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 관련 현재 노사간 교섭, 무엇이 문제인가?

by 철폐연대 posted Dec 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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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서는 비정규법안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입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지난 4월 노사정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출발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난 4월의 내용은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하고 노동계에서 견지해왔던 비정규법안 관련 현재 노사간 교섭, 무엇이 문제인가?

비정규법안 관련 현재 노사간 교섭, 무엇이 문제인가?

 

 

 

민주노총에서는 비정규법안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입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지난 4월 노사정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출발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난 4월의 내용은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하고 노동계에서 견지해왔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그러므로 4월의 내용에 기반해서 출발하는 것은 오히려 비정규 권리입법 쟁취와 거리가 먼 것이다.

 

 

1. 4월 비정규 법안 교섭 내용

 

이상의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노동계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첫째, 기간제는 ‘1년+1년’ 허용 가능으로 되어 있고, 둘째, 파견법 철폐 및 직업안정법을 통한 간접고용 규제가 아니라 현행 파견법 유지로 되어 있다. 그리고 셋째, 원청 등 사용사업주의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책임 확대가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책임 명문화로 되어 있고, 넷째,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노동법상 근로자개념의 확대가 아니라 노동3권 보장으로 되어 있다. 이 내용이 사실상 민주노총의 교섭 입장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 민주노총 교섭 내용의 문제점

 

민주노총에서 이야기하는 4월 협상 결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동안의 요구에서도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의 요구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자 하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에 부합할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핵심적인 문제의 첫 번째는 ‘기간제’에 대한 것이다. 노동계가 교섭석상에서 최종안으로 제출했다고 하는 ‘1+1년’안은 2년까지 기간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지금까지 기간제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었으나 사실상 1년 이상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판례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자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기간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맞서서 노동계는 명백하게 기간제를 사용할만한 사유, 예를 들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산재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고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것을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해왔고 이것이 권리입법 쟁취 요구안의 가장 핵심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에서는 사용사유 제한을 포기하고 무제한적으로 기간제(계약직) 노동자를 쓸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만든 것이다.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기간제라고 하더라도 기간을 짧게 잡으면 자본가들이 쉽게 기간제로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1년 이라는 것은 결국 아무리 1년 이후에 사용사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계약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어떤 자본가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2년의 기간은 짧은 것이 아니다. 사용사유 제한을 포기한 이상 계약직의 확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이후 정규직화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이다. 2년이 지나면 재계약되지 않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을 이미 파견법 7년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사무직 여성노동자들, 공공부문 노동자들 등은 1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2년에 한번씩 회사를 옮겨다니게 될 것이다.

경영계와 정부는 기간제를 사용사유 제한 없이 3년으로 제시하는데 3년을 2년으로 만든다고 해서 이것이 개악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런 법안을 노동계의 법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요구는 ‘사용사유 제한’이어야 한다. 기간제라는 것은 그 경우 말고는 있어서는 안 되는 제도인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파견법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파견법 철폐를 주장해왔다. 어떤 이들은 파견법 철폐가 너무나 센 요구라고 하지만 이미 일본에서도 20년의 기간이 흐른 동안 파견법은 아무리 손을 봐도 중간착취를 합법화하고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는 악법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도 파견법 폐지를 주장했고 정부와 자본가들은 파견허용업종인 26개를 늘려서 무제한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의 요구가 현행유지로 바뀌었다. 26개 업종에 대한 계속적 착취를 용인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파견허용업종에 대해 노사정이 논의하는 시행령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놓았다. 언제라도 파견허용업종을 늘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노동자들이 파견법이라는 악법으로 이중착취를 당하는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노동계의 요구인가?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확인되면 바로 직접고용을 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자본가들은 직접고용을 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으로 바꾸자고 했고, 노동자들은 간주조항으로 두자고 했다. 의무조항은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등의 제재가 있는 것인데, 불법파견이 확인되었을 때 그만큼의 대가만 치루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주조항(고용의제조항)은 반드시 직접고용한 것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조항이다. 그래서 꼭 지켜야 한다. 물론 노동계가 이것을 고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파견법 허용대상이 확대되는 순간 불법파견이 합법파견으로 되어버리는 사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원청의 사용자책임에 대한 문제이다. 노동계의 권리입법 쟁취 요구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원청이 사실상의 사용주이기 때문에 사용주로서의 법적 책임을 다하게 하라는 것이었고, 그 중 한 부분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용주로서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단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게 되면 원청의 산재에 대한 책임, 단협에 대한 책임 등은 아무 것도 지지 않게 된다. 원청이 법적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부당노동행위 책임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

 

네 번째는 특수고용 문제이다. 물론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 문제에 대해 계속 제기를 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안이 만들어져 있고 정부가 이 내용을 갖고 입법화를 할 것이니 그 때 다루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이미 특별법을 만들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쪼개는 안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반드시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것은 노동3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법 상의 노동자개념을 수정하는 문제이다. 이것이 권리입법 요구안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노동3권을 쟁취하는 것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성 쟁취 문제에 대해 제대로 제기하고 투쟁을 만드는 것은 권리보장 입법에서 중요한 것이다. 이 점을 놓치지 말고 가야 한다.

