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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업단지 미조직노동자 전략조직화, 다시 시동을 걸다

송민영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직사업부장)

 

대전, 여러분은 대전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리시나요? ‘빵지순례’ 성지라는 성○당? ‘대전발 0시 50분’, 가락국수? 대전엑스포? 대덕연구단지? 이도 저도 아니면, 혹시 ‘503호’ 박근혜가 병원에서 제일 먼저 꺼냈다던 “대전은요?” 라는 말? 써놓고 보니 대전은 참, 특별날 게 없는, 무미건조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작년 3월부터 대전 대덕산업단지 일대에서 금속노조 전략조직화사업 조직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소영세사업장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하지만, 대전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사실 조직활동가 역할을 수행하기 이전까지는 대덕산업단지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바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사업장이 있고,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무미건조한 도시의 북쪽 언저리에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공단 역시도 저에게는 그저 무미건조한 곳일 뿐이었습니다.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밝힌 2018년 2월 현황을 보면, 350개 사업체가 입주·임대 업체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서른일곱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50인 미만 사업장입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대덕산업단지 구획 바로 옆에 있습니다. 현황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 각각의 사업장에서 약 1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기계, 전기·전자 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전년에 비해 약 4% 가까이 감소한 상황입니다.

한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전 전체 임금노동자 중 상용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임시직과 일용직 비중이 비교적 낮다는데요, 이를 대덕산업단지에 적용해 보면 인천 남동공단이나 반월·시화공단 같은 곳과는 달리 파견노동 등의 폐해가 전면에 드러나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임시직 증가율(20.9%)이 상용직 증가율(16.0%)을 앞서고, 중장년으로 갈수록 상용직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가 집중되는 세대인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라는 대전의 이면입니다. 40대 이하 시민이 전체의 70%에 육박함에도 지역 언론은 공단에 청년층 노동자의 이직률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낙후된 공단의 이미지와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과 교통, 만성적인 대기오염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거기에 전국 평균 수준을 하회하는 대전지역 노동자 임금 수준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죠. 사업주들의 최저임금 편법이 난무하는 지금 당장 공단 전체가 들썩거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입니다.

 

뭘 해야 할까? 어떻게 하지? 살면서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조직활동가 혼자의 힘으로는 물론이거니와 금속노조 지역지부의 힘만으로도 될 일이 아닐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대전은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도시입니다.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 등 공공기관도 꽤 많이 있습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를 비롯한 각 단체들은 때마침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정적인 인적·물적 역량을 배분함에 있어서 아무래도 공단조직화는 후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욕적으로 제안했던 ‘공단조직화 공동사업단’ 구성 논의는 그런 환경 속에서 여전히 준비위원회 수준의 인적 구성과 논의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조직활동가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주변의 많은 활동가들이 조언하기를 ‘미조직노동자 조직사업은 무조건 정기적으로, 꾸준히, 되도록 규모를 갖춰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선전전을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날짜와 장소를 지정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에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매월 정기 캠페인과 기타 사업 일정을 꼬박꼬박 지부 운영위원회 회의에 안건으로 제출했습니다. 운영위원 동지들이 의결한 후에는 각 지회마다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확인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회의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비록 적은 횟수나마 꼬박꼬박 대덕산업단지의 미조직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매월마다 격주 1회 이상의 정기 선전·캠페인과 월 1회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전은 대덕산업단지에서, 충북은 청주와 충주·음성 등에서 진행합니다.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정기 선전·캠페인은 공단 내 이곳저곳에 있는 단체급식 식당 앞에서 점심시간대에 맞춰 진행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대덕산업단지 바로 옆 대덕테크노밸리를 포함하여 일정을 잡습니다. 대략 10여 곳의 단체급식 식당이 있고,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식사인원이 드나드는 3-4곳을 거점 삼아 캠페인을 펼칩니다.


월 1회 출근 선전전은 대덕산업단지를 가로지르는 대로의 주요 교차로에서 진행합니다. 대덕산업단지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은 대개가 자가용 또는 통근버스를 이용합니다. 지하철이 없고, 버스노선도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거리에서 직접 얼굴 마주보며 만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심시간대 단체급식 식당 앞이 그나마 노동자들과 대면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마저도 보통 100~150여 명, 많아야 250여 명 정도가 드나드는 식당들입니다. 거기다가 관리자나 사장과 함께 와서 밥 먹는 경우도 많아서 리플릿이나 수첩을 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노동자들도 자주 봅니다. 식당에 들어간 지 30여 분도 되지 않아 밖으로 나와서는 종종걸음으로 사업장을 향하는 이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어떤 계기를 만들어야 저들이 다시 뒤를 돌아볼 수 있을까? 아니지, 어떻게 해야 내가 저들 앞으로 뛰어가 얼굴을 맞대고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가 내미는 손을 잡아줄까?

 

혼자서는 도무지 풀 수 없는 난제를 앞에 두고 그래서 주변의 동지들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습니다. 지부의 미조직사업 담당 임원과 간부, 대전과 충북 지역의 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각 주체들, 그리고 철폐연대 활동가가 한데 모여 ‘미조직노동자 조직사업 기획팀’을 꾸리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기획팀은 지난 3월부터 우선적으로 대전 대덕산업단지와 인근 지역의 각종 현황 자료를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타 지역의 사례를 복기하며 어떻게 지역에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에 헌신해 온 동지들 덕분에 다행히도 매 시간마다 나누는 이야기는 풍성합니다.

요즘 기획팀의 관심사는 ‘개별조합원’과 ‘지역지회(또는 공단노조)’입니다. 적은 수의 노동자들이 있는 사업장, 그 곳에서 ‘송곳’처럼 장막을 뚫고 나올 그 누군가의 손을 우리는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이미 몇 번의 토론회와 회의에서 다른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했던 과제이지만, 다시금 새로운 눈으로 길을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미조직노동자들의 삶과 일을 좀 더 세밀하게 알고자 조사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조직노동자들의 기초적인 임금과 노동조건 실태를 파악하는 설문조사와 더불어 각 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진행할 인적 지도 그리기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통해 조합원 각자의 지인들 중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래의 ‘동지’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한 명 한 명 새롭게 만나는 ‘동지’들과 함께 지역지회 건설의 전망을 현실로 이뤄낼 것입니다.

최근에는 앞서서 길을 개척하고 있는 타 지역의 사례를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활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을 조직활동가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대전지역의 사례가 타 지역에서 꼼꼼하게 읽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노동자들의 파업 행렬이 공단의 대로를 가득 메우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무미건조한 도시, 대전’이 아니라 뜨겁게 출렁거리는 노동자 투쟁과 해방의 도시, 대전으로 뒤바꾸길 소망합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조직활동가로서 더욱 열심히 공단 이곳저곳에서 노동자들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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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단 조직사업 [출처: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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