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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월담 7년,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대용 (인권운동사랑방,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7년? 벌써? 만으로는 6년 아닐까.’ 1년이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조급한 기분이 들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시도해도 쉽지 않다는 것은 시작부터 알았다. 하지만 7년을 이어온 조직화 사업에 조직이 남지 않은 것이 뼈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성과라고 할 만한 것들을 먼저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인정해야 한다. 반월시화공단에서 공단노조를 조직하겠다고 월담을 시작한 지 7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대규모 지역투쟁과 공단노조는 아직 요원하다. 그렇다. 공단 조직화의 문제의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금 월담에서는 조급한 마음까지 양분 삼아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그려나가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월담을 알리자

 

누군가 나에게 월담에서 가장 많이 한 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고민하지 않고 실태조사라고 답할 것이다. 2013년 월담은 임금인상요구안조사로 출발해, 이후 노동환경실태조사, 인권침해실태조사, 최저임금실태조사, 직장내괴롭힘실태조사 등 해마다 실태조사를 이어갔다. 월담의 목표는 기업별 노조의 합이 아닌, 공단이라는 지역 차원의 문제를 지목하고 해결해나가는 노동자 조직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을 공단 노동자와 나누면서 동시에 기존과는 다르게 의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고, 실태조사는 그에 맞는 활동 형태였다. 공단 노동자와 접촉면을 만들면서 월담의 시선으로 공단을 보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월담의 문제의식을 알리는 작업은 공단 노동자를 향해서만이 아니라 운동 사회 안에서도 이어졌다. 공단 조직화라는 문제의식을 알리고 나누기 위해 공단 조직화 단위들의 공동사업으로 인터넷언론 공동기고나 노동절 선전전 등을 진행했다. 또한 매월 진행한 문화제에서도 준비팀 구성부터 발언 섭외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포함될 수 있도록 조직했다. 공단을 알아나가면서 동시에 월담을 알리자는 일련의 활동은, 공단 안팎으로 진행된 월담의 모든 활동에 일관되게 반영하고자 했던 것이다.

 

 

모든 활동이 조직화로 이어지도록

 

월담의 초기에는 그렇게, 공단을 조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열심히 알리는 것을 축으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하지만 문제의식만으로 조직화가 담보되지 않기에 월담은 다음 스텝을 밟아나간다. 앞서 나열한 실태조사들을 포함해 월담의 활동을 통해 이제는, 어떻게 공단을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기존에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선전전, 문화제와 같은 정기적인 월담의 활동을 통해 알려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서 만난 노동자들과 함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에 진행한 임금실태조사는 활동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과정을 가장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활동의 형태는 같은 실태조사이지만 응답을 받을 때부터 연락처를 확보하고, 연락처가 확보된 노동자와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모바일용 결과표를 만들었다. 또한 실태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함께하는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임금교실을 기획해 참여를 독려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조직화 사업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과정이지만 앞선 사업들이 ‘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이었다면, 월담으로서는 본격적으로 조직 사업에 발을 내딛는 첫 시도였다.

이후 2017년 만원행동, 2018년 최저임금감시단 활동 등을 통해서는 모임의 형태로 모이는 것을 넘어 공단의 작은 싸움을 만들고 함께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고민과 기획을 이어간다.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공단에서 벌어지는 ‘상여금 삭감’이라는 꼼수를 알리고,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책임의 주체로 나올 수 있도록 기획하고 움직였다.

 

 

2 2019.4.13. 월담 재정마련을 위해 거리로 나선 필자 [출처 월담].jpg

2019.4.13. 월담 재정마련을 위해 거리로 나선 필자 [출처: 월담]

 

 

다시 월담의 전망을 묻다

 

7년을 활동하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월담의 문제의식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활동 양식은 성숙해져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월담 운영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활동의 진전을 느끼는 순간만큼 의구심이 드는 순간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에 걸쳐 다양한 활동으로 공단의 노동자들을 만나왔지만 이 만남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개별 업체의 사정이나 노동자 개인의 조건이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실업과 고용이 반복되지만 일을 멈출 수 없는 공단 노동자의 현실의 반영이자 월담이 마주해야하는 당연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관계를 이어가기 힘든 만큼 드넓은 반월‧시화공단에서 월담의 이야기가 어디쯤에 닿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지점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월담의 전망과 고민을 업데이트 시키려고 한다. 지난 1월 월담의 활동가들은 월담의 전망을 고민하는 1박 2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숍에서는 지역투쟁이나 공단노조와 같은 월담 활동의 출발부터 손에 쥐고 있던 키워드들이 지난 7년 활동을 하면서 각자에게는 어떻게 구체화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에게 지역투쟁은 소규모일지라도 공단 노동자와 함께 만드는 노동조합을 먼저 만들 때 가능한 싸움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지역투쟁을 벌이려면 일단 지역의 누구랑 싸울지 정하고 싸움을 붙여야 공단의 노동자도 같이 싸움에 참여 가능하다는 이야기 등이 오갔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기만 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사업을 기획할 때 늘 맨 앞에 목표로 쓰여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히려 워크숍의 형태를 빌려서,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이야기 나누기 어려웠던 주제로 함께 그림을 맞춰나간 것이다. 이 작업은 지난 7년간의 경험이 쌓여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0년, 월담에서는

 

열띤 워크숍을 마치고 월담에서는 또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 있다. 첫째는 공단이라는 공간을 좀 더 사회적으로 주목하게 만들고 호명시키기 위한 단위로서 월담의 위치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서비스업에서 종사하거나 ‘프리랜서’ 노동자는 복잡한 고용관계로 기존 노동법의 근로계약 관계를 보장 받기 힘든 구조에 놓여있다고들 한다. 반면, 공단과 같이 제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는 전형적인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기존의 법체계로 어느 정도는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상정된다. 하지만 실제 공단이라는 공간이 보여주는 복잡한 노동 형태와 고용관계는 한국 사회 불안정 노동의 또 다른 현상을 보여준다. 월담이 이런 사실에 더욱 주목하며 반월‧시화공단의 문제가 지역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 전체의 문제로 호명되고 조명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과 방향을 고민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공단노조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며 당장 월담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공단노조는 공단 조직화 활동의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지는 최후의 목표처럼 떠올려지곤 한다. 아직까지 산별노조는 물론, 지역노조를 포함해 업종이나 직군 등과 같은 산업 체계를 넘나드는 공단 차원의 노동조합이 현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공단에서 만나는 노동자와 함께 공단노조의 문제의식을 나누는 데에 언제나 제약이 발생한다. 기존과 다른 노동조합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건네지만 그 다른 것이 어떤 것일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허무한 말 건네기에 그치기 때문이다. 월담에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작업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다. 열심히 논의해서 방향을 잡았지만 사실 구체적인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지금까지의 논의를 다시 월담의 활동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이 딱 위의 말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간의 활동으로 아쉬움도 확인했고 전망도 그려봤다면, 2020년 월담은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안 했던 것들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월담과 함께 더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지난 7년보다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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