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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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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서로의 상승된 요구를 통해 노동능력이 있어서 노동을 하는 사람이던, 일자리가 없거나 노동능력이 없어서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던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고 투쟁해야 한다.최저임금 인상률에 집착하지 않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


○ 지난 6월 28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2002년 9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경총이 제시한 시급 2,275원(월환산시 514,150원), 전년대비 8.3%인상으로 결정하였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조사한 실태생계비 월 56만1천원에도 미치지 못할뿐 아니라 노동자측 위원이 최초로 요구했던 전체노동자 임금평균의 45% 수준인 월 61만1천원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미 노동하는 인간을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할 엄연한 주체가 아닌 노동비용의 하나로 바라보는 자본가들은, 최저임금이 너무 높으면 기업이 고용을 축소할 수 밖에 없고, 또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면 될 것 아니냐는 기만적 주장만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최저임금은 청소용역노동자와 같은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마 감시·단속적 노동자(시설관리노동자), 장애인, 수습, 직업훈련노동자, 해외투자법인 연수생 신분의 이주노동자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등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하였다.

○ 자본의 논리에 밀려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지만, 2002년 최저임금제 투쟁은 캠페인 수준을 넘어 최초로 노동자대중들이 주체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열악한 최저임금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었던 투쟁인 것이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전북지역공동투쟁단의 제안으로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민주노총 여성연맹, 2002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이 농성단을 구성하여 1주일간 경총 점거농성, 경총 앞 철야농성을 진행했다. 그리고 도시철도 청소용역노조, 전북지역일반노조 시설·미화조합원들이 경총 앞,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투쟁을 전개하였다.
2001년이 전국여성노조, 민주노총 등의 노력으로 최저임금제 문제가 저임금·여성·비정규노동자의 문제로 인식되는 출발이었다면, 2002년에는 해당 주체들이 '최저임금 현실화'를 투쟁과제로 제기한 출발이었다.

○ 그러나 이번 투쟁은 농성단 이외로 주체가 확대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제 현실화 투쟁의 목표와 방식에 대한 농성단과 민주노총의 의견차이로 인해 적지않은 한계지점도 발견되었다.

당초 양 노총이 공동요구안으로 제시한 2002년 최저임금 요구안은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29세 이하 단신가구의 01년 10월 기준 실태생계비 892,682원에 예상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971,238원이었다. 그러나 양 노총은 추계기준을 '전체노동자 정액급여 대비'로 변경하고 그것의 45% 수준인 610,200원을 최저임금요구안으로 수정제출한 데 이어, 6월25일 전년대비 18.1%인상률(560,480원)로 낮춘 요구안을 제출하였고 최종 표결이 들어가는 28일에는 11.4%인상률(528,840원)까지 후퇴한 안을 제출하였다. 양 노총에서 최저임금 심의기준을 계속해서 변경하고. 최저임금을 협상 가능한 안으로 낮추는 사이,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의 의미는 이미 삭감되고 있었다.

지난 두 해동안 노동계안을 들어줬으니, 올해는 경영계안을 들어줘야 형평성에 맞지 않겠느냐는 공익위원들의 태도에 맞서는 방안은, 공익위원들이 보기에도 납득이 갈만큼 충분한 양보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로 인해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을 압박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28일 최임위 앞 집회에서 "도시철도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을 최임수준보다 15%높은 수준으로 맞추었는데 오늘 노동계가 11.4%를 제안했다니, 노동계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조합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걱정이다"라는 이찬배 여성연맹위원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노동계의 안 역시 노동자들의 이해와는 동떨어진 교섭용 안으로 제출되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최임위원회를 실력저지하고자했던 노동자들의 의지를 '협상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주저앉힌 민주노총측 위원의 태도는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민주노총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농성단이 급박하게 구성되어 민주노총측 위원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상률에 집착한 양대노총의 태도는 최저임금제 현실화 투쟁에 대한 공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을 비롯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은, 최저임금제가 현실에서는 오히려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법정 최고임금제'로 역기능하고 있는 점을 폭로하면서, 최저임금인상뿐 아니라 최저임금제의 적용확대,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편법적 임금체계 철폐 등을 투쟁요구로 제기하였다. 그리고 최저임금제 현실화의 요구는 시장논리나 자본의 지불능력에 따라 좌우될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기본적 요구로서 제기되고, 그러한 맥락에서 투쟁주체가 확대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2월의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투쟁이나 최옥란 열사의 죽음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독소조항의 폐지와 조건없는 사회복지급여의 제공 등 최저생계비 현실화의 요구도 조금씩 주체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서로의 상승된 요구를 통해 노동능력이 있어서 노동을 하는 사람이던, 일자리가 없거나 노동능력이 없어서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던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피해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 이주, 여성, 장애노동자, 실업자, 수급권자 등 광범위한 주체의 조직화와 이들의 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현재 양대노총은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한 재심의 요구와 함께 이후 최저임금제 제도개선요구 등을 지속적으로 사업화할 예정이라 한다. 최저임금투쟁이 최저임금심의기간 동안의 교섭압박 투쟁에 머무르지 않고, 투쟁주체를 발굴하고 기본적인 노동권·생활권 쟁취투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도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02. 7. 5.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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