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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깃발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극한투쟁을, 균형을 잃은 사회와 이를 뒷받침하는 공권력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마침내 땅으로 내려온 차광호 대표를 바로 연행해 유치장에 가둔 경찰의 만행을 규탄한다. 차광호를 즉각 석방하라!





[성명서] 408일 만에 땅을 밟은 스타케미칼해복투 차광호를 즉각 석방하라!


어제 저녁 금속노조 스타케미칼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차광호 대표가 408일 간의 굴뚝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이는 7월 6일 스타케미칼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와 금속노조가 스타케미칼해복투 노동자 11인의 고용과 노동조합 승계를 보장하는 교섭에 합의한 결과였고, 노사는 스타케미칼 관련 민‧형사상 소송 및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을 부가사항으로 합의서에 명기했다.

그러나 차광호 대표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방해로 예정했던 시점보다 5시간이 지나서야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지금은 경북 칠곡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 408일이라는 최장기 고공농성을 통해 얻어낸 노사합의에 찬물을 끼얹듯 경찰은 지정병원의 형식적인 건강검진 이후 끝내 체포영장 집행을 강행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들이 심신의 불안정을 이유로 병원에서 조사 받았던 사실을 감안할 때 전례가 없는 가혹하고 반인도적인 처사다.

경찰은 단 30분의 간단한 검진으로 차광호 대표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바로 유치장에 가뒀다. 고공농성 동안 건강검진을 담당했던 의사는 협심증과 잦은 어지럼증 소견으로 정밀한 검진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고, 심리상태를 살폈던 치료사 역시 불안정한 심적 상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더구나 차광호 대표는 고공농성 중에 장모님의 말기암 발병과 부모님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해야 했고, 그럼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심경을 수차례 토로해왔다. 의사와 심리치료사가 아니라도, 어찌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건이 없더라도, 45미터 높이의 고공에서 홀로 408일을 견딘 사람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온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날씨 말고는 좀처럼 달라지는 것이 없는 굴뚝의 일상을 견디기 위해,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고공농성을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 차광호 대표는 시간표를 정해 놓고 하루하루 생활했다고 한다. 매일 굴뚝 둘레를 돌고 맨손체조를 하고 명상을 하면서,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굴뚝의 시간을 초인적으로 버텨온 것이다. ‘이상이 없다’는 차광호 대표의 ‘건강함’은, 차마 짐작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기 위해 그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몸부림과 안간힘의 결과일 것이다. 한없는 인내로 고공농성을 견뎌낸 노동자들이 땅에 닿아서야 고백하는 고통과 후유증을 주목해야 한다.

기업의 무수한 불법에 대해서는 ‘노사자율’을 앞세워 수수방관하는 경찰이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심신의 절대 안정이 필요한 노동자에게는 득달같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는 치졸한 기싸움이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공권력이 지우는 괘씸죄일 뿐이다. 정부도 자본도 염두에 없는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깃발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극한투쟁을, 균형을 잃은 사회와 이를 뒷받침하는 공권력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웠고 마침내 땅으로 내려온 차광호 대표를 바로 연행해 유치장에 가둔 경찰의 만행을 규탄한다. 차광호를 즉각 석방하라!


2015년 7월 9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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