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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실리’ 운운하는 거짓된 논리를 이야기하지 말고, 더 이상 자본가 정권의 거짓 선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지 말고, 정말 이 땅에서 눈물 흘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라. 그 현실 속에서 갈 길을 찾으라. 그러기          노사정이 맞잡을 손이 있다면 그 손으로 비정규직 동지들의 손을 잡으라!


  민주노총은 15차 중집을 통해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를 결정했다. 그리고 며칠 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비정규 노동법에 대해 단일안을 만들어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은 다시 ‘재논의’라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부의 일방적 개악을 막고 그 안에 대해서 재논의를 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정부 법안의 골격은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노동계가 요구하는 극히 일부를 수정하는 형태로 받아들이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마치 노동자의 편에 선 것인양 하는 한 언론은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막을 힘도 의지가 없었으면서도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대응하여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말한다. 그런 주장이 사실상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법에 대한 재논의(사실은 재수정)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낳고, 정부의 일방적 개악안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조금 양보하면서 저쪽의 양보도 조금 얻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논리로 귀결되고 있다. 그것이 다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고 지금까지의 원칙을 다시 수정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이런 무수히 많은 말장난 속에서 정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었다. 불법파견에 대해서 고용의제가 중요하니 다른 것은 양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이미 정권과 자본은 불법파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기준을 마련해놓고 그대로 시행하겠다고 한다. 설령 고용의제가 된다 하더라도 이제는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을 일이 없으니 사문화된 조항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합법 파견노동자들은 시행 8년이 되어가는 지금, 6월 말이면 다시 대규모로 거리로 쫓겨난다. 파견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노동의 희망이 없다. 그저 무기력하게 2년에 한번씩 팔려가고 쫓겨가는 신세를 반복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노동자들을 더 늘리겠다고 말한다.
  기간제에 대해서도 사용사유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이미 자본가들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혹시라도 2년을 넘길까봐 대량해고하거나 해고할 준비를 시작했다. 아마도 올해 말이면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해고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장기근속은 없다. 이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기간제를 간접고용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 노동법 개악안의 실체이다. 설령 이 안에 고용의제조항을 넣든, 기간제에 대한 몇가지 보호조치를 넣든 변함이 없는 것은 이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년마다 한번씩 죽음과 같은 해고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법안으로 차별을 시정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부의 용역보고서에서 명백하게 밝혔던 것처럼 차별시정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은 합리적 차별 운운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이 노동법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합리적(?)’으로 차별당하는 노동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정안을 받거나 정부 법안 일부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말하는 ‘현실’이다.


  투쟁을 못한다는 것을 핑계로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주장하는 것은 내심이 의심스럽다. 투쟁을 못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무기력하거나 아니면 이 법안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거나 여러 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 법안에 약간이라도 손을 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정말로 저지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적당하게 저지하는 시늉을 내고 언제든지 다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해서 적당하게 타협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노동계에게 이 노동법 개악을 수용하는 대신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되었던 내용들은 모두 허구라는 것을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라도 얻어내기 위해서 다시 복귀를 해야 한다고? 우리가 다시 양보를 해야 한다고? 우리의 입장을 재수정해야 한다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어떤 비정규 노동자들을 더 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데에 우리 노동계가 동의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로 현실을 모르는 자들이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속셈을 숨기는 거짓된 선동가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총파업을 조직할 힘이 없으니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서 교섭을 하고,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투쟁할 힘도 능력도 없는데 교섭을 하면 뭔가를 막거나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이 정말로 기가 막히지 않는가? 정권과 자본은 집요하게 민주노총에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주문했다. 노동자를 위해서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번 노동법 개악에 '사회적 합의'의 명분을 덧씌워서 밑으로부터의 투쟁을 가로막고 비정규직 문제의 주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노동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현실의 노동법 개악을 바꿔낼 힘이 없어서 열심히 투쟁했으나 패배한다면 물론 우리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패배를 두려워하여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서 재수정 운운하게 된다면 우리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노동법 개악을 거부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누르는 길이 될 것이다. 정말로 우리가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뒤집을만한 힘이 없다면 우리의 선택은 명분이냐, 실리냐가 아니라 둘 다를 내줄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저항으로 우리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후 투쟁의 가능성을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길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우리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이 투쟁을 조직하는 전례를 보지 못했다. 형식적인 투쟁선언이 아니라, 정말로 최선을 다한 조직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놓고는 투쟁을 못하니까 일단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실리를 얻어내자고 말한다. 도대체 그 ‘실리’라는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선언이 두렵다. 법안을 재수정해야 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가슴이 떨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해서 대신 걱정해주고, 대신 나서서 중재를 한다고 하면서 실효성도 없는 안을 받아내면서 대신 비정규직들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데에 손을 맞잡는 짓은 결코 노동운동진영이 할 짓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권과 자본의 의도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이다. 비록 우리가 패배하더라도 우리는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투쟁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저들과 맞잡을 손이 있다면 차라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한 번 더 연대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하여 일정하게라도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요량이라면 차라리 그 입으로 정권이 내놓은 개악안의 허구성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폭로하고 저항하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위치는 중재자가 아니라 바로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 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더 이상 ‘실리’ 운운하는 거짓된 논리를 이야기하지 말고, 더 이상 자본가 정권의 거짓 선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지 말고, 정말 이 땅에서 눈물 흘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라. 그 현실 속에서 갈 길을 찾으라. 그러기 위해서라도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철회하라.  



                                             2006년 6월 26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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