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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은 결국 파견법이 불법파견을 규제할 수도 없고 파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도 없다는 해묵은 진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사용자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고, 노동자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조차레디앙 강남성모병원 농성장 강제집행사용자의 권리만 인정하고 책임은 부정한 서울중앙지법
-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 점유 및 사용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의 문제점


우려했던 대로 법원이 파견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월 10일 서울중앙지법은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들에 대해 병원 내에서의 집회 및 농성을 금지해달라는 병원 사용자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1. 10. 자 2008카합3466 결정).

강남성모병원은 정규직이 담당해온 간호보조업무에 2004년경부터 계약직 노동자를 사용해오다가 2006년 10월 계약직을 파견업체 소속으로 강제 전환시킨 바 있다. 그러다가 2008년 10월부터는 파견근로계약 2년이 만료된 노동자들을 차례로 계약해지하여, 이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강남성모병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두 달여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의 사례는 정규직→계약직→파견직→해고 등의 방식으로 사용자가 어떻게 고용을 악화시키는지, 그리고 노동관계법상의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고자 어떠한 탈법적 수단을 사용하는지를 잘 드러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자 불법․탈법을 자행한 강남성모병원에 대해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드러낸 ‘비정규직 보호법’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계약직→파견직→해고”라는 강남성모병원의 탈법적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 법원은 침묵하였다. 병원측의 가처분 관련 답변서에서조차 “단순업무에 인건비 비중이 과다하게 높아지는 점, 경영합리화조치에 따른 전산화 업무추진계획”등의 이유로 2006년 10월 1일 “당시에 채권자(강남성모병원)가 직접고용을 하고 있던 근로자 55명이 상기회사(메디엔젤) 소속으로 이직”되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2006. 9. 28. 병원 2층 대강당에 계약직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파견회사 입사에 따른 설명을 진행하였고, 2006. 10. 2. 병원의 인사팀에서 직접 사직서를 징구받았다는 사실관계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강남성모병원이 계약직을 강제로 파견직으로 전환시켰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파견근로계약 2년이 만료되는 노동자들을 차례로 다른 파견노동자로 교체하고 있는 병원측의 행태는 파견법상의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았는데, 이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탈법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둘째, 법원과 강남성모병원은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반쪽의 진실’에 불과하다. ‘고용관계와 사용관계의 분리’ 달리 말하자면 ‘이중 착취’를 허용하고 있는 파견법은, 그러하기에 파견노동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책임 또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파견법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에 대해 가지는 권한만큼 사용자로서의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과 강남성모병원은 사용사업주가 가지는 권한에 대해서만 주장하고 있을 뿐, 사용자로서 부담해야 할 책임, 특히 노동조합법상 노동관계의 상대방으로 부담해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파견법에 따라 ‘착취할 권리’는 인정하면서 ‘사용자로서 노동기본권을 존중하고 노동관계의 상대방으로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셋째, 법원은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들이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되는 업종에 사용되었음을 시인하면서도 파견법에 따라 “파견노동자들이 강남성모병원에 대하여 직접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병원이 이에 응하여 파견노동자들과 실제로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병원에 대하여 과태료의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 파견노동자들이 곧바로 병원의 근로자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07년 개정 파견법에 의해 ‘직접고용 간주’에서 ‘직접고용 의무’로 약화된 규정이, 실제로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을 강제하지 못하고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은 결국 파견법이 불법파견을 규제할 수도 없고 파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도 없다는 해묵은 진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사용자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고, 노동자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조차도 ‘법에 의해’ 금지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다시금 명확해졌다. 38년 전 오늘, 전태일 열사가 장식에 불과했던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며 산화해 가셨던 것처럼,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서만 국가와 자본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룰을 지키게 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실이 다시금 아프게 다가오는 오늘이다.

2008년 11월 1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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