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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노동시간 단축 역행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시도 즉각 중단하라.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적용에 합의하는 합의문을 발표하였고, 고용노동부는 6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적용의 입법화를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야당의 주장처럼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확대되는 경우, 사용자는 16주 또는 20주 연속으로 60시간을 초과하여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으며, 노동자는 이러한 초과노동에도 불구하고 연장근로수당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되는 경우 하루 8시간, 한주 40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법정근로시간 제도와 한주 12시간을 연장근로의 한도로 정한 노동시간 상한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제는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예측가능하고 정기적인 노동을 통해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며, 하루 8시간이라는 노동제한은 이를 초과하는 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유해하고 삶을 인간답게 누리는데 해롭다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이러한 하루 8시간, 한주 40시간이라는 노동시간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단축되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특정주에 연속해서 주 최대 80시간에서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시키는 것이 가능해지며, 이후에는 법정노동시간 미만 노동을 통해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맞추겠다는 제도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압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합법적으로 노동자에게 “과로”를 강제시키면서도, 과로노동에 대한 대가인 초과근로수당은 지급을 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는 전주에 80시간 일해서 쌓인 피로는 다음주에 더 쉬면 풀린다는 산수적 발상으로 조악하기 그지없다. 실재로 한번 쌓인 피로는 잠시 쉰다고 해서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분명하다. 때문에 이제 막 과로사회를 벗어나려고 하는 현상태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확대는 과로사회를 되려 부추기는 행태이다.

 

특히 낮은 조직률로 인해 노동조합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은 노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반면 사용자들이 각종 불법적/편법적 행위를 하고 있는 현 상태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사용자 마음대로 제도가 악용됨에 따라, 수당지급 없이 대기시간, 휴게시간, 출퇴근시간 등이 변동되어 사용될 여지가 높고, 이미 파견노동,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제조업 현장에서는 호출노동과 진배없이 악용될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낮아지는 지지율에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지나치게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라 노동존중이라는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을 통한 대선으로 당선된 직후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였지만, 노동시간 주 52시간 상한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법리상 명확한 휴일 중복할증을 법률로 폐기하고, 불법적인 행정해석에 따름으로써 사용자들에게 휴일근로를 보다 수월하게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도 전면폐기가 아니라 5개 업종을 존치함으로써 장시간 노동을 근절시키는데 실패했다.

 

반면 노동자들의 강력한 주장과 투쟁의 산물인 최저임금 1만원 역시 단계적 시행을 주장했던 공약을 폐기하고, 현장의 만연한 최저임금 꼼수들을 방치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을 인상시키는데도 실패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는 이루어지지 않은채 공공부문 제로 정책은 자회사화는 악수에 부딪쳐 실재로 고용의 질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통해 전격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을 합의하는데까지 이르렀다. 노동존중은 땅바닥에 내던져진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실질적인 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동시에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일자리 확대를 시간제나 비정규직으로 메꾸려는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는 일자리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안정적인 소득,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자리가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정규직을 원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 일자리를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 자회사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 8시간, 한주 40시간 노동제와 한 주 1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하며, 무분별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논의는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오늘부터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논의가 폐기되는 날까지 1인시위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대한 논의의 폐기를 사회화시키고 국회에서 날치기로 관련법률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계속 투쟁할 것이다.

 

 

 

2018. 11. 1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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