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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의 활로를 모색하는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엄길용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대표, 철폐연대 회원)

 

지난해 우리는 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보냈다. 결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의 흐름이었고 많은 것이 변하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열사들의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노동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비정규직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고 노조조직율 또한 낮다. 민주노총의 다수를 차지하는 정규직과 그 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공장, 공기업 노동자들의 노사협조주의와 개량화 경향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철도해고자이다. 여러 산별 부문 중에서 특히 내가 속한 공공부문이 노사협조주의 경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어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활동가들의 나이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어 있다. 그리고 두루 이야기를 나눌 동지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누구랑 어떤 고민을 나누면서 현장활동을 해나가야 할지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노총의 모든 노조들이 다들 민주노조라고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한국노총과의 차별성이 없어지니 ‘그렇다’ 라고 인정하기도 좀 뭣하다.

   

공기업, 대공장 노동조합의 개량화에 대한 비판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무언가를 실천하기에는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함께 모색할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결코 많지 않다는 것이 놀랍고 안타깝다. 오히려 주변의 사람들에게 ‘내 집도 못 챙기면서 자꾸 밖으로만 나가려 한다’는 타박을 적지 않게 듣는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조합원 18만 명이 넘는 민주노총의 최대 가맹조직이다. 그 속에는 조합원 수 1만 명이 넘는 사업장이 여럿이고 천 명 이상의 사업장도 무척 많다. 그런데 현장조직은 거의 없다. 놀라운 사실이다. 활동하는 현장조직이 공공운수노조를 통틀어 두 개다. 혹자는 설마 하겠지만, 사실 나도 잘 믿어지지 않는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민주적이고 자주적임은 물론이고 계급적 연대와 투쟁을 만들고 변혁지향성을 갖는 민주노조를 강화하는 것, 원칙을 지켜나가게 하는 힘이 현장조직에서부터 나오는 것일 텐데 그런 조직들이 다 없어졌으니 배가 산으로 간들 눈치 볼 일도 없고 누가 딱히 뭐라고 할 것인가.

그렇다고 현장조직과 현장활동가들이 다 죽은 것은 아니어서, 천만다행으로 이들이 모여 지난 2년 간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하며 모종의 모색을 하는 시간을 가져 왔다.

 

박근혜 정권이 한창 패악을 부리던 2년 전, 공공운수의 현장활동가들이 모여 그동안의 투쟁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토론회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면서 ‘공공운수 현장활동가 모임’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이후의 현장과 정세에 따라 가능한 실천 활동들을 전개해왔다.

2016년 공공부문 공동총파업 시에는, 공공부문 총파업을 확대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으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담은 선전물을 발행해 전국적으로 5회에 걸쳐 배포하였다. 박근혜 탄핵 후 대선 시기에는 민주노총의 올바른 정치방침을 요구하고, 보수정당 선거인단 참여와 정치후원금 조직 및 정책 협약 등의 지지‧지원 활동을 한 조직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다. 또 올바른 대선 방침 마련과 ‘사회적 파업’ 성사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현장 토론회를 주최하여 촛불항쟁이 노동자대투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결의를 도출하였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는 민주노총의 청와대 초청행사 불참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비판 입장서에 대하여 비판 성명을 발표하였다. 지난해 12월, 근기법개악 저지 투쟁과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민주당사 내 단식농성 중 공공운수노조에서 청와대의 노동계 인사 초청행사에 대거 참여하는 일이 있었고, 우리는 지도부 항의방문과 성명 발표 등을 통하여 공공운수노조의 잘못을 비판하였다.

공공운수 현장활동가 모임은 이러한 입장과 활동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공공운수 산별 내의 현장조직 건설을 목표로 갖게 되었다. 또한 직선 1기 평가토론회를 바탕으로 직선 2기 임원 선거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 1월 20일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가 출범하였다. 우리는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를 출범하면서 다음과 같은 활동 방향과 사업을 확정하였다.

 

전 문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으로 민주노조를 확대·강화하여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킨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을 통해 길러지는 노동자 계급대중의 힘을 모아 노동해방으로 나아간다.

 

제 1 장 총 칙

제2조(목적과 사업)

① 민주노조운동을 통해 민주노조를 확대·강화하고,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에 앞장서며, 단결과 연대를 바탕으로 자본과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노동해방세상을 쟁취하기 위한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

②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전개한다.

1. 민주노조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사업

2. 민주노조의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계급성 연대성을 실현하는 사업

3. 노동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업

4.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위한 사업

5. 공공대산별노조를 건설하는 사업

6. 제 노동·민중단체와 연대 사업

7. 국제 노동자연대를 위한 사업

8. 공공부문 확대와 사회공공성 강화(국영화 공영화 사회화 등) 사업

9. 현장활동가를 양성하는 사업

10. 기타 민주노조운동과 관련된 사업

 

2 2018.1.20.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출범식 [출처 필자].jpg

2018.1.20.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출범식 [출처: 필자]

 

 

이런 조직을 만들고 이런 활동을 하자고 결의하였다. 지금은 출범 초기라 조직 정비에 중점을 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그리고 18만 명의 조합원이 함께하는 커다란 조직에서 현장조직을 완성시켜 나가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중장기적인 계획도 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연대의 폭을 넓혀서 공무원노조, 전교조까지 함께하는 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공대산별 논의를 포함한 발전 전망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공공부문에서는 투쟁보다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들 한다. 막연한 기대감이 배신감으로 확인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환상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보면 금기시되어 왔던 노사정위 참여부터 노사협조적 관계에 대한 기대까지, 노동조합 상층 간부들이 환상에 더 깊게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해 말, 공공운수노조 직선 2기 임원선거에 위원장으로 출마를 하였었다. 그리고 낙선하였다. 그동안의 활동의 편협함과 준비의 부족이 부끄럽고 그만큼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근데 쑥스럽게 이 말을 여기에 왜 하지? 음…… 잘 정리되지는 않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한다. 쉽게 생각하자.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제대로 된 산별 현장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가 노동조합이 민주노조의 원칙을 지키고 변혁적 전망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꼭 필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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