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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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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기획, 목적 의식적인 조직화과정으로 비정규직 철폐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한 단위사업장의 문제로 치환될 수 없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조정이 가속화시키는 '노동의 불안정화' 전략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비정규직 투쟁이 고립화, 장기화되어가고 있다

98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투쟁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의 흐름이 형성된지도 4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더이상 비정규직 투쟁이 중요하다는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그 투쟁의 의의와 중요성은 운동진영내의 상식처럼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비정규직 운동의 수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벼랑끝으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의 폭발, 즉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투쟁의 총합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운동진영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이견은 투쟁의 방향성과 함께 투쟁을 조직하는 방식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계급적 입장 속에서 투쟁이 조직되지 못하고 비정규직의 합리적 사용을 전제로한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문제로 투쟁의 의미가 협소화되면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전선 속에서 투쟁이 배치되지 못하고 비정규직들만의 외로운 투쟁으로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비정규직 투쟁은 너나할 것 없이 장기화되어가고 있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동력을 날이갈 수록 줄어들고 있다. 언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적 투쟁에 의존할 것인가? 언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로운 투쟁으로 남겨둘 것인가? 이젠 심각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왜 외로운 투쟁이 되었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한 단위사업장의 문제로 치환될 수 없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순한 고용형태의 문제를 넘어서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조정이 가속화시키는 '노동의 불안정화' 전략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의 불안정화,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 노동기본권의 부정이라는 노동의 불안정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는 자본의 총 공세에 비해 이에 대항하는 노동의 대응은 개별적이고 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단위사업장의 문제는 각 단위사업장이나 소속 연맹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속에서 우리는 전체 구조조정 저지 전선에 스스로 파열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실제 많이 변화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의 규약개정 방침에 따라 형식적인 규약개정만을 목표로 한다던가, 또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서'를 이유로 아무런 움직임도 만들지 못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또 한번의 절망을 안겨다 주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더군다나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도입시 노조와 합의, 기피 업무에 한한 비정규직 최소한의 활용등 비정규직 활용에 대한 일정정도의 용인은 구조조정에 대항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현실의 절박함을 선언적 구호로만 남게 만들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서'를 이유로 포기해버린 계급적 단결의 무기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메꾸지 못하고 자본의 "노동의 불안정화' 전략의 관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대로는 안된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투쟁에 의존하지 않는 운동진영의 목적의식적인 조직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비정규직 투쟁의 정치적 기획을 통한 전체노동운동의 비정규직 철폐전선을 시급히 형성해 내야 한다.
추운겨울이 시작되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지금까지 힘겹게 투쟁해 왔던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들은 투쟁에 있어 또하나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투쟁의 성과물 없이 연말을 넘기면서 새로운 해의 투쟁을 결의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투쟁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요, 다음투쟁을 결의하기 위해 필수적인 방향성 제시에 있어서도 순탄치 않은 것이 지금의 투쟁 사업장의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개별 투쟁사업장들의 문제를 전체 전선으로 모아내 함께 돌파해 나가는 것이 절실한 때다.

둘째, 2001년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각 투쟁 주체들의 명확한 평가 속에서 2002년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과 계획을 세워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투쟁 과정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일반화 과정을 통해 2002년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이 작업이 충실히 이루어질 때만이 생존권투쟁의 전면에 나서 있는 지금의 비정규직 노조들 역시 앞으로의 투쟁의 전망을 그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철폐전선에 세워낼 수 있는 끈질긴 고민과 실천이 담보되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간극은 자본의 분할 전략의 결과이지, 극복할 수 없는 확고한 것은 아니다. 각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상태, 구조조정 흐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공동의 대응속에서 노동자들의 분할전략을 극복해야 한다.

만약 계속해서 비정규직 투쟁을 이렇게 외로운 투쟁으로 방치한다면 종국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지난 4년간의 생존권 투쟁의 성과마저 유실된 채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해도 안된다'는 운동진영내의 패배감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한 노동기본권의 박탈,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 전체 노동전선의 후퇴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제대로 된 투쟁의 흐름도 만들어보기 전에 해도 안된다는 절망만을 안고 갈 것인가?

이번 비정규직 노조들의 투쟁이 패배하면 다음투쟁은 없다. 이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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