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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를 설립하며

안목산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

 

 

2019년 12월 21일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가 설립되었습니다.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조합원들이 모여 뜨거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950명이 넘는 콜센터 상담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설립 총회가 있었던 그 현장에서 참석한 모두가 하나의 마음을 갖고 있음을 직접 볼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으며, 마음으로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깃발이 등장하고 커다란 타원을 그리며 휘날리는 모습에서 감동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0 조직화 도비라(위 현수막 부분만).jpg

2019.12.21. 지부 창립총회 [출처: 지부]

 

 

도급업체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의료보험’은 2000년도에 전국이 통합되면서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거대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최초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는 고객센터(이하 콜센터)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2006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어나는 민원 서비스 불만에 대한 조치로 콜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게 됩니다. 서울을 시작으로 건강보험공단은 ‘공공기관 서비스 향상’이라는 명목하에 공단의 업무를 일부 도급업체에 위임하여 운영하였습니다. 처음에는 3개의 도급업체가 선정되어 운영되었지만, 2019년 현재 11개 도급업체로 확대되었습니다. 최초 444명이던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 또한 현재 1,57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공단은 공단 직원이 하던 업무처리 권한과 상담을 콜센터 상담사에게 점점 위임합니다. 현재 콜센터에서 업무처리 및 상담 가능한 항목이 1,060여 개에 달하는 지경입니다. 공단은 유선 상담이 가능하고, 업무처리가 가능한 항목 대다수를 콜센터 상담사에게 점진적으로 몰아주었습니다. 상담사를 교육하고 일상적으로 평가하면서 더욱 전문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상담사가 하는 업무는 공단이 하는 핵심적인 업무입니다.

 

 

불합리하고 과도한 노동

 

공단이 콜센터 상담사에게 제공하는 자료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이 정보는 상상 이상으로 자세하고, 세부적인 항목입니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알 수 없는 자료들이 넘쳐납니다. 이처럼 민감한 정보에 근거하여 콜센터 상담사들이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은 공단이 도급 계약한 ‘도급업체 노동자’입니다. 공단이 업무는 맡겼지만 공공기관 노동자로는 인정하지 않으며, 불만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료는 제공하지만 국민의 불만 감정은 공단이 책임지지 않고 콜센터 상담사가 감수하도록 합니다.

공단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편 발송하는 안내문에는 1577-1000번 콜센터 대표 번호만 있을 뿐, 공단 직원과 통화 가능한 번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단의 안내문 수령 후 전 국민의 문의 사항은 1,563명의 콜센터 상담사가 대응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전화의 양은 11개 도급업체가 운영하는 콜센터 상담사가 담당합니다. 공단은 도급업체가 감당하는 통화량의 수치를 가지고 업체에 점수를 부여하고 평가합니다. 그렇게 평가 대상이 된 도급업체는 상담사가 소화하는 통화량에 따라 또다시 점수를 부여하고 평가합니다. 공단에서 시작된 평가는 도급업체를 통해 더욱 악질적인 평가 방식으로 상담사에게 적용됩니다.

공단에서 시작된 평가가 도급업체를 거치면 횡포에 가까운 평가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근무환경을 악화시킵니다. 상담사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 코피가 흘러내려 닦는 시간,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 심지어 고객이 전화를 요청한 시간까지도 평가 대상이 됩니다. 또한 도움을 요청하는 상담, 통화시간 안에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담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상담을 할 경우 친절하게 상담하는 상담사에게 오히려 부당한 점수를 부여하고, 부적절한 통화시간으로 평가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담사는 적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상담을 하면 나쁜 평가를 받는 이상한 구조가 지금의 평가구조입니다.

 

 

노조를 만들고자 한 이유

 

이런 부당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시스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항상 고민했습니다. 이러한 변질된 평가 방식 때문에 국민은 정당한 상담시간을 확보할 수 없고, 상담사들은 업무처리를 제대로 할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공단이 이런 모순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급업체에 업무를 맡기면 수량적 방식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왜곡된 평가가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국민은 충분한 상담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보를 제대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권리가 왜곡된 시스템에 의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공공기관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불만을 갖게 됩니다. 이런 불만과 불신은 또다시 콜센터 상담사에게 되돌아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통 부재로 인한 도돌이표 같은 불만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을 위한 대국민 서비스가 도급업체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던 터에 정부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뭔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단에서는 우리 상담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운영하려고 하였습니다. 상담사들이 공공기관의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직접고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가 뭉쳐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인센터에서 먼저 상담사들이 모여 노조 설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전국 콜센터의 상담사들과 연결이 되어 12월 21일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잘못된 노동조합의 기사들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수년을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업무를 했음에도, 노조를 만드는 데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야 했고, 비방하듯 속삭이는 수군거림과 비난 등 만들어진 소문들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이기고 결국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콜센터 상담사가 부당한 대우와 노동환경으로부터 보호받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공기관의 당연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올바른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전국 공공기관 콜센터와 연대하여 콜센터 상담사 모두가 공공기관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와 합당한 처우를 받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에 앞서 더욱 단단한 지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상담사가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동지들이 걷는 그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고, 내가 지나온 길에 더 많은 동지가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함께 이루어야 합니다. 노조가 당신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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