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우리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화물운송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화물연대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성실히 임하라!

5월 2일 시작된 화물연대 포항지부·경남지부의 전면파업을 신호탄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투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화물연대의 투쟁으로 포스코, 한국철강 등 운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5월 7일 포항지역의 철강업체와 운수업체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밖에도 노조탄압중단, 운임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광주전남지부(광양 연관단지), 경남지부(마산·창원 한국철강 및 코스카), 부산지부 양산지회(양산 코카콜라), 충청지부(당진 한보철강 및 한영철강)등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사상 최초의 '물류대란'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투쟁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첫째, 지입제 철폐 요구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화물운송업체들은 노동자에게 차량을 강제 불하하면서,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행료, 각종 세금 등을 운송노동자에게 떠넘겼다. 게다가 1997년 제정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일반화물(5톤 이상)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 5대 이상, 자본금 1억원 이상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화물운송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법상 신분은 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로 강제 전환되었으면서도, 운송업체와 위수탁관리계약을 맺고 달마다 지입료를 내는 방식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

둘째, 다단계 알선 근절 요구이다. 현재는 화주가 화물운송업체에 운송을 맡기면, 화물운송업체가 직접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뗀 뒤 하청업체로 넘긴다. 이 하청업체는 다시 수수료를 뗀 뒤 더 영세한 하청업체에 맡기는 식으로 3~4단계의 알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는 하청업체와 운송노동자를 연결해주는 화물알선업체도 있는데 이들은 전화통 하나만 가지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결국 화물운송업체는 번호판 장사를 하고 화물알선업체는 전화만 하는데, 화주가 낸 운임이 700만원이라면 100만원 정도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셋째, 경유가와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요구이다. 운송비는 10년째 제자리이지만 유류비는 계속 오르고 한술 더 떠 정부는 경유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게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손님을 더 받기 위해 화물차의 진입을 제한하기까지 한다.

넷째, 노조탄압 중단 요구이다. 포스코 등 화주업체와 운송업체들은 화물연대 스티커 부착차량의 사내 진입을 저지하고,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배차 불이익조치, 화물연대 탈퇴강요 등 탄압을 계속해 왔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현재의 투쟁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20만 화물운송노동자의 가구당 평균 부채 3,500만원이라는 현실은, 급기야 지난 4월 28일 34세의 가장 박상준씨를 자살로 내몰았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도 운수업체·알선업체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육상화물운송업의 구조 속에서 지입제가 아니고서는 취업을 할 수 없고, 알선업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화물정보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를 살펴보면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노동자라 할 수 있다. 그런만큼 지금의 화물연대의 투쟁은 자본이 강요하는 특수고용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자, 구조적 모순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화물연대는 이미 3월부터 관계 부처에 대하여 화물운송업계의 문제점과 화물운송노동자의 요구를 제출하고 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화물연대의 투쟁이 전면화되자 뒤늦게 "경찰력 투입"을 운운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 이전부터 '물류 대국'을 주창해 왔으면서도 막상 물류의 담당자인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화물운송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조직적 연대를 결의하는 바이다.

2003년 5월 8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