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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2년간을 피말리게 했던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850만 비정규직 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예비 노동자들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법이 통과되어 버렸다는 것에서 천인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국회,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을 결국 통과시키다.

지난 11월 30일, 2년간을 피말리게 했던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850만 비정규직 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예비 노동자들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법이 통과되어 버렸다는 것에서 천인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통과된 정부의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이하 기간제법)은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 기준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1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한 것을 “사용사유 없이 2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악했다. 이제 2년 동안 아무 제약 없이 ‘합법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마음껏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하 파견법)은 현행 26개 업종을 그대로 두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되었다고 하지만, 실내용을 보면 “근로자 파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개정해 사실상 ‘네거티브’ 방식과 다르지 않은 법안으로 개악했다.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현행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라는 ‘고용의제’에서 “고용해야 한다”라는 말만 남은 ‘고용의무’로 후퇴했다.
더불어 “노동위원회법중개정법률안”에서 통과된 차별시정조항의 내용은 “단시간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규정으로 “합리적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차별해도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노동자에게 남긴 것은 고통뿐이다.

우리는 지난 2년간 비정규보호법이라는 허울아래 자행되는 정부의 비정규개악안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목이 쉬어라 외쳐왔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하게 투쟁해오고 막아왔지만 우리는 노동법 개악이라는 현실을 맞닥뜨려야 했다.  
노무현 정권 4년간 우리의 삶은 고통의 연장이었다. 많은 노동자가 죽어갔고, 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렸다. 파견법이 제정되던 당시도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파견노동자에 대한 해고만 자행되었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고용불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2년의 기한이 돌아오는 파견노동자들은 주기적으로 해고되고 있다. 파견법이 시행된지 8년이 지난 올해만 하더라도 5만 명이 넘는 파견노동자들이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났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정부가 보호하기 위해 만들려고 했던 기간제 법안으로 인해 올해만 하더라도 계약해지 되거나 고용불안에 위협이 가해졌다. 최소 2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은 장기 계약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기 위해 별별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고용계약서를 별도로 쓰지 않고 해마다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되다가 최근에 와서 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하거나,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었으나 재계약이 거부되거나, 올해 계약서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재계약하지 않는다” 는 등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여 법 적용을 피하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보더라도 정부의 비정규보호법안은 말 뿐인 보호이고 정규직이 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비정규직 운동의 쟁점을 ‘차별’로 전환시켜 비정규직노동운동의 싹을 자르려고 한다.

신자유주의 정권의 노동정책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핵심은 노동자들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 즉 자본이 노동자들을 쓰고 싶을 때 쓰고, 버리고 싶을 때 버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권인 노무현 정권은 그렇게 하기 위해 비정규노동자들을 비정규보호법안이라는 명목으로 다루고 양산하고 있고, 몇 십년간 투쟁으로 쟁취한 노조 운동을 말살하기 위하여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목으로 노동 기본권을 말살하고 있다.
이제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그간 진행된 비정규운동의 쟁점을 ‘차별’로 전화시켜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싹을 아예 자르려고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문제들의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인 것이다. 차별은 그로 인해 불거진 현상의 한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쟁점을 차별의 문제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영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인 불완전한 존재로 남겨둔 채, 자신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보호자'임을 자처하려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투쟁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개악안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단호히 비정규개악안에 대한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파견법개정 이후 잘못 끼워진 그 단추가 얼마나 많은 파견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뽑아냈는지 기억한다면, 여기서 주저앉고 그칠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아니오’ 라고 선언해야 한다.
이미 노동법이 개악되었지만, 다시 말해 전면적인 폐기투쟁으로 가야한다. 어떤 이들은 이미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이제 내년 7월까지 만들어야 하는 ‘시행령에 개입’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저들이 노리는 것은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고용으로 인정하고 고착화 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단호히 선을 긋고 결코 노동법 개악에 대해 인정하면 안 된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지난 7년간 투쟁했던 비정규직의 진정성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우리의 역사를 저들에게 바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시행령 개입 투쟁이나 재개정 투쟁이 아니라 폐기 투쟁을 선언하고 가야한다. 물론 이러한 것을 전술적으로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먼저 우리의 투쟁의 전제는 폐기투쟁의 천명이다. 우리 스스로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안을 인정하지 말자는 얘기다.
비정규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과 정책의 기준은 명확하다. 우리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기간제 사유제한은 일정 영역에서 기간제 사용을 용인하는 의미가 아닌, 기간제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야 함을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파견제는 허용의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할 대상이 아니라, 중간착취 노예제도인 파견제 자체가 폐기되어야 할 악법이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실질적 사용자에 대한 명백한  사용자 책임이 추궁되어야 한다.

전 민중의 삶을 빈곤과 불안정화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바로 이런 원칙들의 관철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노동계급이 쟁취하고자 하는 원론적 주장의 반복이 아니다. 왜냐하면 비정규문제를 양산하는 근본원인이 그러한 것들에 존재하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비정규문제의 원인에 있어서 부분적인 수정이라는 말자체가 이러한 원인들을 왜곡하고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협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이제 자본과 정권에게 저당 잡혀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제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에 머리띠를 묶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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