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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성찰하고 연대하라, 페미니스트 책방 펨

성희영 (붉은몫소리, 철폐연대 회원)

 

“이 동네에 이런 게 생긴다는 게 너무 좋네요.”

안산 사동에 페미니스트 책방을 만들 거라는 말에 반갑게 첫 마디를 건네준 문화공간지기의 말에 힘이 더 불끈 솟아 신이 나게 책방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여럿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니 다양한 차이가 발견되곤 했다. 차이를 드러내고 그 차이의 폭을 줄여가기 위해서 이야기 나누고 실행해 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므로 시간을 최대한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럼, 책방 펨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머릿속의 생각들을 다 꺼내라

20대부터 40대까지, 비혼과 기혼, 여성과 남성이 공존하는 붉은몫소리에서 처음 책방이 논의됐던 건 2016년 여름이었다. 그 전에도 종종 여성을 위한 문화공간, 자유로운 공간에 대한 갈망이 얘기되곤 했지만 이렇게까지 실물화 된 적은 처음이다. 한 발을 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월세와 보증금이 필요 없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려 40평이나 되는 공간이라니!

우리에게 너무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만드는 공간이 생겨나니 그 다음은 그동안 짧게 짧게 얘기했었던 생각들을 전부 끄집어내어 조립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헌책방, 세미나 공간, 열린 강좌, 바느질 모임, 도서관, 서점, 카페까지……. 많은 것들이 나왔지만 그 모든 게 대부분 수렴되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누구나 페미니즘 관련서적을 보고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을 마련했다. 한 편에는 세미나실을 두었고 한 편에는 페미니즘 책을 포함한 인문학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공간을,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들과 놀 수 있는 보드게임, 차와 맥주, 와인까지 구비해서 한 잔하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거기에 새로운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서점까지 말이다.

 

연대와 소통의 장으로서의 펨

그 공간을 꾸미는 인테리어 비용은 공동체지원사업기금을 신청하여 받아 마련했다. 그것을 신청하는 데에도 많은 토론이 이어졌다. - 이 토론과 관련해서는 기존 기금을 지원받는 것에 대한 비판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는 아마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어 쓰진 않겠다. - 붉은몫소리 성원 개별 모두 최대한 돈을 모으고 주변에서 기부를 받더라도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고, 이제 막 우리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놓칠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어 결국은 일부 지원을 받아 공간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 책과 비품과 책장 등은 기부를 받고 필요한 물품은 중고로 구입하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가능한 우리가 하거나 주변 지인의 도움을 받아 꾸렸다. 펨은 붉은몫소리 성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손길, 정성이 만들어낸 곳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움직이는 책방, 펨

페미니스트 북카페 펨(femm)의 이름은 페미니즘을 줄여 펨이 되기도 하고, FEMM(Finite Element Method Magnetics)이라는 유한요소 분석 소프트웨어 이름을 따온 것이기도 하다. 모터 등의 자기장을 이용하는 제품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모든 자료를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이 가능하게끔 한다’는 정신을 가진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공존과 공유, 존중과 나눔의 정신이 페미니즘과 맞닿아 있다. 나아가 이 프로그램은 엔지니어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보통 ‘엔지니어’라고 하면 ‘남성’을 떠올리지만 분명 ‘여성’인 엔지니어도 있고 7~80년대에는 공순이 공돌이라는 말로 비하되던 노동자들과도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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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9. 오픈식, 416합창단의 공연 [출처: 페미니스트 책방 femm]

 

1년 반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12월 9일 책방 펨을 열게 되었다. 이 날은 416합창단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노래 공연과 세월호 피해 학생의 언니가 그린 그림 전시(당분간 계속 전시될 예정이다.), 붉은몫소리의 영풀이 만든 영상을 상영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조촐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 페미니즘 운동의 동향, 주변 지인들 이야기 등 오랜 시간 편안하게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건 공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펨의 한 쪽 벽면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페미니스트 책방 펨, 묻고 성찰하고 연대하라!

권력관계를 의심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질문입니다.

여성의 몸과 여성의 시간과 여성의 노동을 다시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은 혁명입니다.

여성의 언어를 가질 때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균열입니다.

여성을 여/성으로 가르고 흔듭니다.

 

페미니스트 북카페 펨을 열었으니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건 이제 이 글귀를 실천하는 일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나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공간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하는 수많은 시도가 필요한 때다. 그것이 강좌라는 이름으로, 독서모임이나 바느질, 악기의 연주모임 등으로, 영상의 감상과 수다 등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 어떤 시도도 해볼 수 있는 장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그럼 이제 뛰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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