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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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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폐연대 입장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누구를 위한 것인가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①1주간 최대 노동시간에 대한 다툼을 정리하게 위해, 1주가 7일임을 근로기준법 정의규정(제2조 제항 제7호)으로 신설하였다. ②그간 문제가 되었던 휴일근로 중복할증률에 대하여는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는 100분의 50을,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하여는 100분의 100을 할증한다고 명시하였다(제56조제2항). ③1주 7일 명시에 따라, 연장근로제한에 따른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30인 미만 사업장에 ‘특별연장근로시간’을 허용하였다. ④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제59조에 대하여는 기존의 26개 업종을 5개 업종으로 줄였다. ⑤통상 ‘빨간날’로 불리는 공휴일을 공무원에게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노동자에게도 유급휴일로 인정되도록 하였다. ⑥청소년노동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주5일 체계에 맞추어 개정하였다.

 

이번 개정안에서 그동안 관공서에만 인정되던 공휴일 유급보장을 민간기업까지 확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소위 ‘빨간날’을 연차휴가로 대체해서 사용도록 해왔고, 그 때문에 노동자들의 휴가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어왔다. 때문에 개정안에서 공휴일의 유급휴일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인 휴가권의 보장과 휴일의 보장을 강화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또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을 전면 폐지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대폭 축소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이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전산업의 약 40%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무제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이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제한 및 휴게시간 보장을 통해 쉴 권리를 보장받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운송업 및 보건업에 5개 업종을 여전히 노동시간 제한 특례업종으로 기한 없이 남겨둔 것은 잘못이다. 장시간노동 관행을 폐지하기 위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을 전면 폐기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단순히 개악이라거나 개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법에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68시간까지 늘려놓은 잘못된 관행을 인정해버리고, 근로기준법 노동시간과 관련한 조항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시행시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내용

적용시기

1

1주는 휴일을 포함한 7일(제2조제1항제7호)

5인 이상 50명 미만 : 2021년 7월 1일

2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근로시간허용(제53조 제3항)

2021년 7월 1일~2022년 12월 31일까지

3

공휴일의 유급휴일보장(제55조 제2항)

30인이상 300명 미만 : 2021년 1월 1일

5인 이상 30명 미만 : 2022년 1월 1일

4

휴일근로 이중 중복할증 폐지(제56조 제2항)

공포 즉시 시행

5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 축소(제59조)

2018년 7월 1일부터,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제공은 2018년 9월 1일부터

 

만약 장시간 노동관행을 폐지하고자 하였다면, 오히려 50인 미만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우선 적용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1주간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가 발생되는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영세기업이기 때문이다. 2016. 3.월 경활부가조사에 따르면 60시간이 넘는 연장근로가 발생되는 사업장은 전체의 약 6.7%인데, 이중 4.9%가 3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5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가 발생되는 사업장의 비율은 전체의 10.3%인데, 이중 7.4%가 3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중소영세사업장의 시행시기를 늦춤으로써 노동자의 고통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중 휴일근로 이중 중복할증(연장근로로서 50% 할증 + 휴일근로로서 50% 할증)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중복할증 폐지는 휴일근로가산수당이 줄어드는 문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이번 개정안이 장시간 노동관행을 폐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휴일근로 중복할증 폐지는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인정되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앞두고 향후 노동자들이 휴일근로 중복할증 수당을 청구하게 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휴일근로 중복할증 때문에 휴일근로를 해왔고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중복할증을 폐지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노동시간의 선택권은 없다. 휴일에도 일을 시키는 권한은 기업에게 있었다. 그러니 휴일근로 중복할증의 폐지는 기업이 노동자를 휴일에 일을 더 많이 시키도록 만든다.

개정안에서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공포 즉시 시행하는데 반해 근로시간 제한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7월 1일부터, 유급휴일 보장은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2년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부터 시행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소한 이번 개정안의 공표시부터 2021년 1월 1일 전까지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아무런 혜택 없이 피해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개정안에서 오히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2022년까지 주당 연장근로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하여 20시간까지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보호보다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사업주’를 보호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중소영세사업장의 ‘사업주’ 대부분이 대기업들의 2차, 3차 재하청 사업장들인 만큼, 여전히 대기업 보호 중심의 산업정책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에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미적용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초단시간 노동과 함께 전체 산업분야 중 가장 취약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많이 배제되어 실질적으로 노동관계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여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전략을 취해왔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규모는 날로 증대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규모에 대한 첫 조사인 2011년 12월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수가 135만이었음에 비하여 2014년엔 158만으로 급증하였다. 당시 민간부분 전체 노동자가 약 1437만 명이었음을 고려하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하는 노동자수 비율은 약 11%에 달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5인 미만 사업장을 ‘영세성’만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외면할 것인가.

 

2018년 2월 27일 전격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일부 긍정적인 개정사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시간 허용과 대기업부터의 단계적 적용,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노동시간 적용도 받지 못하면서 할증도 받지 못하게 만드는 등 여전히 ‘개악’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부칙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위한 준비’에 대해 검토를 요청하면서도 59조 특례조항 폐기나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문제, 개정사항의 강력한 시행을 위한 지도점검에 대하여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우리는 근로기준법 완전적용을 통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 중소영세사업장일 수록 더 많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특례조항 폐지를 통해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고, 정부에게 제대로 된 근로기준법 개정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2018. 3. 2.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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