는 외주화로, 어떤 직무는 무기계약직으로, 어떤 직무는 2년에 한 번의 교체사용으로 전환하면서 직무별 고용형태를 달리하고 이것이 결국 직무간 차이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종 유사업무의 차별금지’가 ‘다른 업무의 차별 인정’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려면 동종 유사업무의 범위가 넓어져야 하고 직무의 성격에 의한 차별이 합리적인 차별로 인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제도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이 만연하고 더 노골적이 되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상황에 이른 까닭은 구멍이 숭숭 뚫린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와 법리로 인하여 사용자들은 쉽게 차별의 시정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의 목적에 상응하는 차별규제법리를 강화하기보다는 차별 개선에 대한 권고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차별시정제도 입법개선안은 근로감독관의 감시감독권한 명시, 차별시정신청 제척기간 3개월 연장, 친족관계인의 심판대리제도 도입에 불과하여 근본적으로 차별판단기준에서 문제되었던 쟁점들은 모두 배제되었다.  
우선 무기계약직의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권을 불인정하고 있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어도 여전히 차별적 처우는 남는다. 무기계약 전환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무기계약ㅈ기에 대한 차별신청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에게 사업장 내의 차별적 기준과 관행에 대한 시정신청권을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위원회는 차별시정신청의 대상을 구체적인 개인 노동자가 차별적 기준을 적용받는 경우로만 제한하여 사업장에 만연한 차별적 기준과 관행 그 자체에 대한 개선요구는 할 수 없도록 하여 근본적인 차별시정을 막아왔다. 차별적 기준이 적용될 때마다 매번 차별시정을 요구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차별시정을 신청하지 않으면 이 차별이 법적으로 무방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노동자들이 차별시정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은 제도적 한계와 노동위원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차별적 기준과 관행에 대한 규제 의지 없이 근로감독관에게 권한을 줘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과거 불법파견을 관리감독한다는 명분으로 근로감독관이 사용자들에게 불법파견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왔던 경험으로 볼 때 제도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차별을 개선하려면 차별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차별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인식하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차별적 편견을 극복하고 차별감수성을 제고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스스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그러한 권리주장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4. 차별시정은 하향평균화 금지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사용자와 (사실상 정규직인)근로자대표/노동조합과 사이에 단체교섭 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근로자간 차별해소 및 근로조건 격차 완화 방안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사용자가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정규직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지 아니하였던 차별시정책임을 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형국이다. 그리하여 차별시정제도를 통해 사용자가 시정해야 할 의무를 정규직에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를 또 다른 차별행위의 가해자로, 그리하여 비정규직 차별의 원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노간 갈등에 기인하는 것처럼 본질을 왜곡한다.
비정규직 차별은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로계약상 당연히 지급될 것으로 기대되는 급부들을 배제·구분하고, 이러한 차별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윤을 취한 사용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인식은 사용자의 책임을 어떻게는 낮추어주려고 하고, 사용자의 임금 기타 근로조건의 차별을 통해 이윤을 취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남용해왔음에도 사용자의 비정규직 사용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더 높은 처우를 받는 것이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의 반차별 입법과 판례는 차별시정의 방식이 결코 비교대상자들의 수준을 차별피해자의 수준으로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하향평준화 금지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처우를 삭감하여 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결국 비정규직 차별의 개선이 아닌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정규직의 노동유연화를 위한 또 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


차별받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오히려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로 피해가도록 하면서도 오히려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했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선거 시기를 맞아 명분상으로는 생색내기는 하면서도 오히려 기업에게 차별의 권한을 주는 왜곡된 내용으로 가득차있다. 비정규직 대책이라는 것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비정규직의 확산과 일상적 사용을 용인하는 전제 위에서 출발하는 이상 이런 왜곡은 필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비정규직 활용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모든 노동자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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