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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대구·경북은 어떻게 변했나

천용길(<뉴스민> 편집장, 철폐연대 회원)

 

 

투표했나요? “질라라비” 독자들이라면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투표와 선거가 불안정노동을 없애는 데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이기 때입니다. 투표하지 않아도 될 권리 역시 존재하기도 하고요.

 

저는 대구경북지역 언론 <뉴스민>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용기를 내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을 시작한 노동자도 있었습니다만, 절대다수는 이름 한 줄이 기사에 나오는 걸 껄끄러워했습니다. 이 불안정한 직장마저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이유였죠. 한편으로는 제조업이 꽤나 밀집한 대구경북지역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는 왜 고립되고 주목받지 못하는가도 느꼈습니다.

 

7년 동안 이런 경험을 하면서 생각을 좀 바꿨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자고 말입니다. 특히, 선거철이면 대구경북지역은 ‘수구 꼴통’ 또는 ‘보수의 심장’으로 회자되는데요.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말이죠. 물론, 선거 결과는 예측 가능했습니다. 정치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한 특정 정당은 행정뿐만 아니라 기업과 풀뿌리조직까지도 견고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시민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투표도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지요.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진행 중이던 경북 성주 주민을 향했던 비난을 기억합니다. ‘사드 더 들여놔야겠네요’, ‘홍준표 찍어주고 사드 반대하지 마라’ 정도는 차분한 비난이었습니다. 그래서 <뉴스민>은 왜 비난의 화살이 시민을 향하는가, 왜 정치가 만들어 놓은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명사를 얻게 되었는가를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대구는 제외하고, 경북만 따로 떼어놓고 살펴봤습니다. 서울·수도권에서 지방을 이미지만으로 보듯이 대구에서도 경북은 주변부 정도로 여기는 시선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지요. 인구 250만 명이 밀집한 대구와 경북은 그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처럼, 사회운동 또한 수도권 의제가 지역으로 그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1987년 이후 형성된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은 서울단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반면, 경북은 대구권으로 묶이는 경산, 성주, 칠곡과 공단이 밀집한 구미, 포항, 경주 그리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도시들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 특별취재팀(5명인 <뉴스민> 취재인원 전부 참여했습니다)을 운영해 취재한 내용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선거 결과를 통해 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점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경북은 왜 자유한국당 일색인가?

 

우선 자유한국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치러진 여섯 차례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경북지역에 낸 후보는 1,239명(비례대표 후보 제외), 더불어민주당 후보 172명, 진보정당 후보는 64명입니다. 자유한국당과 비교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13.9%, 진보정당은 5.2% 수준이었습니다.

 

또, 취재 중 만난 경북 시민들은 자유한국당을 찍는 이유로 ‘뿌리’, ‘보수’, ‘습관’, ‘지역’, ‘애착’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박정희’를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이유는 ‘다른 건 몰라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줬다’ 였습니다.

   

구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은 “박근혜 시절 전부 다 새누리 그쪽 편이잖아요, 우리 나이대는 옛날 박정희 시절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쪽 편을 지지하는 편이죠. 현시점에는 젊은 사람들은 우리 생각을 잘 모르니까”라고 말했고, 경주에서 만난 상인 역시 “박정희 정치 잘한 거 아냐? 그분이 대한민국 살려 놓은 것 아닌가? 박근혜가, 정치를 떠나서 같은 여자로서 보면 불쌍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견을 가진 분들은 대다수가 60~70대였습니다. 물론 같은 60대 중에도 “박정희 덕에 잘 산다 생각 안 해요.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잘 사는 것이지, 박정희가 잘해서 잘 된 게 아니라 이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대구경북 시민들에게 ‘박정희’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중요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경제와 노동이 ‘박정희’라는 키워드로 드러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농촌 지역으로 가면 ‘노동’이나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습니다. 의성에서 만난 주민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현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남북관계’였습니다. 성주, 울진에서 만난 시민들도 그러했습니다.

 

구미에서 만난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부 교육국장은 “투표할 시간이 없고, 노동자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중적이지 않았고, 구미는 3교대 사업장이라서 출근한다. 또,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선출된 행정권력이 노동자의 생존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지요. 노동자가 밀집한 지역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첫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 당선자를 배출한 데는 인동동, 진미동, 양포동, 공단동 등 구미 평균연령보다 젊고 공단이 밀집한 지역에서의 높은 지지 덕이었습니다.

 

 

대구경북 지방선거 결과가 말하는 것들

 

경북지역 선거 결과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경상북도 도지사 선거는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4.3%를 얻었습니다. 또, 첫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 당선자가 나왔고, 포항과 칠곡, 의성, 구미에서는 경북도의원 지역구 당선자도 배출했고,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최고 당선자(38명)를 배출했습니다.

보수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던 모습은 사라졌고, 세대별로 투표 성향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북 평균연령은 2017년 기준으로 43.8세입니다. 경북 전체 평균연령보다 젊은 지역인 칠곡군(39.6세), 구미시(36.8세), 경산시(40.1세), 포항시(42세) 등 4곳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상당했습니다. 반면, 진보정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정의당, 노동당이 후보를 낸 경북도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정의당 3.89%, 민중당 0.96%였습니다.

 

평균연령이 젊은 지역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특정 정당이 80% 가까이 득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정희’, ‘보수’라는 이데올로기가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친 공동체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그러한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의 차이라고 보입니다.

 

또, 평균연령이 높은 지역에서도 이전 선거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속도는 좀 더뎠습니다. 저는 농촌과 도시의 속도 차이, 임금노동자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자영업자가 밀집한 지역과 농민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자영업자의 경제 토대의 차이라고 봅니다.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은 도시에서 만난 20~30대는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는 대답을 했지만, 농촌에서 만난 50~60대는 인물을 보고 투표한다는 대답을 많이 했습니다. ‘인물’에 담긴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서’, ‘같은 집안 사람이라서’, ‘학력 또는 경력이 뛰어나서’, ‘인품이 좋아서’ 등 각기 달랐습니다. 이를 더 단순하게 정리하면 ‘관계’를 중시한다고 볼 수 있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의 접촉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도시에서는 후보들과 마주칠 일도 흔치 않은 일이겠지요.

 

 

지역 사회운동의 과제는?

 

너무 세밀하게 선거 결과를 이야기했나요? 선거 시기에 드러나는 현상은 지역이 가진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의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달되는지도 드러납니다. <뉴스민>이 선거를 집중해서 다룬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조금 더 도발적으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문제는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지역은 민감하지만,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지역은 그렇지 않지요.

사회운동의 접근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사회운동단체들은 정부, 자본과의 싸움을 하는 중입니다. 대체로 불특정다수에게 전하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지역으로 들어가면 이러한 사회운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지역 특성에 따라 사회운동을 하는 것은 지역 시민들 몫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대구경북지역 변화를 보면서 사회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뉴스민>은 앞으로도 좀 더 지역 의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소재를 가지고 현재를 분석하고 보도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3 2017년 4월 공개한 경북민심번역기 예고편 영상 갈무리 [출처 필자].JPG

 2017년 4월 공개한 경북민심번역기 예고편 영상 갈무리 [출처: 필자]

 

* <뉴스민>은 2012년 창간한 대구경북지역 인터넷신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없어져도 되는 회사는 문 닫으면 된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뉴스민>도 내년에는 문 닫아야 합니다. <뉴스민> 경북민심번역기 기획보도 페이지를 안내합니다.

http://www.newsmin.co.kr/news/vot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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