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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위에서 5월 6일 발표한 합의문을 대하며 우리는 실로 분노스러울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감옥에 가면서까지 쟁취하고자 외쳤던 투쟁의 요구들은, 기만적인 언사와 껍데기뿐인 대책 속에서 우롱당했다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위에서 5월 6일 발표한 합의문을 대하며 우리는 실로 분노스러울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감옥에 가면서까지 쟁취하고자 외쳤던 투쟁의 요구들은, 기만적인 언사와 껍데기뿐인 대책 속에서 우롱당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비정규노동자의 범위와 통계를 개선한면서 고용형태에 따른 비정규직과 근로조건에 따른 취약노동자를 분리하겠다고 말한다. 취약근로자든, 비정규직이든 이 노동자들이 왜 생겨나고, 왜 고통당하고 있는가? 그것은 자본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겉으로는 고용형태나 근로조건의 차이가 확연히 구분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이 땅의 모든 노동들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나마 고용을 보장받고 있는 노동자들마저도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만드는 데까지 자신의 구조조정을 밀고 나가려는 자본의 의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각각의 고용형태와 내용은 달라 보여도, 결국 자본의 이해관계에 맞게 착취의 도를 높이려는 의도 속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일 뿐인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취약근로자를 구분해서 정권과 자본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마치 '비정규직'이나 '취약근로자'의 요구가 서로 다른 것처럼 만들어서 이것이 결국은 노동의 불안정화 현상 속에서 다르게 드러나는 현실일 뿐이라는 점을 가리려는 것이며, 비정규직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서 현재의 문제를 가려보려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또한 비정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이나, 이를 위한 노사정 참여기구 설치, 상담 및 고충처리방안을 내놓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불법파견에 대해 신고하면 오히려 불법파견된 노동자들만 거리에 내몰리고, 부당해고를 호소하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가 인정되는 경험을 비정규직들은 너무나 많이 하고 있다. 즉 근로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 아니다. 근로감독 자체가 이미 불법적이든 아니든 비정규직 확대 자체를 용인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기능을 하는 이상 절대로 근로감독의 강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나 노동조합의 근로감독 인정을 요구해왔던 것이다.

사회보험제도의 적용 확대방안도 기만적이다. 노사정위원회 비정규 특위의 1차 합의에 의하면 일용직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중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를 산업재해보상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모든 비정규직에게 4대보험을 완전 적용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여전히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동자들의 당면한 필요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게다가 이 안은 이미 2000년도에 노동부에서 제출했던 4대보험 적용 방안보다도 훨씬 후퇴한 안이다. 그동안 죽음을 각오한 투쟁을 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안이라는 것이 고작 이것이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이번에 합의된 몇 가지 조치 하나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의 합의는 '노사정합의'라는 기만적인 이름으로 실질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비정규직 확대를 제도화해왔던 과거 경험의 연장이며,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것처럼 포장된 껍데기 뿐인 선물을 내놓고,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를 관철시키는 정권과 자본의 술수이다.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제한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계약직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려는 개악안도 논의 중이고, 심지어는 현대판 노예제도인 파견법까지도 확대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번 1차 합의가 이후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을 개악하기 위한 전초전이며, 그것의 결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전환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노사정합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번 합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기만적인 노사정위원회를 당장 해체하라!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고통을 더해왔던 노사정위원회에서 더 이상 비정규직 문제가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4대 보험을 완전 인정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한하려는 모든 논의를 우리의 투쟁으로 박살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와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위해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02년 5월 10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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