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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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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파견과 직업소개소들을 망라한 단체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와 사용주를 대상으로 파견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였다. 그 조사 결과 파견수요가 높은 업종, 기존의 직접고용 노동자들을 대체할 확률이 적은 업종을 중심으로 파견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견법을 없애지 않는 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통은 지속된다!



  파견이 허용된지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부와 자본은 파견허용업종을 무한정 허용하여 파견이라는 고용형태를 예외적인 고용형태가 아니라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만들고 싶었지만 노동운동진영의 거센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해왔다. 그런데 노동부는 2010년 현재 32개로 되어 있는 파견허용업무를 최대 49개로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파견대상 업무 및 파견근로자 활용실태조사”를 지난 해 10월부터 진행하면서 파견허용 확대 필요성이 있는 업무를 조사했고, 4월에 그 보고서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노동부는 파견과 직업소개소들을 망라한 단체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와 사용주를 대상으로 파견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였다. 그 조사 결과 파견수요가 높은 업종, 기존의 직접고용 노동자들을 대체할 확률이 적은 업종을 중심으로 파견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객운수업이나 단순직무 12개 업무 허용확대가 실익의 최소 단위이되, 현재 불법파견의 소지가 높은, 하도급으로 전면화되어 있는 건설과 제조업에도 파견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 조사야말로 파견을 전면화하고자 하는 정부와 자본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간접고용 형태, 즉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파견, 직업소개소, 도급 등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일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채용상의 편리함 때문이 아니다. 이러한 간접고용 형태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떨어뜨리고 언제라도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고, 또한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이기에 자본가들에게는 널리 선호되었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은 것은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간접고용이 합법화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견노동자들의 숫자는 7만7천명 밖에 되지 않기에 전체 비정규직 중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정부에서 ‘파견’을 합법화함으로써 자본가들에게 ‘간접고용을 통한 착취’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동안 불법적으로 진행되어온 간접고용 형태를 일부나마 합법화함으로써, 안심하고 간접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간접고용을 선택하게 되었고, 간접고용 중에서도 그나마 규제가 많은 합법파견보다는 사실상 불법파견인 용역이나 도급 등을 활용해왔던 것이다.


  노동부에서는 파견 허용업무가 확대되면, 직접고용 노동자들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고,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너무나 노동조건이 나쁜 용역이나 도급 노동자들이 그래도 조건이 좋은 합법파견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이다. 불법적인 용역과 도급이 판치는 이유는 그것이 파견허용이 안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부에서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고, 정부가 이러한 불법을 막기보다는 활성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방안이라는 미명 아래, 불법파견을 자행하는 고용서비스 업체들을 지원하고, 프렌차이즈화하여 이 시장을 발전시키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면 많은 업체들은 파견과 알선과 인력 도급과 직업소개를 병행하면서 자신들이 편한 때 편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모집하여 업체들에 보내고 중간 수수료와 이득을 챙겨가게 될 것이다. 이런 마당에 합법파견을 늘리면 불법적인 도급이 없어지겠는가? 오히려 파견과 도급과 알선과 직업소개를 넘나드는 업체들을 늘리고 이 업체들의 다양한 중간착취만을 보장하게 될 뿐이고, 사용업체에게도 다양한 고용형태를 선택할 기회를 늘려주는 것일 뿐이다.


  지금도 간접고용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지금 정부에서 확대하겠다고 하는 제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일하는 부품업체들은 원청의 수요에 따라 물량이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물량을 따라 이동한다. 잔업특근을 하지 않고는 생계가 불가능할 정도의 저임금이기 때문이다. 원청에서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파견을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가능한 낮은 금액으로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업체들의 이익까지 보장해야 하므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은 없다.
  합법적인 파견 노동자들은 아예 처음부터 그 업종에서 정규직 채용의 가능성은 포기한 채 2년에 한 번씩 떠돌아다니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한 업종에 파견이 허용된다는 것은 그 업종 자체에 더 이상 정규직 고용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부에서는 파견허용업종 확대로 인해 직접고용 노동자가 파견으로 대체될 확률이 낮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미 청소노동자는 더 이상 직접고용이 없고, 콜센타 등도 점차로 외주화되는 추세로 볼 때 허용업종들에 직접고용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파견허용 업종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깨버려야 한다. 정부의 의도를 깬다는 것은 중간착취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더 이상 정당한 것으로 여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투쟁을 함에 있어서 정부와 자본이 획책하고 있는 파견허용 확대에 대한 저항만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 파견법 확대를 막는다 하더라도 불법파견 등 간접고용은 계속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파견법’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간접고용을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파견법이 살아있는 이상 간접고용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합법파견을 계속 확대해나가서 자본의 선택권을 넓혀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용지원서비스 업체들이 고용시장을 왜곡하여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파견법 철폐’를 외쳐야 한다. 이것 말고는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기에, 그러한 인간다운 삶을 구조적으로 가로막는 간접고용을 확산하는 파견법을 없애는 것만이 대안이다. 이것은 단지 ‘파견법’이라는 ‘법률’을 없애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간접고용과 중간착취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모든 노동자들은 안정되고 떳떳한 일자리에서 정당한 대가를 누리며 일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을 실현해가기 위해서이다. 노동운동진영이 힘을 다해 대응할 것을 촉구하며, 철폐연대는 그 앞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를 향한 투쟁을 그침 없이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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