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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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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제4부는(재판장 조병현)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김인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가 문제된 사건에서 SK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노위 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 성명서 -

사용업체가 된 법원,
       네가 파견법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 인사이트코리아 김인선 조합원에 대한 행정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


불법파견, 이제 마음놓고 해라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부인한 행정법원이 또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재판장 조병현)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김인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가 문제된 사건에서 '파견업 허가를 받은 바 없으면 파견대상업무에 대한 파견이라고 할지라도 파견법을 적용할 수 없어 2년이 지났더라도 사용업체인 SK에 직접고용을 주장할 수 없다'라면서 SK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노위 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업체가 수 만 개에 달하고 이중착취와 고용불안에 고통받는 파견노동자의 수가 100만을 훌쩍 넘은 현실에서, 정부는 이미 불법파견에 대한 행정감독을 포기한 채 노사정위를 통해 법을 바꾸어 기존의 불법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때에, 법원에서는 명문규정에 반하는 해석으로 불법파견을 받은 사용사업주는 2년이 지나도 파견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기존의 불법파견을 승인하고 이를 더욱 조장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로써 이제 불법파견을 자행한 사용업주와 파견업주는 모두 면죄부를 얻고 아무런 규제 없이 떳떳이 파견노동자를 불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파견노동자들은 이로써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불법은 사장이 저질렀는데, 쫓겨나는 것은 노동자?

  SK(주)는 전국 13개 물류센터에 필요한 인력들을 인사이트코리아라는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운영해왔다. 저유원, 출하서기, 경리 등으로 2년 넘게 일해 온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은 SK의 사업장에서, SK의 지휘 감독 하에, SK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단지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아왔다.
  이에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하였고, 2000년 8월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이므로 직접고용 등으로 시정하라"는 판정이 나왔ek. 그러나 SK측은 노동부 시정지시를 따른다면서 곧바로 이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고 3개월에서 1년짜리 계약직 전환을 강요하는 한편 이를 거부하고 법대로 정규직을 요구하는 이 사건 김인선 조합원 외 3명의 조합원들을 2000년 11월 1일자로 해고했다. 사측의 불법을 바로잡으려던 노동자들이 오히려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복직명령 이행 않고 노조탈퇴 협박 일삼은 악덕자본 SK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은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하였고, 2001년 3월 서울지노위에서는 불법파견에도 파견법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미 파견기간 2년이 경과한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을 SK는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면서 원직복직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 후인 2001. 10. 중노위는 "파견법을 적용하여 고용의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파견대상업무였던 김인선 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 3명에 대해서는 파견대상업무가 아니므로 부당해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3명에 대한 복직명령을 취소하고 김인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인선 조합원에 대하여도 SK는 중노위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원직'인 서울물류센터가 아니라 출퇴근에만 5-6시간이 소요되는 인천으로 출근하도록 했고, 해고된 조합원들과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하며 서울로 전직을 시켜주겠다고 협박과 회유를 해 왔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SK는 중노위판정 중 김인선 조합원 부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행정법원은 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해도 파견허가를 받은 바 없으면 파견법 상 직접고용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허가 안 받은 것이 노동자 잘못인가

  이 번 판결은 파견법의 입법취지는 물론 개별 조항에도 반하는 것이다. 98년 당시 파견법이 제정될 때, 정부는 이미 만연해 있는 불법파견을 양지를 끌어올려 규제하고 이를 통해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다가 주장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파견법이다. 그래서 법 이름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다. 그러나 위 법률에서 유일하게 파견을 규제하는 2년 이후 직접고용의제조항은 제정 이후 제대로 적용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파견노동자들이 2년이 되기 전에 해고를 당했고, 법에 무지한 사용자를 만나 다행히 2년을 넘긴 파견노동자들도 파견대상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 조항의 적용이 부정된 것이다. 이 번 판결은 한 걸은 더 나아가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을 부정해 위 조항은 사실 상 법원에 의해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법원이 그렇게 중요시 여기는 법체계만 보아도 직접고용을 규정한 제6조 제3항은 파견업 허가를 규정한 제7조보다 앞에 위치하여, 파견업 허가와 무관하게 실질이 파견이면 파견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파견대상업무로 한정하고 파견업 허가를 받는 등 법을 준수한 업체는 오히려 직접고용의 책임을 져야 하고, 반면에 무허가로 불법파견을 자행한 업체는 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게 함으로써, 형평성의 문제를 발생시킴은 물론, 파견업체들은 파견허가를 일부러 회피하려 할 것이고, 사용업체 역시 파견허가를 안 받은 파견업체를 선호하게 되어 - 안그래도 개판인 - 기존 법질서를 더욱더 문란하게 할 것이다.
  더군다나 파견사업주가 파견업 허가를 받았느냐 안받았느냐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노동자들이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파견업 허가를 안 받은 것은 파견업체의 책임이고,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사용업체의 책임이지, 이들의 잘못을 파견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법원의 판결은 납득을 하기 어렵다.