 

 

3. 저지인가 쟁취인가의 왜곡된 논쟁 속에서

 

지금의 논쟁 구도가 계속 왜곡되고 있다. 현재의 교섭위원들은 4월에서 6월까지의 입장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들린다. 그들이 이미 그렇게 교섭했기 때문에 그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4월 당시에 노동계는 이 투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다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안을 내니까 이것이라도 부여잡지 않으면 더 밀린다는 판단 속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안에 집중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안이 우리의 권리입법안을 대신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방식으로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안은 경총에서 받지 않으면서 결국 사라져버렸고, 논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4월의 안에 근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미 경총에서 거부한 안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것은 민주노총에서 저지와 쟁취의 묘한 논쟁을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권리입법 쟁취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쟁취를 위한 교섭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노동법 개악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안이 아니다. 이것은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법이다. 즉 기간제를 합법화함으로써 계약직을 확산하고, 파견법을 개악해서 간접고용을 늘리겠다는 자신들의 목표를 노골화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 고용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 두가지 법안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것은 비정규직 양산 법안에 대한 저지인 것이다.

권리입법 쟁취는 바로 그것을 저지한 그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당연히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 현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중요한 요구사안인 권리입법이 다뤄져야 한다. 저지라는 수세적 대응 대신 쟁취라는 공세적 요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거짓이다. 비정규직 양산을 저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해야 하므로, 둘 다가 우리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저지가 아니라 쟁취여야 한다는 말은 매우 교묘하다. ‘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흐리고, 우리가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의 노동법 개악 일부를 수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해왔던 권리입법을 일부 받아내는 방식의 주고받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럴 때 우리가 주는 것은 비정규직의 양산이라는 처절한 현실이요,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별 실효성 없는 몇 가지 권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 저지, 권리입법 쟁취인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요구이고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가 될 수밖에 없다.

 

‘4월 교섭’ 이후 정부와 자본은 ‘원안 고수’를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노사간 교섭’에 대해서도 ‘교섭’이 아니라 ‘대화’라며 의미를 격하시키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정부와 여당은 개악안의 내용을 계속 흘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1월 20일 정책브리핑에서 “파견법은 ‘포지티브’방식으로 하기로 의견접근되어 있지만,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방향으로 업종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가 밝혔다. 즉 현행 파견법의 껍데기를 유지하면서 알맹이는 파견허용업종 확대 내지는 자유화로 가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11월 16일에는 노사정위원회 특수고용특위의 ‘공익위원 의견’이 공개되었고, 열린우리당은 내년 중으로 특수고용 관련입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정규노조 주체들에게만 알려지지 않았던 노사정위 ‘공익위원 의견’의 실체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법상 근로자성과 노동3권을 부인하는 전제 위에서 일부 업종에 일부 경제법적 보호를 하겠다는 내용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안이나 여당안도 이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요컨대 현재 정부․여당의 태도는 11월 30일까지 노사교섭을 거친 후 ‘날치기’라는 정치적 부담 없이 비정규 법개악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철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본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에 강경자세를 유지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11월 노사교섭에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채 비정규 권리입법과는 거리가 먼 ‘노동계 최종안’을 부여잡고 있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총파업을 조직하겠는가? 어떻게 우리의 정당성을 알려내겠는가? 더 이상 4월 교섭안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혹자는 민주노총이 현재 힘이 없으므로 4월 교섭 내용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예전에 97년에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할 때도 그랬다. 그런데 노사정합의라는 이름으로 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안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수용하게 되면 그것의 현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간제 노동자로 2년 일하고 다시 파견제로 2년 일하고를 반복하게 되고, 더 이상 그 누구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유사근로자’가 되어서 노동자성을 부정당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조합을 만든다 하더라도 원청의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허수아비 노동조합이 될 것이다. 기간제는 지속적으로 해고당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양보할 것은 없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책임을 노동자들이 왜 져야 하는가? 힘이 없다면 차라리 깨지는 것이 낫다. 우리가 패배하더라도 우리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 싸울 힘이 생긴다. 더 이상 힘이 없다는 핑계로, 더 이상 교섭에는 일정한 주고받기가 필요하다는 억지로 우리의 생존과 고용을 내주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양보할 것은 없다.

4월 교섭에 연연하지 말고, 교섭이 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며 매달리지 말고 설령 어렵더라도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반드시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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