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계약만 안 맺으면, 아무 책임이 없단 말인가! - 대한송유관공사에 대한 경기지노위 결정을 규탄한다.

by 철폐연대 posted Dec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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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판정 후 전원 해고한 대한송유관공사에 면죄부를 부여한 경기지노위 결정을 규탄한다.

불법파견 판정 후 전원 해고한 대한송유관공사에 면죄부를 부여한

경기지노위 결정을 규탄한다.



1.


직접 고용계약만 안 맺으면, 노동자를 부려먹고 마음대로 짤라도 아무 책임이 없단 말인가!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은 사용업체는 사용자가 아니어서 해고 책임이 없다는 노동위원회 결정이 또다시 나와, 파견노동자들의 피맺힌 한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2월 5일 대송텍 노동조합이 대한송유관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에서, 대한송유관공사는 대송텍에 도급을 주었을 뿐 대송텍 노동자들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바 없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2.


도대체 어디까지 짓밟혀야 한단 말인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규직이 아니라 파견·용역업체 소속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절반 이하의 임금에 인간적인 모멸까지 이를 정도의 차별 대우를 감내해야 하고, 짤려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것이 파견·용역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불법파견이니까 제발 법대로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화해달라고 요구했건만, 불법파견 판정과 더불어 날아든 것은 계약해지라는 전원 해고 조치였다. 이같은 사측의 막가파식 행동에 노동부는 수수방관하더니, 노동위원회는 해고 책임이 없다면서 면죄부를 부여해준 것이다.


3.


대송텍 노동자들은 미군이 운영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TKP라 불리우는 한국종단송유관 운영 업무를 해왔다. 처음에는 미군무원 신분이었으나, 송유관 시설의 국방부 이전 후 위탁관리를 받은 SK에 의해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락했고, 99년 대한송유관공사로 위탁 관리가 변경된 후에도 대송텍이라는 자회사 소속으로 남게 되었다.

그 누가 정규직이 아닌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싶겠는가. 노동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아니 정반대로, 사측이 일방적으로 소속업체를 지정하고 변경해왔던 것이다. 이런 현실이 고용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깡그리 무시되고 말았다.


4.


더욱이 대송텍 노동조합의 경우 그간 불법파견 판정 이후 사측은 오히려 계약해지를 통한 해고를 자행해왔음을 감안하여 노동부에 수차 직접고용 조치를 요구했고, 그 결과 성남노동사무소는 대한송유관공사에 "계약해지로 인해 실업사태 등 고용불안이 야기되어서는 절대 불가하다"라고 시정조치했다.

그러나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곧바로 대송텍 노동자 84명 전원을 해고 조치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이들을 사업장에서 내몰았으며, 노조 반발에 대비 군부대 투입계획까지 세웠다. 지난 8월 사업장에서 쫓겨난 대송텍 노동자들은 이후 대한송유관, SK, 노동부, 국방부 등을 상대로 힘겨운 상경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5.


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신속한 권리 구제를 위해 생겨난 기관이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보면 그 존재 의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측 손 들어주기식의 편파적이고 부당한 결정들에 사측과 결탁한 각종 비리 등이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노동권의 사각 지대에 방치된 비정규 노동자들과 관련해서 보면, 더욱 할 말을 잃게 된다. 보험모집인은 노동자가 아니다, 한국통신계약직노동자 해고는 공기업 구조조정 지침에 따른 이상 정당하다, 방송사는 파견노동자와 직접 고용관계가 없어 해고 책임이 없다, 파견대상업무 이외의 업무에 대한 불법파견에는 직접고용의무가 없다 등 부당하다 못해 해괴한 결정들이 잇달았다.

법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볼멘 변명도 있는 듯 하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노동위원회가 왜 존재하는가. 비정규직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노동법의 적용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요리저리 편법을 쓰기 때문이 아니던가. 당연히 그같은 사용자들의 조치에 부당함의 낙인을 찍고, 실질적인 잣대를 들이대어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형식적인 법규정이 없다는 말만 되뇌인다면, 차라리 '사용자 위원회'라고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것이다.


6.


대한송유관공사는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바 없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노동자들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고 해고까지 자행한 책임을 전혀 묻지 않은 노동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노동위원회는 본연의 임무를 깨닫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한송유관공사는 그간의 불법파견, 부당해고, 노조탄압의 책임을 지고, 조속히 정규직으로의 복직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같은 현실은 대송텍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위장도급, 시설관리, 사내하청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처한 것이기에, 파견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이들의 노동권 보장, 정규직화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업장을 뛰어넘는, 노동계 전반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2001년 12월 24일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불안정노동철폐를 위한 전국 연대(준)
(약칭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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