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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주기가 되었습니다. 동지가 돌아가셨을 때 많은 노동자들은 동지를 땅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우리들은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박일수 동지의 영전 앞에서 기쁘게,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고, 그래서 동지의 뜻을                    가슴 속에 담긴 박일수 동지의 뜻, 잊지 않고 투쟁할 것입니다


벌써 2주기가 되었습니다. 동지가 돌아가셨을 때 많은 노동자들은 동지를 땅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우리들은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여전히 동지는 우리 가슴 속에 있지만 동지가 원했던 바는 여전히 우리에게 짐처럼 남아있습니다.

박일수 동지!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어가고, 열심히 투쟁한 노동자들은 해고되어 길거리를 헤매는 절망공장 현대중공업에서 노사화합의 찬양가를 부르는 자들이 동지의 투쟁을 욕되게 하는데, 우리는 아직 우리의 민주노조운동을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자본에게 빌붙어서 투쟁의 전망을 잃고 헤매는 것이 결국 어떤 지옥을 낳는지 뻔히 보면서도 고용불안과 노동조합 무력화라는 자본의 칼날 앞에 노동자들은 움츠러들고 있기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갈라지고 위계화되고 그래서 우리 노동자들은 더더욱 고통스럽습니다. 이러한 현장을 변화시키고야 말겠다던 그 때의 다짐은 아직도 우리에게 다짐이고 과제입니다.
"나의 한 몸 불태워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착취당하는 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며 분신하신 동지의 목소리가 아직도 쟁쟁한데, 여전히 비정규직은 양산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월차 하나를 쓰기 위해서 목숨을 걸지는 않아도 될지 모르지만, 여전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과 해고의 위협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환경을 우리는 아직 바꾸지 못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다 정권과 자본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고 하면서 노동법을 개악합니다. 인간다운 삶의 꿈을 버리지 못해 자기 한 몸 불살랐으나 여전히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박일수 동지!
동지의 죽음 이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았던 눈을 뜨고, 비록 힘들더라도 투쟁의 주체로 자신을 세워왔습니다. 박일수 동지의 소원인 ‘인간다운 삶’은 우리의 권리를 쟁취해서가 아니라, 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아직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두려움을 담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지지하고, 언젠가는 떨쳐 일어설 수많은 박일수 동지, 수많은 비정규직 동지들이 있습니다. 그 동지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함께 손 맞잡기 위해, 더 노력할 것입니다.
동지의 유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부끄럽지만 이런 부끄러움을 가슴 깊이 간직하면서 다시는 부끄럽지 않을 날을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가려고 합니다. 노동법 개악을 하려고 하는 저들에 맞서서 비록 패배하더라도 계속 투쟁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비록 더 많은 동지들이 해고되고 구속되고 집을 잃는 고통을 당하겠지만 그대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박일수 동지의 영전 앞에서 기쁘게,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고, 그래서 동지의 뜻을 이렇게 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은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박일수 동지, 그 날을 향해 가는 비정규직 투쟁의 전사들을 지켜보아주십시오.


                                                  2006년 2월 14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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