이제 불법파견은 더 이상 문제삼지 마라

  결국 이 번 행정법원판결은 불법파견은 행정감독이나 형사처벌로서 규제되어야 할 문제이지 민사적으로 직접고용을 의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10여 년 간 불법파견을 자행해 오고 그 과정에서 수 십 억원의 임금을 중간착취한 사용업체와 파견업들체에 대하여 파견법위반죄로 불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것도 바로 법원이 아닌가. 임금체불에 대하여도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만다면서 배짱을 부리는 사용자가 수두룩한데, 업체가 챙기는 수익의 100분의 일도 안되는 벌금을 부과하면 불법파견이 사라질 것이라고 법원은 믿고 있는가.
  행정감독도 마찬가지이다. 파견법이 제정, 시행된 지난 4년 동안 노동부가 먼저 나서서 불법파견을 조사한 예는 한 번도 없었다. 대한송유관공사, 캐리어, 대우조선에서처럼 노조가 먼저 불법파견 진정을 넣은 다음에서야 노동부는 뒤늦게 현장조사를 나왔었고, 조사에서조차 노동부는 시간을 끌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노조가 노동사무소를 점거하고 항의를 해서야 비로소 불법파견을 인정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런 노동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없이 법원은 불법파견은 형사처벌이나 행정감독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뻔뻔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사용업체가 된 법원, 애초에 공정성은 없었다.

  이 판결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동일 재판부가 올 2월에 판결한 나머지 3명의 조합원 사건과도 그 내용이 모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무영 위원장 등 3명 조합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위 재판부는 SK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견법 제6조 제3항(2년 후 직접고용의제)은 "예외적으로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 있어서 법상 허용되는 최장기인 2년을 경과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하여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출하서기, 영선원 등이었던 3명의 조합원들에게 소송을 기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파견대상업무에 파견된 김인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가 문제가 되자 위 재판부는 말을 바꾸어 파견대상업무 여부와 무관하게 파견업 허가를 받은바 없으면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을 한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단지 재판부의 법률적 견해가 변동(그 짧은 사이에!)된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된다.
  지난 달 대법원에 파견되어 전기, 보일러 등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명호개발 소속 파견노동자들이 법원 청사 앞에서 파업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법원에서 일하면서도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임금마저 지급되지 않자 이들 파견노동자들은 쟁의행위에 나섰던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노조집행부 3명을 연행하도록 하는 등 비상식적인 노조탄압을 벌였었다.
  법원 역시 이 번 김인선 조합원의 판결결과가 어떠한 영향을 가지고 올 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김인선 조합원이 승소를 하여 파견대상업무에는 직접고용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할 경우 파견대상업무인 법원의 시설관리 노동자들도 법원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얼마 전 도급으로 가장한 도시철도의 미화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결과, 실질이 파견으로 인정받은 사실도 법원의 위기감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SK 자본·행정법원에 대한 규탄투쟁과 파견법 철폐 투쟁을 전개하자

  행정법원은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그 본래의 기능을 저버렸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기를 포기하고 법외적인 요서들을 고려하여 판결을 내리는 법원은 비정규직을 대량양상하고 제도화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제 법원은 파견노동자들을 사용하는 사용사업주로서 자본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지 않는가. 더 이상 우리의 권리를 법원의 자의에 내맡길 수 없으며 이제 남은 것은 행정법원과 SK자본에 대한 거센 투쟁을 전개하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뿐이다.
  한편 이 번 판결로 인하여 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사용업체의 파견업체의 중간착취를 승인하고 조장하는 법률에 불과함이 다시 한 번 명백해졌다. 이 번 판결은 파견을 허용하면서 다시 이를 규제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것이다.
  우리 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SK인사이트코리아 노조와 민주노총, 제 노동사회단체와 강력히 연대하여 다시금 SK 자본과 행정법원에 대한 규탄투쟁과 파견법 철폐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2002년 7월 25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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