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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보다 낮은 통상임금 조장하는 고용노동부 행정기준은 잘못됐다.

 

2019. 12. 11.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의 최저임금 미달시 연장근로 수당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에 관해, 2011. 10. 14. 근로개선정책과-3589 해석(2011년 행정기준)을 폐기하며 새로운 해석의 기준(2019년 행정기준)을 발표했다. 2011년 행정기준은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 해당일에 근로한 기본임금인 100%는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나,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인 50%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통상임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2019년 행정기준은 2017. 12. 28.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다49074 판결)에 근거를 둔 해석으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은 기능 및 산정방법이 전혀 다른 별개의 개념으로 통상임금 자체가 최저임금액을 최하한으로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산정시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최저임금 이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금구성 항목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어야 하는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최저임금법 위반이므로, 해당 총액은 최저임금으로 증액되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의 최저한의 임금수준을 보장하는 것인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이 가능하다고?? 이러한 당연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자에게 임금은 임금일 뿐이다.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이라던가, 기본임금과 기본임금 외의 임금이라던가 하는 구분은 너무나 복잡하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은 단순하게 자신이 일한 대가로 받은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높으면 된다. 한달 209시간을 일했다면 1,795,310원(2020년 최저임금 8,590원) 이상을 받고, 연장근로 10시간을 더 했으면, 128,850원(8,590*10시간*1,5)을 더 받으면 된다. 이것이 직관적인 최저임금이다. 그런데 이번 행정기준은 연장근로 10시간에 대한 연장근로 수당이 128,850원보다 적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2019년 행정기준은 그 전의 행정해석에 비해 법리적으로 합당하다던가, 대법원의 해석에 따른 것이라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첫째, 최저임금 이하인 통상임금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2020년 최저임금은 여전히 8,590원으로 시간당 9,00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0년 최저임금의 수준은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2,849,504원에 비해 100만원 이상 적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이번 행정기준을 통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통상임금을 적법화했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통상임금을 주면서 더 일을 시킬 수 있도록 열어준 것이다. 이는 2020년 주 52시간이 적용되는 50~299인 사업장에 처벌을 1년간 유예한 조치와도 연동된다.

 

둘째, 임금구조를 더욱 편법적으로 운용하도록 부추긴다. 사용자들은 이번 행정기준을 근거로 또 다른 복잡한 임금체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의 임금은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도 연장 등 가산수당을 줄이기 위해 복잡한 기타수당들이 많다. 2019년 이러한 수당 중 일부는 최저임금 계산시 산입하게 되었고,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계산시 포함되지 않던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계산에 넣음으로써 임금인상 부담을 줄였다. 이번에는 수당에 재직자 기준을 두어 최저임금에는 넣고, 통상임금에서는 빼는 방식으로 통상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법률은 본래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법률을 통해 권리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상의 임금구조는 전문가조차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임금, 통상임금, 평균임금, 최저임금 등이 모두 복잡하고 계산이 어렵다. 계산을 위한 임금대장 확인은 노동자에게는 보장되어 있지 않고, 임금명세서 지급은 법률상 의무도 아니다. 때문에 자신의 임금을, 노동자 스스로 제대로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총액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임금체계를 기형화시킨 것은 누구인가? 이를 용인하고 합법화시켜준 것은 누구인가?

 

임금체계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계산하기 쉽도록 단순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임금체계는 단순화 시키되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임금수준은 현실화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노동부분의 중요국정과제로 장시간 고용관행 개선과 최저임금 1만원을 뽑았고, 2017년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원은 2년만에 포기했고,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대에 그쳤다. 이후 노동정책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가져왔다. 노동개악안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50~299인 사업장에 대해 주52시간제 적용을 하되 처벌을 1년간 유예하였다. 그리고 2019년 해석은 통상임금 저하를 조장하고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관계 및 근로기준에 대한 전문기관으로서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 하나하나의 사안에 매몰되어 근시안적인 행정기준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준의 변경으로 인한 영향까지도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이번 행정기준은 이러한 영향까지 고려하여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 없이 통상임금 수준을 낮춤으로써 장시간 근로를 수월하게 해주기 위한 것인가? 고용노동부는 이제라도 임금관련 전체 행정기준을 정리하고, 현재의 임금관련 행정기준이 근로시간 단축 및 임금체계 간소화, 임금계산 용이성에 부합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20.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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