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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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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9일 재정경제부는 [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 7월 24일 정부가 마련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경제특구법안에 대한 규탄 및 투쟁호소문

■ 재정경제부, [경제특별구역]에 근로기준법·파견법 적용면제 입법예고

지난 8월 19일 재정경제부는 [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 7월 24일 정부가 마련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주된 내용을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시·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되면, 여기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자금지원, 임대용지의 저렴한 제공, 국공유재산의 사용 또는 매각 등의 혜택뿐 아니라 갖가지 법적 규제 면제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교통유발부담금 면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고유업종분야에 대한 대기업자등의 참여제한) 및 제12조(지정계열화 업종) 적용면제,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11조(기준공장면적률의 적용) 적용면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조(출자총액의 제한) 적용면제, 근로기준법 제57조(월차유급휴가) 및 제71조(유급생리휴가) 적용면제, 파견법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제한) 및 제6조(파견기간의 제한) 적용면제 등의 특혜이다.

우리는 이번 법률안에 근기법과 파견법 일부 조항 면제의 내용이 들어간 것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월차유급휴가와 유급생리휴가는 저임금장시간노동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최소한의 건강권과 관련한 조항들이다. 그럼에도 "주5일제"논의가 진행되면서 정부와 자본은 '국제기준'을 운운하며 이것을 공격한 바 있다.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노·자간의 쟁점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재정경제부가 일방적으로 이 조항의 면제를 법안화한 것은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특혜를 넘어서 노동법개악을 시도하는 탐색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또한 파견법 제5조와 제6조를 면제하겠다는 것은 파견제를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의미이다. 파견법은 중간착취를 비롯한 반사회적 성격을 애초부터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견허용대상업무와 파견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의 감독의지가 없고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파견법을 통한 파견노동자 보호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속에 "파견법 철폐"가 투쟁요구가 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 스스로가 파견법의 존재이유를 부정한 것에 다름아니다.

■ 김대중정부 5년, 초국적투기자본으로의 편입과 노동자·민중의 불안정화

김대중정부는 IMF경제위기 속에서 '외자유치'를 경제정책의 잣대로 삼았을 뿐 아니라 기업·금융개방을 통해 초국적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경제위기극복의 처방으로 고집해 왔다. 이에 따라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되었고, 외국인이 주식을 10%이상 소유하고 5000만원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기업'이 되고 500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되어 각종 특혜를 누리도록 했다. 이나마도 계속 완화되어 이미 개발이 완료된 산업단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3000만 달러 이상, 관광사업의 경우는 200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된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선정되면 법인세·소득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 및 종합토지세가 감면되고, 국·공유재산을 50년간 임차·매수할 수 있다. 또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되면 국토이용관리법·도시계획법·중소기업의사업영역보호및기업간협력증진에관한법률의 일부가 적용면제된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경제특구법안]에 따르면 여기에 더하여 독금법, 근기법, 파견법 상의 면제가 혜택으로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외자유치'만을 살 길이라고 선전하지만, 막상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잠정집계한 외국인 직접투자(신고기준)는 3424건, 118억 7천만 달러이다. 수치로만 보면 김대중정부 4년동안 1997년 이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52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가 들어왔고, 2001년 말 현재 국내 외국인투자기업수는 1만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중에서 공장을 짓고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투자는, 한국휴렛팩커드 등의 자본증액 같은 예를 합쳐도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헐값에 나온 국내기업을 사거나 지분을 인수하였다가 다시 되파는 주식투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외자유치 가운데는 국내 자금이 해외 조세피난처의 역외펀드를 통해 들어오거나, 외국의 투기자본에 담보를 제공하고 들여오는 사실상 '해외차입'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외자유치'란 것이 초국적금융자본이나 이에 편입된 국내재벌기업의 투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본이 아닌 경우에도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장시간노동의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GM의 대우차인수의 예처럼 국내기업을 하청기지화하거나 극단적인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구한다. 심지어는 여수공단의 바스프공장의 예처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돼 약 1천억의 국세를 감면받으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독가스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 정권과 초국적투기자본은 노동자들에게 "바닥을 향한 경쟁"을 요구한다

김대중정부의 외자유치,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련의 법제정들은 한국경제를 초국적금융자본들의 투기장으로 만들거나 이에 종속된 하청기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노동자대중에게 의미하는 바는 극단적인 불안정성으로의 편입과 함께, 제3세계간 저임금장시간노동의 출혈적 경쟁(소위 "바닥을 향한 경쟁")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번 경제특구법안에 근기법 일부조항 및 파견법에 대한 면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외국기업에 대한 특혜'의 문제로서만 바라볼 수 없는 심각성을 갖고 있다. 이미 1970년대 이래의 수출자유무역지대에서는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법이 무시된채 극단적 착취가 이루어졌던 경험이 있다. 1998년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당시에도 정부는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모두 노동법상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여 노동3권을 제한하려 한 바 있다. 만약 이번 경제특구법안이 통과된다면 전국적으로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 '자본의 특구'가 확산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외국인투자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외펀드로 들어오는 재벌기업에게도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로기준법 일부와 파견법 일부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반노동적 시도는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공세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의 반사회적·반노동적 '경제특구법안' 입법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이것을 막아내기 위해 노동사회정치단체와 연대하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정부는 9월7일까지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고 이후 10월 국회에 상정하려는 일정을 밟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에 긴급하게 투쟁을 호소한다. 이것은 비정규직이나 여성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한 노동법개악시도일 뿐 아니라 이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반민중적인 공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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