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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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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의 목줄을 조이는 민주노조는 없다.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며

 

지난 3월 16일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현장 발의된 ‘해고자 신분보장기금 지급기한 2년 제한 및 천막농성 중단’ 안건이 통과되었다. 해고 5년차,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천막농성장에서 혹한을 버티고 어렵사리 지원대책위를 구성해 복직투쟁을 이어가는 해고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결정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한 삶을 위해 투쟁하고 연대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죽음의 공장’으로 통한다. 고용 불안 속의 저임금‧장시간 노동, 만연한 차별과 인권 침해에 더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위험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2년 10월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설립 직후부터 수 년 동안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파괴 시도가 지속됐다. 지회가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노조 인정을 우선 목표로 삼아 교섭을 진행하는 기간에도 탄압은 멈추지 않았다. 징계가 남발되고 조합원이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노조 인정 투쟁 과정에서 당시 지회 정책부장으로 교섭간사를 맡고 있던 이환태, 조직2부장이었던 최병률은 해고되었다.

 

우리는 당시 전국 각지의 투쟁 현장에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을 만났다. 위험하고 열악한 현장에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은 현대차비정규직 송전탑 고공농성장에, 유성기업 굴다리 밑에, 분신한 기아차비정규직 노동자를 엄호하는 천막에, 그리고 셀 수 없는 투쟁의 거리에 함께 있었다. 투쟁과 연대로 일궈낸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시작이었고, 이 속에는 해고자들의 분투와 헌신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설립 이후 만 5년 만에 조합원 2,800명가량의 대규모 노조가 되었고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렸다. 투쟁으로 조금씩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상징이었던 안전모의 색깔을 바꿔냈다. 대자본의 노동 착취와 위험의 외주화, 고착화된 비정규직 차별에 맞서기 위한 투쟁을 다각적으로 전개하며, 지난해 4월에는 각종 복리후생과 산업안전 제도에서의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민주노조의 정신과 원칙을 지키는 기반 위에서 그 줄기를 뻗어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에 인권이 없다” 외치는 지회의 목소리가 과연 밖으로만 향해도 되는 것일까. 지난해 집행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는 민주노조의 기풍을 저해하고 조직 문화를 오염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해고자를 내치는 정기대의원대회의 결정으로 그 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의 사내하청 분리 총회, 지금껏 반복되고 있는 자동차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무산 등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분열 양상을 더욱 심각하고 첨예하게 재생산하는 것이다. 해고자를 내치는 조직적 결정의 주체가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성찰해야 한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지금 위태로운 기로에 서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자본이 가르는 분할과 차별에 저항하는 것만큼, 내부의 비판에 귀 기울이고 단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민주노조로서 거듭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해고자는 언제나 민주노조의 일부다. 민주노조의 대원칙을 저버리고 해고자의 투쟁과 생존을 가로막는 정기대의원대회 결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2018년 4월 25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현대제철비정규직 해고자투쟁.jpg

[출처: 손소희]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해고자들의 투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동지들은 아래의 링크의 글을 읽어주세요.

[질라라비/201711]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해고자 있어요. / 손소희
http://workright.jinbo.net/xe/index.php?mid=issue&listStyle=list&page=7&document_srl=5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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